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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Mar 26. 2024

남자가 아니라도 친구로 만난 다정한 이들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소소한 우정 이야기

장기 여행이 이리 계속될지 미처 몰랐지만 3개월 정도 해외에 계속 있다 보니 여행 중 권태가 오기도 하고

왜 이러고 있나? 하면서도 섣불리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가 몸의 상태가 계속 회복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3개월을 기점으로 드디어

집으로 가는 항공권을 예약했다.


여행에서 만난 남자 시리즈는 여행이 끝나도 계속될

테지만 이번 여행이 주는 의미가 또 남달라서 어디에다

이 감정을 토로해야 하나 하는 순간들이 울컥하고  

차오르지만 아마도 솔직한 속내를 다 털어놓을 수 있을지 그저 누군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가만히 나의 저널에만 담아둬야 할지 아직 모르겠지만 아마도 차차 풀 기회가 있으리라 여기고 얼른 이번 화를 시작해야 할 듯하다.








늘 그러하듯 불현듯 시작한 연재라서 목차를 주섬 주섬

적다 보니 꼭 쓰고 싶지 않은 내용들 치부조차 적어야

하는 순간들을 목도하게 되는데 얼마만큼 오픈할 수 있을지 어디까지가 보더라인인지 나조차 애매한 지경이

이른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걸 기록하는 건 아닌가 하는 자체 우려도 되고

자기 검열을 이제야 하는 바보 같은 내가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여기고 시작한 연재를 계속해나가려고 한다.


그래서 지난 회가 다소 캐주얼하고 하려던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듯한 느낌도 받는 게 사실이다.

이번 화는 브라더 같은 남자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여행을 하다가 만난 이들과 형제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지내게 되는데 이번 여행의 시작도 그런 친구들을 만났기에 가능한 여정이었다.


라오스에 왔을 때 치앙마이에서 지내고 있는 친구들이 마침 방비엥으로 왔고 타이밍 좋게 여러 친구들을 만났고 때로 또 같이 시간을 보내며 나름의 돈독한 시간을 보냈다.


처음엔 방비엥에서 며칠 그리고 각자 여정을 잘 보낸 후에 다시 치앙마이에서 처음 여정도 함께 한 것이다.







한국인의 정 그리고 의리를 앞세워 치앙마이 역까지

마중한다거나 치앙마이 공항까지 배웅하는 등 돌아보면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해준 이가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그저 의리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기에 가능한 여러 가지 일들을 기억하고

있고 너무나 고마웠다. 과연 나라면 과연 그리 했을까? 생각해 보면 더더욱 그러하고. 그래서 더 깊이 감사를 표현하고 싶은데 그러다가 그 감정이 다르게 표현돼서 미안함이 앞서기도 한다.








돌아보면 나는 늘 불평하고 불편하게 하는 친구의 존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미안하기도 하지만 나는 나대로 그들을 응원하며 진심으로 함께 한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려고 했다.


치앙마이 초반에 주로 함께 여행한 나의 룸메이트 친구는 베지테리언이라 먹는 것에 항상 주의를 해야 했는데

다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한 어느 밤. 친구들은 손수 장을 보고 베지 전용의 김밥을 만들어준다거나 잡채도 따로

야채 전용으로 준비해 주는 등 다정한 면모를 보여줘서 체코 친구도 좋아했지만 그녀 보다 내가 더 감동하기도 했다. 인생에서도 그러하지만 하루하루 먹는 것의 소중함을 여행하면서 더욱 잘 알게 되었다.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누군가의 먹거리를 신경 쓰고 챙겨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의 그리고 사랑이자 행복이 아닐는지.



여행을 하면서 더 심플한 것들이 주는 작은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더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 정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마주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얼마나 연약하고 나약한

존재인지 혹은 얼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여정을 계속할 수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너무나 감사하다.









다 함께 포레스트 같은 카페에서 모닝커피를 즐기기.

한밤에 스무디를 먹으러 가서 길거리 바운스 만끽하기.

나란히 모터바이크에 타고 빠이 시내를 달리기.

방비엥에서 제일 전망 좋은 카페에서 이틀 연속 커피 마시기.

친구들이 여자 만나는 동안 혼자 산책하기.( 각자의 연애 라이프를 각자 방식으로 응원하기 )






여행 중반에 다 같이 친구들과 빠이에 갔을 때 친구

아버님이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친구이지만 그 소식이 나의 일처럼 다가왔고 뭔가 위로를 해주고 싶지만 크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마음이 아팠고, 결국 친구는 예정보다 빨리 귀국했다. 가끔 통화를 하거나 안부를 전했지만 나의 여정에 쫓겨 또 소식을 최근에 전하지 못했지만 오래간만에 안부를 물어야겠다.


다른 지역 축제에 갈 때 친구의 침낭과 텐트를 빌려가서 평생 해보지 못한 솔로 캠핑의 즐거움도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친구들이 있기에 가능한 여정이었고, 치앙마이 여정 시작할 때부터 나의 캐리어를 친구네에 맡기고 가볍게 여행할 수 있었던 것도 친구들의 배려 덕분이었다.








아직도 나의 일부의 짐이 그들에게 맡겨져 있고 우리는 곧 또 언젠가 함께 할 시간을 보낼 거라 여겨진다.


이토록 여행이 아니면 알지 못했을 친구들이 있어서

국내에서와는 또 다른 차원의 버전의 우정을 만끽하며

여행을 한다. 그들도 각자의 여정에서 즐거움을 찾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을 알고 있고, 서로의 미래를 응원하며 따로 또 같이 여행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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