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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이 Jan 08. 2023

일주일 된 팀원이 입사하길 잘한 것 같다고 했다.

만족도 높은 팀을 만드는 방법


지난달, 새로운 팀원이 들어왔다.

그는 들어온 지 일주일 째 되던 때에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저 이직 잘한 것 같아요.‘


물론 나에게 한 말은 아니었고 함께 일하던 다른 동료에게 한 말이었다. 이 말을 들은 팀원은 나에게 말했다. ‘우리 잘하고 있나 봐요.’


새로 들어온 팀원이 오히려 기존 팀원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자신감을 심어줬다. 나는 아주 좋은 선순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 팀도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어떻게 팀원이 만족하는 팀을 만들었는지.

또 만족하는 팀을 만드는 데에 있어 리더의 역할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새로운 팀원이 들어왔을 때, 기존에 일하던 좋은 방식을 유지하며 일하기 어려워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팀 내에 기존 팀원들보다 새로 온 팀원들이 더 많아지는 순간이다. 특히 신입이 아닌 경력자들이 들어오는 순간은 더 그렇다. 경력자들은 이미 스스로가 경험한 좋은 방식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이미 그전에 일하던 방식이 체화되어 있어 바꾸기 쉽지 않다.


조직이 급격하게 커지는 스타트업에서는 특히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인원이 갑자기 늘어나는 일은 부지기수며 빠르게 적응하여 퍼포먼스를 내야 하므로 대부분 신입보다는 경력자들을 채용한다.


우리도 동일한 성장통을 겪었다.

이미 탁월하게 일하고 있었지만, 새로 온 팀원들이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체화하도록 하는 데 애를 먹었다.




우리는 서로 간의 신뢰도가 높은 팀이었다.

수 번의 솔직한 회고와 상호 존중 하에 행해지는 치열한 업무 논의, 그리고 서로에 대한 관심과 감정적 케어로 우리는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


이런 신뢰는 업무에 있어 확연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우선 서로를 의심하지 않았다. ‘아 내 기획안 제대로 본거 맞아?’, ‘개발도 모르면서 왜 저렇게 이야기하지?’ 등 의심 어린 생각과 말로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우리는 과거의 나와 우리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으며 일했고, 서로가 모르는 게 있을 때는 짜증 내지 않고 오히려 서로의 성장을 위해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우리는 솔직하고 열정적으로 다투며 일하는 팀이었다.

인간적으로는 서로 온전히 신뢰하되, 업무에 있어서는 용기를 가지고 항상 솔직하고 치열하게 논의했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솔직하게 이야기했으며, 갈등에 있어서도 항상 서로를 각 분야의 전문가로 존중하며 풀어나가고자 했다.


의견이 부딪히는 경우에는 솔직하고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되 최대한 감정이 섞지 않도록 했고, 그럼에도 감정이 상하는 경우에는 반대로 감정적으로 속시원히 이야기하여 풀어나갔다.


우리는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한 팀이었다.

우리는 기능으로 나눠진 조직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한 팀’이었다.

그렇기에 각 직군별 영역을 제한하지 않고 서로의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의견을 교류하고 해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 일했다. 팀원들은 서로의 분야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고 오히려 반겼으며, 역으로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이렇게 일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연적인 것은 ‘대화’였다.

업무 중의 잡담은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이었으며,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계기였다. 또 간단한 사담을 통해 서로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졌고 이는 자연스레 업무에 있어 솔직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팀이 커지고 새로운 팀원들이 늘어나며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나는 어느 순간 느꼈다.




팀원이 많아지며 동시에 일이 몰리고 서로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졌다.

시간 날 때마다 수시로 하던 일에 대한 논의는 적어졌고, 대면으로 나누는 대화보다는 메신저로 하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의 빈도가 늘어났다.

우리는 솔직하지 못했으며, 예민해졌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니 각자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자, 팀원들은 용기를 잃었다. 예민한 팀원에게 말 걸기를 어려워했으며, 감정과 기분을 솔직하게 터놓기를 꺼렸다. 각자 해결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했다.


