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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Apr 02. 2024

길에서 만난 모델 같은 이태리 남자

나를 추앙해 주었던 아름다운 청년과 한 달

이 글을 쓰려는 주에 맞춰서 놀랍게도 그에게 메시지가왔다. 거의 연락하지 않고 지내지만 가끔 나의 인스타 스토리를 보거나 하트를 눌러주곤 한다.






그와 만난 건 벌써 2년 전 이태리를 비롯하여 유럽에서3개월 여 지낼 때 1개월 정도 신세를 진 친구 이야기

꺼내 쓰려고 한다.


라오스 태국 베트남 등 3개월의 여정의 막바지에 돌연 2년 전 이야기를 쓴다는 게 조금 그러하지만 어쩌면

지금의 현재의 마음을 다독이기에 나름 좋았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올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여 추억팔이를

하려 한다.




그의 베스파를 타고 겁도 없이 구비 구비 언덕길을

내려오고 약간의 사고에 경미한 부상을 입고 또 타다.




3개월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마음이 후련하고

어서 가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여전히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인데 그 여정은앞으로 차차 기록하기로 하고 이번주 테마 이태리에서만난 젊은 모델 같았던 아름다운 남자 이야기를 하고자한다.









코로나가 아직은 기승을 부리던 2년 전 봄.

남미여행을 준비했지만 주위의 만류와 여러 사정으로 가지 못하고 결국 선택한 것이 터키를 거쳐서 이태리로가는 것이었다. 터키 3주 후에 이태리 밀라노로 갔지만예전에 내가 배낭여행 할 때의 물가가 아니라 도미토리도 주말에 5~6만 원씩 하는 물가에 놀라고 몇 번이나 간 밀란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프랑스 깐느 갔다가 그냥 이태리 리구리아 지역으로 동선을 틀었다.

그러다가 제노아에서 우연한 기회에 그와 마주쳤다.








정말 어느 지친 밤에 길에서 마주친 거다.그는 기차를 타러 역으로 가는 중이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

지친 마음에 어딘가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바로 옆 벤치에 앉아서 그냥 처음 만난 이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야기를 끊지 않고

계속 이어가려고 했고, 난 피곤해서 혹시 다음에 만나면 뭐라도 한잔 하자. 하고 에둘러 보내려는데 지금 가는 건 어떠냐고 대담하게 말하던 그.

사실 처음 만난 사람과 다음에 만나자 하면 만나질 일이 거의 없으니. 어쩌면 지금 마시는 게 뭔가 그럴듯하게 들렸고.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에 가야 하는 정해진 일정이 없던 나로선 그냥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어느 밤이었다.


그리고 그 밤은 아주 길어졌다.






정말 갈 곳을 잃고 망연자실 제노바 밤거리를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서 다시 거기서 하룻밤 또 자야 하나?

하던 참이었다. 이미 여행에서 지칠 대로 지치고 ( 터키 여러 도시와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니스, 깐느 그러다 간 곳이 제노아)


나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이게 내가 바라던 여정인가?를 생각하던 밤이었다.


그 잠시의 시간은 영겁의 시간을 같이 보낼 것을 예상한 것인지. 그는 좀처럼 집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사말처럼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한잔하자는 말이 몇 번이 나오고서야 우리는 근처에 와인을 마시러 갔다.

그곳조차도 거의 마치는 분위기였지만 그는 아주 친절하고 세세하게 여자 웨이트리스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나에게도 어떤 와인이 좋겠냐며 물어보고는 화이트 와인을 주문한다. 가볍게 마시고 헤어질 거라 화이트 와인으로 하자한 거였는데, 나중에 안 사실 그는 주로 레드와인을 마시고 더 좋아한다는 거.


내가 한 잔이면 된다고 하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자기가 산다고 한다. 아니 그걸 물어본 게 아니고.

난 정말 많이 못 마시니까 한 잔이면 된다고 한 건데...


결국 우리는 화이트 와인 한 병을 금세 비웠다.

여하튼 그는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했고, 우리는 와인을 마시면서 아주 천천히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에게 와인을 오픈해 준 그녀마저 퇴근하고 끝을 달려가는

즈음에도 그는 돌아갈 생각이 없다.

나는 돌아갈 곳이 없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의

기차는 벌써 끊겨버린 뒤였다.








작업 걸듯이 끈적이지 않는 그가 편하고 좋았다.

나중에 같이 같이 지내면서도 계속해서 섹스를 맡겨둔 거처럼 요구하는 이상한 놈들과 달리 그는 그런 요구를한 번도 하지 않았다.

