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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Apr 09. 2024

거짓말같은 우리의 시간에 만우절에 당신에게 쓴 연서戀書

너를 닮은 나. 나를 닮은 너. 하지만 너무 다른 우리

당신에 대해 쓰고 싶어서 쓸 수밖에 없었어요.

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감정을 뒤로하려고도 하고 평정심을 찾으려고도 하지만 잘 되지 않아서...


먼저 약속을 깨버린 거 사과할게요. 당신에 관한 글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약속까지 했는데 그 약속한 지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렇게 바로 쓰고 있는 나.







놀랍게도 이번주에 예정된 글이 물고기자리 남자와 사수자리 여자에 관한 글이 올라오기로 되어 있었던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뻔한 운명 우연이라기엔 우리에게 보인 많은 sign 들은 과연 뭐였을까?

( 아무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튼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당신의 이름을 딴 역 이름이 고스란히 나오고

 당신의 호텔 엘리베이터에서는 나의 도시 부산의 특산 조개 포스터가 나오고 여긴 태국인데... 그거도

 같이 가 아닐 때 각자 시간을 보낼 때 이런 우연을 보여주는 건 우리가 그저 디테일에 집착하는 건가? _ )







이 연재를 준비할 때 그저 목차를 생각나는 대로 써두었을 뿐인데 이번주가 딱 그 시기인 것이고

다른 글을 적당히 쓸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내

마음에 거짓말을 하는 거 같아서 그럴 수 없었어요.


이 글을 쓴 건 그저 만우절에 대한 예전부터의 기억 때문인지 잔인한 사월이 다가와서 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우울감을 떨치고 싶어서 쉬운 선택을 하려고 했어.

방콕 숙소에서 걸어서 주변 식당을 갔고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에 들어갔어요. 필름 카메라가 가득하고 마침 anonymous라는 전시가 시작된 날.

누군가와 마주 보는 게 아니라 모두 창을 바라보도록 설치된 테이블에 뭔가 클래스에 남아서 방과 후 자습을하는 학생처럼 가만히 앉아 있었어.

잔잔히 흐르는 음악이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은 줄 착각할 정도로 내가 좋아하는 흥얼거릴만한 음악이 고요히 흐르던 작은 카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곳엔 Wifi 가 없었고. 엄한 SNS 보지 않고 온전히 나의 시간을 즐길 수가 있었지.

커피도 준수하고 그곳 역시 손잡이가 없는 세라믹 잔에카페라테를 파는 곳인데 미리 물어보니 아 이런 잔도 있어요. 하며 바리스타가 나를 위해서 커피잔을 하나 꺼내주었어.







한참 음악을 들었을까? 책을 보고 싶지 않고 나도 뭔가 쓰고 싶더라고. 그때 떠오른 생각을 잡아두지 않으면 날아갈까 두려운 건지 그저 기록을 해 두었어.

펜은 가지고 있었지만 마땅한 종이가 없었고. 그래서 아이폰 메모장에 한참을 쓰다가 당신이 너무 그리운데 그 감정의 진원지를 모르겠고. 당신이 그리운 건지

아니면 사랑에 대한 나의 감정이 그리운 건지.







나를 알아봐 준 사람.

어쩌면 여행을 하면서 가장 축복되고 기쁜 순간이어야 하는데 왜 기쁘고 행복하고 그런 감정을 뒤로하고

현실을 미래를 다가오지도 않은 날을 걱정하면서 자꾸 불안해하는 건지.

그냥 당신을 만나면서 내내 그랬던 거 같아.

처음부터 안된다고 이야기했고.

나도 당신도 서로의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이미 같이 지내고 있고. 여느 때와 다른 서로의 본연의 모습에 서로 낯설어하면서 그럼에도 여전히 당장 헤어질 수 없고 분리 불안 장애도 드러나고. 이런 과정보다 더 놀라운 건 내가 당신을 믿고 의지한다는 것.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이를 어찌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믿을 수 있는 거지?