나는 이 분위기가 업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첫 번째로 시도했던 건 ‘대화’였다.




리더도 사람인지라, 처음에 나는 이런 분위기를 어느 정도 짐작하면서도 애써 무시하려고 했다. 해결하려면 감정적으로 애를 많이 써야 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 팀의 업무 효율을 올리고, 팀원들이 더 즐겁게 일하며 생산성을 낼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있었다. 그래서 용기 내어 대화를 시도했다.


시간 되실 때
잠시 1 on 1 가능할까요?


첫 번째 대화는 상위 리더와의 대화였다.

나는 이러한 우리 팀의 상황을 숨기지 않고, 문제를 정의한 뒤 CPO에게 대화, 즉 1on1을 요청했다. 그리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그와 나는 대화 끝에 이런 액션 아이템을 뽑았다.

‘입사 후 모든 팀원은 CPO와 핵심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1on1을 진행한다. 기존 팀원들도 주기적으로 CPO 혹은 팀 리더와 핵심가치 1on1을 진행한다.‘

우리가 이제껏 어떤 가치를 가지고 일해왔는지에 대해 CPO와 새로운 팀원이 ‘대화’하는 것. 이게 요지였다.


이후에 나는 팀 원 한 명 한 명과 모두 1on1 일정을 잡았다.

1on1에서는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있다면 무엇인지, 또 내가 어떤 걸 도울 수 있는지 혹은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그리고 솔직한 내 심정도 말했다. 나는 지금 팀 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은 것 같고, 이로 인해 솔직히 스트레스받고 있다고.


내가 솔직히 말해서인지, 솔직히 대화하는 자리여서인지는 몰라도 팀원들은 모두 솔직하게 나에게 각자의 힘듦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도 서로에 대해 가감 없이 피드백했다.

그리고 나는 팀원 한 명 한 명에게 부탁했다. 우리 팀이 더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언제든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조금만 용기 내어 도와달라고.




모두와 대화를 나눈 후, 마침 회고 주간이 다가왔다. 나는 이번 회고가 다 같이 속시원히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업무 및 환경 중심의 기존 회고와 다르게,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회고를 준비했다.


회고를 하며 우리는 솔직하게 감정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동안 힘들었던 것, 그리고 불만이었던 것, 바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위로했다. 그리고 이런 액션 아이템이 뽑혔다.


‘대화를 더 하자. 잡담도 좋다. 솔직하게 감정과 기분에 대해 이야기하자. 용기를 가지고 서로에게 질문하자.‘




이 액션아이템이 뽑힌 뒤 네다섯 번의 회고가 더 지났다.


요즘 우리 팀은 이렇다.

A : 요즘 일하는 거 어때요? 오늘 기분은 어때요?

B : 오늘 잠을 잘 못 자서 피곤하긴 한데, 기분은 좋아요. 요즘 일하는 게 즐거워요. 이렇게 즐겁게 일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혜린님은 어때요?


우리에게 대화는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대화와 서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누군가 용기 내어 문제를 제기한다. 대화를 통해 업무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졌고, 일하는 것이 즐거움을 혹은 어려움을 서로에게 솔직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서로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려고 노력하며, 우리는 한 팀임을, 하나의 가치를 함께 전달하는 팀임을 인지하고 일한다.




우리는 대화의 부족으로 생긴 문제를 대화로 해결했다. 여기에 있어 리더는 문제를 인지하고, 구성원들과 대화하고, 구성원들끼리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 혹은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잡담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업무 이야기만 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대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높아진 생산성으로 성과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

사실 회식도 같은 원리 아닌가. 회식과 같이 서로 친해지고 솔직한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자리를, 우리는 1on1과 업무 중의 자유로운 대화로 풀어냈다.


사실 대화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대화는 제도와 룰이 하지 못하는 많은 것을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리더는 딱 하나만 하면 된다.

팀원들이 서로, 그리고 나와 대화하는 데에 용기가 덜 드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그러면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어있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새에 감정적으로 혹은 업무적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개선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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