스킨십이나 섹스를 싫어한다는 게 아니다.

그를 소유할 생각도 없고, 할 수 도 없고. 너무나 젊고 아름다운 그대를 그저 보는 거 만으로도 좋았는데

많이 질투하고 더 함께 하고 싶어서 견딜 수 없을 만큼 좋아져 버린 걸 뒤늦게 깨달은 거다.


관계를 말하지 않고 그저 옆에서 그의 여름에

그의 한 부분에 살다가 가고 싶었다.






그의 친구들과 이태리어로 한참 떠드는 그를 볼 때,

해맑게 아이처럼 웃는 그를 볼 때,

지나가는 사람 누구 하고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그를 볼 때,

친구들을 위해서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장 보고

수타 면을 뽑아서 파스타를 만들어 먹이고 치우고 서빙하고 그러면서 조용히 오가는 그를 볼 때, 나는 그의 친구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지?

친구들의 술값을 자주 먼저 내는 그를 볼 때,

친구들과의 우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를 볼 때,

몇 번이고 나와 있을 때 전 여자친구와 마주쳐도 자연스레 내게만 보이는 어색한 인사를 나누는 그를 볼 때

* 좁은 동네라서 그녀와 몇 번이고 마주쳤는데 나는 현재의 그의 여자친구도 아닌데 내내 붙어 다니는 것도

참 웃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버지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의 그를 볼 때, 너무나 부러웠다. 더 이상 나의 아버지와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것에서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그를 인정해 주는 그의 아버지도 참으로 멋있었다.







실제로 그들 부자는 유전자가 좋다고 해야 하나?

근사한 외모를 자연스럽게 장착하고 있었고, 성품 모두아주 좋고 두 사람 다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나중에 그의 아버지 집에서 지낼 때의 식사 시간은 어느 이태리 비스트로 보다 풍성하고 근사했다. 소소한 이태리가정식을 매일매일 만끽하던 그 나날들.

언덕 위에 위치한 리코의 작은 집.

끝내주는 전망을 가지고 있고 한편에는 아버지의 서재와 게스트룸. 작은 리빙룸 겸 키친에서 아페리티보를

즐기기.

거의 매 식사 시간마다 와인 한잔을 하거나 샴페인 레몬첼로 등 다양한 음료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즐기던 나날들.







왜 우리 가족은 그런 시간을 좀 더 가지지 못했을까? 를 떠올리며 우리 아버지와 술 한잔 제대로 못한 게 아쉽고 여전히 그립고 뭔가 제대로 보여드린 게 없어서 너무나 죄송했다.


그러면서 그가 일하러 갔을 땐 그의 아버지와 안 되는 영어로 구글 번역기로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기도 했다. 그냥 혼자 드시는 거보다는 같이 먹는 게 나을 거 같아서 그리 한 건데 돌아보면 다 그저 감사하기만 한 시간 이었다.







시절 연인


미래를 꿈꿀 수 없는 관계

오늘만 있는 관계를 생각해 본 적 없었고, 그런 상황에 처할지 미처 몰랐다.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리고 당신을 만나고도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지. 속이 깊은 친구인지를...

나 보다 어른인 당신에게 나이만 많은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아니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는

당신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뭐라도 주면 정답 같은 리액션으로 기뻐하는 그를 보면 어쩔 줄을 모르겠다.

그에게 정말 딱 어울리는 스카이블루 셔츠를 선물했을 때의 그의 반응은 정말 이뻐서 깨물어주고 싶을 거 같았다. 사실 전부터 사 주고 싶었는데 내내 어디 갈 때마다 블루 셔츠를 보던 그를 보고 내가 사줘야지 했는데


그가 다른 걸 사 들고 와서 이거 어때? 하는데 나랑 같이 가서 고르지.. 하며 내심 서운한 마음을 들킬세라

아, 잘 어울리네. 근데 다음에 내가 가서 골라줄게.라고 말하면서도 나 뭐 하는 거지? 했다.

그러다가 헤어지는 날을 정하고서야. 겨우 셔츠 하나 선물했다.








너무 기뻐하면서 비싸지 않았느냐? 사이즈가 너무

완벽하게 맞는데. 바로 선물을 펼쳐 입고서는 거울을 보고 괜찮냐고 묻는 그대가 너무 이뻤다.


셔츠를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건 분명 처음이 아니다. 아버지를 포함해서 많은 이들에게 선물했고 그들의

반응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 처럼 기뻐하는 걸 제대로 표현하는 이를 본 적이 없다.

