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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쌍경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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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밧드 Jul 16. 2024

소돔과 고모라

 두 천사가 소돔에 도착했다. 롯은 성문에 앉아 있다가 천사들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며 땅에 엎드려 절하더니, “오, 주여! 제발 제 집에 와서 발 좀 씻고, 주무셨다가 아침 일찍 출발하세요!”라고 했다. 천사들이 “아니, 괜찮아” 하니까, 롯은 무릎까지 꿇고 간청했다. 결국 천사들이 롯의 집으로 가서 대접을 받았다.


그때 소돔 사람들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방에서 몰려와 롯의 집을 둘러싸더니 외쳤다. “야! 오늘 네 집에 온 그 사람들 어디 있냐? 끌어내! 우리가 강간할 거다!” 이런 미친 소리를 했다.


롯은 당황해서 “여러분, 제발 이러지 마시오. 저에게 시집가지 않은 두 딸이 있소. 그 딸들을 드릴 테니 마음대로 하시오. 하지만 이 손님들에게는 제발 아무 짓도 하지 마시오. 이들은 내 손님이오!” 했단다. 아니 뭐 이따위 아버지가 있어? 딸들이 기가 막혀 졸도했겠다.


소돔 사람들은 “야, 너나 물러서! 이방인 주제에 우리 법관 노릇 하려고? 네가 먼저 혼나야겠다!” 하면서 문을 부수려고 했다. 그 순간 두 천사가 롯을 집 안으로 확 끌어들이고 문을 쾅 닫더니, 소돔 사람들의 눈을 어둡게 만들어서 문도 못 찾게 만들었다.


천사 하나가 롯에게 말했다. “여기에 누가 더 있냐? 자녀든, 사위든, 친척이든 다 끌어내. 이 성 죄악이 하늘에 닿았고, 야훼가 이 성을 멸망시키려고 우리를 보낸 거야.”


근데 롯의 사위될 사람들은 “아니, 뭐야? 말도 안 돼!” 하면서 천사의 말을 안 믿었다. 롯이 주저주저하자 천사들은 롯과 그의 아내, 두 딸의 손을 잡고 성 밖으로 확 끌어냈다. 야훼가 아브라함을 기억해서 롯한테 자비를 베풀어준 거란다. 천사가 또 말했다. “너희들 도망가! 목숨 구하려면 산으로 도망치고, 절대로 뒤돌아보지 마. 그러면 죽는다.”


근데 롯의 반응이 엉뚱하다. “아, 주여, 제발 그러지 말아 주십시오. 산까지 가다가 재앙 만나서 죽을지 모르니, 저기 작은 성으로 도망가게 해 주세요!”라고 했단다. 그래도 천사는 “좋아, 그럼 빨리 그 성으로 도망가! 근데 뒤돌아보면 진짜 죽는다?” 했다.


롯이 작은 성에 도착했을 때 해가 떴고, 그 순간 야훼는 소돔과 고모라에 유황과 불을 비처럼 쏟아부었다. 도시며 사람이며 온갖 것들이 모조리 불타서 사라졌다. 근데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봤다가… 그만 소금 기둥이 돼버렸다. 우리나라 '전설따라 삼천 리' 같다.


롯은 무서워서 딸들과 함께 산으로 도망쳐 동굴에서 살았다. 그러자 두 딸이 "아버지가 늙었는데, 여기엔 결혼할 남자가 없잖아? 우리가 아버지에게 술을 먹이고 잠자리를 같이 해서 혈통을 이어가자!" 그래서 둘 다 임신하여 아들을 하나씩 낳았다. 큰 딸의 아들은 모압 사람들의 조상이 됐고, 작은 딸의 아들은 암몬 사람들의 조상이 됐단다.


이 본문을 어떤 목사가 설교했는데, 핵심은 이거였다. "구원은 신의 은총으로만 가능하다! 롯을 보라. 유황과 불이 떨어지는데 성 안에서 망설이다가 천사들이 억지로 끌어낸다. 근데 구원은 의심하면 안 돼! 롯의 아내를 보라. 뒤돌아봤다가 소금 기둥이 됐다!" 이 설교를 듣고 나도 모르게 "아멘!" 하고 말았었다.


이 이야기를 노아의 방주와 비교해 보자. 사람들의 죄악 때문에 야훼가 심판하고, 가족 하나 살려주는 건 비슷하다. 근데 노아는 의로워서 살았고, 롯은 아브라함의 조카라서 살았다. 한마디로 아브라함의 체면을 봐준 거다. 스케일도 다르다. 노아 때는 지구 전체를 멸망시키고, 소돔과 고모라는 딱 두 도시만 날려버렸으니까.


이 이야기의 또 다른 포인트는 성적 타락이다. 소돔 사람들은 롯의 집에 온 사람들을 성추행하려고 몰려들었고, 롯은 딸들을 내주겠다고 한다. 롯이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롯의 딸들은 아버지한테 술 먹여서 자식까지 낳았다. 어떤 기독교 종파는 "출생을 위한 성행위는 죄가 아니다!"라고 해석하는데, 그럼 모자지간 성행위도 괜찮다는 건가? 출생을 위해서라면 말이다.


아무튼 소돔과 고모라는 유황과 불로 멸망했는데, 이건 신약에서 말하는 지옥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구원을 못 받으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 속에서 고통받는 지옥, 딱 그 이미지다.


중세시대에는 교회가 엄청난 권력을 가졌을 때, 이단 박해와 마녀 사냥이 난무했다. 그때 즐겨 사용한 형벌이 뭐였나? 바로 화형.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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