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과 순수 사이 2

by Soo

박우현은 회의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수간호사와 의국장 권교수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박교수 고생이 많네요. 민원 세 건째죠?”

“네, 근데 마지막 보호자분 전화 통화로 욕설까지 했대요.”


수간호사가 첨언했다.


"설명을 그렇게 하고 검사에 대한 선택을 보호자가 했는데 진료비를 못 내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좀 어려울 거 같네요."

"맞아요. 이렇게 비용처리 해주다 보면 응급실이 공짜 상담소인지 알게 될 거예요. 오히려 다른 응급환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죠."


조용히 있던 우현이 말했다.


"그나저나 첫 번째 민원이 고민이에요. 변현 선생은 화가 많이 나있고 억울한 게 많아요. 아무리 화가 나도 보호자 탓을 하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잘 타이르긴 했어요. 그때 응급환자와 중환자 많고 풀베드였으니 그 상황이 충분히 이해되기 때문에, 사과를 직접 요구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전화해서 사과드리고 잘 설명하고 앞으로 지도 잘하겠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무거운 발걸음으로 응급실에 들어가는데 전공의 이정민이 말했다.


“교수님, 지금 온 초등학생이 하나 있는데요.”

“같이 봅시다.”


안에는 안경을 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앉아있었다.


“9세 노원일, 배가 아파서 왔다고요?”

당연히 보호자가 대답할 줄 알았는데 아이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제가 죄송해서 응급실은 안 오려고 했는데, 이게 처음에는 체한 거 같고 더부룩하고 배가 불편한 듯했는데, 이후 이쪽 아랫배가 계속 아파요.”

아이는 오른쪽 아랫배를 가리켰다.


“와, 아이가 죄송해서 응급실 안 오려고 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네.”

“요즘 응급실이 힘들다는 뉴스들을 봐서요.”

“많이 아프면 와도 돼요. 근데 언제부터 아팠어요?”

“아침에는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았고요. 아랫배가 아파진 것은 오후 2시쯤이에요. 움직이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 좀 더 아픈 것 같아요.”

“선생님이 배 봐도 될까요? 청진해 보고 한번 눌러볼게요.”

“네.”


아이는 오른쪽 아랫배에 압통 및 약간의 반발압통이 동반되어 있었다.


“맹장염 가능성이 있어, 검사가 필요할 거 같아요."

"맹장염이면 수술해야하는 거 아니에요?”

“와, 원일이 정말 똑똑하구나. 맹장염이면 수술이 필요한데, 맹장염일 수도 있고 다른 질환일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부터 하지는 말자. 먼저 몇 가지 검사를 해봤으면 좋겠는데.”

“그럼 지금부터는 뭐 먹으면 안되죠?”

“정답!”


아이는 검사를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그리고는 소란한 응급실 가운데서 아이는 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조용히 책을 꺼내 읽고 있었다.


“정민아, 저 아이 보니까 다시 마음 다 잡히지 않니?”

“맞아요. 요새는 30대 환자들도 보호자가 대신 대답하는 경우도 많은데 저런 친구들 보면 진짜 기특해서 더 잘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조금 뒤, 간호사실에 웃음소리가 터졌다.


“어머, 얘 좀 봐. 자꾸 웃어요!”


이번엔 15개월 된 열 감기 환아였다. 병원이 신기한지, 눈이 마주치면 방긋방긋 웃고 손을 내민다. 청진기 잡고는 “뽀!” 하며 간호사들 손을 잡는다.


전공의도 피곤한 얼굴을 풀고 아이를 한 번 더 안아줬다.


그날 저녁, 박우현은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소아응급실에는 진상 보호자도, 억울한 민원도 많았지만, 아이들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웃음은, 의료진들이 그 자리를 지키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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