내가 셔츠 살 때 이런 말을 들으면 좋을 텐데 하는 나의 생각을 내 뇌 속에 들어가서 정확히 읽은 거처럼 반응하는 그가 놀랍고 사랑스러웠다.


나의 아버지는 내가 선물한 셔츠를 제일 자주 입으시는거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셨다면, 그는 받는 순간

부터 주는 기쁨을 알게 해 주었고, 입을 때마다 잘 어울렸고( 실제로 데이트 나갈 때면 꼭 입었다. )

단추를 몇 개 더 풀고서 리스토란테 테이블에 앉은 그의 모습은 완벽했다.


그는 처음에 내가 제노아 밤거리에서 만난 그가 아니었다. 뭔가 달라졌고 뭔가 나쁜 남자 분위기가 났다.

그건 분명 내가 좋아하는 방향이었고, 그래서 슬퍼졌다.

그는 늘 산만했고,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으려고 했고. SNS를 업로드하지 않지만 늘 접속해 있고, 늘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에 늘 신경을 쓰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있는 게 보여서 내내 마음이 그랬고 그는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스타일이다.

무언가 이유가 있겠지. 몇 번 이야기를 꺼내본 적도 있지만 깊이 파고들고 싶지 않았고, 알고 싶지 않고 그저 옆에서 가만히 있고 싶었다.


그리고 내내 헤어져 있으면서도 그의 연락이 기다려졌다. 누군가와 있으면서도 그의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내가 다른 도시로 가서 나와 떨어지고도 당연히잘 지내는 것이 괜히 한편에서는 속상했다. 그가 재미나게 보내서 속상한 것이 아니라 나는 안중에도 없는 거 같아서..


Buongiorno 보다 언제나 Buona Notte를 꼭 해줬으면 했는데 아침인사는 거의 꼭 하는 그 이지만 잘 자요 인사는 때로 지나치는 그에게 서운했지만 그걸 당당히 요구할 연인 사이도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연인보다도 가까웠고, 다정한 선물을 주고받았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여러 번 했다.

늘 나보다 큰 사람 같던 한참 어린 그가 좋았지만

그의 미래에 내 그림을 끼워 넣을 수는 없다.

처음부터 바라지도 원하지도 않지만 가까이에 있기에 더 그립고 소중했던 사람.







혼자 피렌체에 머물다가 그와 시에나에서 다시 만났고,

다시 만난 재회의 순간의 그의 표정과 뛰어오면서 나를힘차게 끌어올리던 그의 팔을 아직도 기억한다.


못 본 사이 더 큰 거 같고 뭔가 더 듬직해지고 나쁜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게 좋았다.


다시 찬찬히 보니 나를 추앙하는 여전히 추앙하는 줄로만 알았던 그가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다.


언젠가 그의 친구와 그의 친구 어린 딸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그녀가 울자 덥석 끌어올려서 안아주는 모습에서 그의 미래의 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내심 씁쓸하고 질투가 났다.

나와는 결코 그려지지 않는 그런 그의 미래.


그랬다. 처음 봤을 때 순수하고 수수했던 그는 나와 지내면서 점점 뭔가 피로하고 낯선 나쁜 남자의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 그런 그가 여전히 아니 더 좋았지만 우리는 헤어질 때가 된 것이다.






마지막에 다시 그를 봤을 때 그는 코로나로 한참 고생 중이라 다른 친구들과 아페리티보 자리에 함께 나가지

못했고. 그저 내가 그가 말하는 리스트로 장을 봐서 마지막 식사를 함께 했다.

늘 먹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셰프를 해도 될 정도의 수준이지만 너무 하나하나 정성 들여서 내는 사람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돼서 1인 밥상이나 가능할까?


그가 농담처럼 한국에서 이태리 식당을 하자고 이야기했지만, 그건 정말 그냥 하는 이야기이고.

한국이라도 오면 좋을 테지만 그게 언제 일지 아니 그날이 오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기억으로 나에게 아름다운 사람으로 계속 기억될 그.








훤칠한 키와 긴 다리로 큰 보폭으로 걷는 그. 돌아올 때면 늘 달려서 오면서 기쁨을 주던 다정한 사람.

기차에 타거나 내릴 때 연락을 주던 다정한 사람.

꼭 한 손에는 와인 한 병 사 들고.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다른 형태로 다른 방식으로 나에게 사랑의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는 각인된 존재. P


부디 건강하게 아름다운 사람으로 아름다운 남자로

멋진 사랑 하면서 살아가기를 멀리서 언제나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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