이건 판타지인 건가? 아님 그저 오래도록 기다려온

누군가를 만난 것인가? 이도 저도 아니고 다 지쳐서

이제야 말로 그냥 앉아서 쉬고 싶은 거가?








여러 생각과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참 이야기도 많이 했지.  서로 이야기하고 싶어서 내가 먼저 말하겠다고 다툴 지경이니 둘 다 이야기하기를 참 좋아하고 이야기로 풀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해도 안 해도 되는 말까지 다 해버리고. 어쩌면 몰라도 되는 것들까지 많이 알아버려서 이게 맞는 건가? 하다가도 그냥 허그하고 마는 생각이 다 무슨 소용이고 당장 오지 않는 내일과 미래 때문에 그 시간을 그렇게 쓴 건지 모르겠지만 다시 그 시간이 와도 우리는 현명하지 못하고 어쩌면 더 멍청한짓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표현하고 싶었어. 당신에게 품은 감정은 스쳐 지나는 감정과는 분명히 다른 차이가 있고. 이 시기라서 그런 건지. 우리가 다른 시간에 만났더라면 하는 이야기를 했지만 우린 이야기했지.  서로 흥 하며 스쳐 지났을 거라고. 아마 분명히 그랬을 거야.


어떤 시기에 만난 사람이 그때서야 비로소 그 시기의 인연이 닿았기에 만나진 거처럼.

우리도 그런 것이겠지.


처음 당신과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우리가 보낸 시간이여전히 거짓말 같아. 감히 떠올리지도 않았고. 그리 될 줄 몰랐기에 차오른 감정이 더욱 신기하고 쌓은 추억들이 아름답기에 또 일순 슬프기도 하고 어찌 그리 아름다운 시간을 보낸 거지? 하고 돌아보게 되는 그런.






( April's fool day 1st journal  _ 카페에서 쓴 글 )


나 자신을 평생의 스토리 텔러 인 줄로만 알고 살 뻔했다. 그대를 만나기 전까지는…

나 못지않은 어쩌면 나보다 뛰어난 스토리텔러 당신이 보내준 포엠은 내 마음을, 우리의 시간을 은유적 메타포로 표현해서 어찌 그리 잘 썼던지.

그건 언어가 주는 힘이기도 하고 우리가 언어적 인간이기에 더욱 그러 한 것이겠지만. 당신이 쓴 시는 영어라고 해도 그 절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어.

내가 쓴 글을 일일이 캡처까지 해서 읽은 당신의 노고에 놀라면서도 때로는 내 글을 읽지 않기를 바랐고 그랬기에 최근에 내가 쓴 글은 나의 본연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것만 같아서 내내 신경 쓰였지.







내가 만난 모든 남자들의 결합체 같은 당신. 분명 과거의 누군가의 모습을 찾는 게 아닌데 불쑥불쑥 나오는

당신의 본모습에서 과거의 그들을 만나고 놀라고 아니기를 바라고 또 그대이기를 바라는 내가 있다.


나보다 어쩌면 글을 더 잘 쓰고 이야기를 잘 만드는 타고난 스토리텔러. 밀려진 숙제 같은 과거에 그것의 본연을 망각한 채 뒤로 한채 살다가 다시 오리진으로 내추럴 본 natural born 당신으로 다시 회귀하려는 당신.


누구보다 재미나고 넘치는 끼를 누르며

혹은 다른 방식으로 발현하며 살아온 당신.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는 게스트들의 이야기.

나를 보러 오던 나의 게스트도 내 조언에 귀담아듣던 누군가들을 떠올리며


나를 닮은 당신

당신을 닮은 나

우리는 거울 같구나.








하지만 서로 너무 다른 환경과 상황에서 지내온 세월이긴 우리이기에 내내 부딪힐 수밖에 없고.

