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코로나에 걸렸다. 어젯밤부터 목이 부은 듯하고 침 삼킬 때마다 목구멍에 까끌까끌한 막이 껴 있는 거처럼 불편하더니 오늘 아침 테스트 결과가 양성이다.
남편이 초반에 걸렸을 때도 안 걸리고, 코비드 테스팅 센터에 파견 근무 나갔을 때도 안 걸리고 넘어갔는데. 방학 Day 2에 걸리다니. 철없는 생각이지만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억울하다 였다. 다행히 증상은 백신 맞고 나서 아픈 정도로 경미한 편이지만, 어쨌든 아프긴 아프고 만사가 귀찮다. 어제 세운 계획 중 유일하게 지킬 수 있는 것이 둘째 날부터 매일 일기 쓰기 뿐이라니.
내가 양성이 나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남편은 내일 있는 일정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했다. 나부터도 그걸 걱정했기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는데 언니에게 코로나에 걸렸다는 문자를 보내자 언니는 바로 몸은 어떠냐며 걱정했다. 언니가 얼마 후 방문하기로 되어있기에 내가 그때까지 아플까 봐 혹은 가족들이 옮은 상태로 있는 중이어서 언니가 걸릴까 봐 걱정돼서 알려준 건데, 언니는 자신의 일정보다 내가 당장 아픈지를 걱정한 거다. 갑자기 많이 아프냐며 제일 먼저 묻지 않은 남편에게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나중에 열이 있느냐며 온도를 재보려는 남편에게 그걸 인제 와서 묻느냐며 팩 쏘아붙였다. 어차피 열도 없었고 남편도 고생길이 뻔하기에 섭섭했던 마음은 제 풀에 꺾여 사라졌다. 어차피 우리의 공공의 적은 코로나지 서로가 아니니. 과연 나는 나만 아프고 지나가기에 성공할 것인가. 오늘의 사랑은 방문 곁에 남겨진 아이의 노트와 먹다만 크래커 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