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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콩달 Mar 04. 2024

캠핑 좋아하세요?

#1-14_난임 극복기

  벚꽃이 폈다 질 정도로 봄기운이 완연한 어느 날. 오래간만에 우리는 차박캠핑을 가기로 했다. 연애 초기에는 날이 좋은 주말이면 항상 가곤 했었는데 결혼하고 나서 차를 작은 차로 바꾸면서 차박을 가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은 잠은 자지 못하더라고 도킹텐트를 치고 바다멍을 실컷 하고 오자며 집을 나섰다. 

  애월 해안도로를 따라 쭉 드라이브를 하다 협재 근처 바닷가 공터에 차를 세웠다. 차밖으로 나가 바깥풍경을 보는데 웬걸. 바람이 장난 아니다. 텐트를 치는데도 바람 때문에 제대로 치지도 못하고 팩도 땅에 잘 박히지 않아 도킹텐트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바다멍을 하러 왔는데 이리저리 움직이는 텐트덕에 바다는 손바닥만 하게 보였고 바람소리에 평온한 환경은 포기했야 했다. 그래도 라면을 끓여 먹고, 차도 마시며 나름 캠핑을 즐기며 늦은 오후의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도킹텐트


  둘이 가만히 앉아 바다멍을 하고 있는데 

  "우리 처음 만나서 불멍 하며 밤새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결혼까지 하고 같이 살고 있네." 하며 J가 이야기를 꺼냈다. 

  "맞아. 우리 처음 만난 날. 지금생각하면 무슨 용기로 처음 본 사람하고 같이 불멍을 갔는지 모르겠어?"

  "나한테 한눈에 반한 거였지."

  "아니거든. 자기가 나한테 한눈에 반했잖아."

  그랬다. 우리는 캠핑이라는 공통분모로 인해 만났다. 


"캠핑 좋아하세요?"

  

  유난히 힘들었던 21년도를 마무리하며 22년도에는 즐거운 일만 하겠다고 다짐을 한 밤이었다.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다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캠핑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캠핑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으니 사람들과 교류하며 정보도 얻을 겸 캠핑 동호회에 가입했다. 가입을 한 다음날 방장이 연락이 왔다. 서로 얼굴을 익히는 자리를 만들려고 하는데 나올 수 있는지 제안했고,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장소는 시내 커피숍, 날짜는 22년 1월 1일 새해 첫날. 새해 첫날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왠지 22년의 시작이 좋을 것 같다.

  가벼운 마음에 나간 그 자리에는 3명의 회원이 있었고 그중 한 명이 남편 J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회원 K가 J와 같이 협재바다에서 새로 산 화로를 테스트해보기로 했다며 함께 가서 불멍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멍에 목말라 있었던 나는 그 제안에 흔쾌히 오케이를 외쳤고 우리는 간단하게 장을 본 후 협재바다로 향했다. 

  1월 1일 겨울의 바다는 정말 추웠다. 협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어두웠고 바다는 보이지도 않았다. 차를 세우고 더 늦어지기 전에 쉘터를 치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이 둘도 캠핑에는 초보였다. 알고 봤더니 초보자 3명이서 아무것도 모르고 추운 겨울 캠핑을 온 거였다. 쉘터 설치도 처음이라 동영상을 보며 셋이서 어찌어찌 설치를 하고, 화로도 설명서를 보며 겨우 완성했다. 추운 날씨에 고생을 하다 보니 녹초가 되었지만 장작에 불을 피우고 따뜻한 국물을 먹으니 그때서야 몸에 온기가 돌며 천천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서로 캠핑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서부터 살아온 인생살이, 연예 경험까지 각자 여러 이야기를 했다. 불멍의 힘이었을까?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고, 밤이 되어 추워지자 차 안으로 자리를 옮겨 히터를 틀면서까지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어느새 새벽이 되었고 이렇게 된 거 일출까지 보고 헤어지자며 아침까지 기다렸다. 일출을 보고 헤어지면서도 각자 뭐가 아쉬웠는지 그다음 날 또 만나기로 약속을 했고 그 이후로도 우리 만남은 계속되었다. 



  잠시 추억에 잠겨 있는데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했다. 봄날인데도 강한 바람 때문에 추위에 떨면서도 우리는 처음 만난 날 일출을 기다린 것처럼 일몰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와 하늘이 만들어내는 제주의 흔한 일몰을 감상하며 다음에는 우리의 2세까지 함께 올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 본다. 

흔한 제주도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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