때로는 한 명이 무언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고. 때로는 그저 받아들이는 듯한 모양새를 하는 거처럼 보이지만

그 속은 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는. 흔히 말하는 영혼이 닮은 서로라고 하기엔 너무 다른 삶과 상황들이 어쩌면 우리를 말해준 하나의 키워드 같아서 여전히 아프네.

너무 다른데 그럼에도 그대를 보면 나를 보는 거 같아서 짠하고 애달프고 마음 아프고 안아주고 싶고


서로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치명적 약점에도 서로에게 끌릴 수밖에 없고 힘들게 잡은 손을 쉽게 놓을 수도 없는 이 감정의 소용돌이를 어디에다 토로해야 하는지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아니면 그저 조용히 사그라들 때를 기다리면 되는 건지.









식당에 가면 여기 둘러보라고 여기에서 하하 호호하며 아무것도 아닌 일에 웃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다고.

정말 둘만 아는 농담과 바보 같은 조크에도 우린 뭐가 그리 재미나서 그리도 웃었던 걸까?

우리가 나눈 대화를 영화 대사로 써야 한다고. 우리가 나눈 보석 같은 대화들을 고스란히 저장해두지 않은 게

너무 아쉽고 단지 그거만으로도 충만할 수 있다는 거.

하지만 우리의 관계를 우리가 보낸 시간을 포장하고 싶지는 않아.








그저 차오르는 감정에 솔직하고 싶고 글을 쓰고 싶게 만들고 이 감정이 스며들 듯 그저 일상이 될까 봐 두려워 뭐라도 하고 싶고 표현해두어야만 할 거 같고. 영감을 받았다 느끼면서도 발현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 걱정되고 그대가 상처받는 걸 보고 싶지도 않고 내가 아프고 싶지도 않아서 적정한 거리를 두려고 하고 또 여전히 한없이 그리워하고.


과거의 누군가의 모습이 보일 때면 아 어쩌면 나는 꼭 이런 이와 만나지는 걸까? 그러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고 아니 어쩌면 피하려고 하는데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몸이 수천 킬로 떨어지면 나아질까? 이 감정도 옅어질까? 아마도 시간은 그리 할 힘을 가지고 있겠지?

하지만 여전히 그는 내가 쉬이 용납하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평생 살아갈 것이고 그걸 옆에서 묵묵히 바라보면서 살아갈 자신이 없는 것 또 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감정의 hazard는 그저 그런

감정의 불장난과 다르다는 것을 이미 안다.

인생에 몇 번 아니 다시 없을지 모를 그런.


나를 나보다 정확하게 진심으로 바라봐 준 사람.

그 강렬한 눈길에

그 감정에

그리고 무한 같은 보살펴 줌에 응석 부리는 내가

낯설고 고마웠지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긴장을 풀고 있는 나 자신이 놀라워서 한참 아팠고 그게 독인지 아니면 그의 마음을 이용해 버리게 되어서 이상하게

꼬여버렸다.







모든 게 혼란. All Confused.  

그냥 아이러니의 연속


그냥 예전보다 심플해지면 안 되나? 어쩌면 더 작은 것에 집착하는 건 아닌가? 심플해지고 싶다고.

복잡할 거 없다고 입은 말하지만 머리로는 어떠한가?

커피숍에서 주문하는 커피 한잔에도 심플하지 못한

내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쉽게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집으로 돌아와서 쌓여 있는 작은 것들에 화가 난다. 그토록 좋아해서 모은 작은 것들이 짐처럼 여겨졌다. 나는 이 작은 것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그동안 내가 살아온 삶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무너진 건 아닌데 하나의 챕터를 지나고 있음이 몸으로 마음으로 전해져 온다.







숲에 가서 임금님은 귀는 당나귀 귀. 하고 소리치는 거처럼 누군가에게 소리치고 싶다가도 또 누군가에게

하나하나 긴 디테일을 살려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누구에게 해야 할지 몰라서 쓰고 있는 글.

허공에 대고 내 이야기를 조잘조잘 떠드는 거 같은

느낌이지만 이럴 수밖에 없는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올리는 이번주 글은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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