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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Mar 19. 2024

플러팅의 달인 aka. Simple Man

그냥 지나치기도 하지만 만나면 즐거운 바 사장님

언제부터인가 플러팅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가 있었는데 여행 3개월 차에 접어드니 우리말이

어눌해지는 느낌이 든다. 계속 영어를 쓰거나 일본어를 쓰거나 그런 상황에 놓이다 보니 오랜만에 브런치에

접속해서 글을 쓰려니 살짝 낯설지만 기분 좋은 기분으로 글을 시작하려 한다.


이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언제까지 여행을 계속할지 어디에 있을지 모른 채로 일단 연재를 시작해 버려서

약간의 부담감을 안고 매주 어찌어찌 버티며 올리고 있다. 매일 어디에서 머물지 혹은 어디 가서 점심을 혹은

커피를 마실지 등을 정해야 하는 일상의 선택과 글을 쓰고 업로드한다는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지만 그저 즐기려고 한다.


태국에서 분명 베트남으로 갔는데 어쩌다 리턴해서 다시 태국으로 왔다.

긴 사연은 다음에 올릴 기회가 있으면 쓰겠지만 그거보다는 이번화의 주제를 얼른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치앙마이 한달살기의 메인 숙소라 할 수 있는 올드시티 끝자락의 오래된 호텔은 수영장이 맘에 들고 가성비가 좋아서 다시 가고 싶은 곳인데 그 근처에 매일 다른 팀이 라이브를 하는 작은 바가 있다.








이름하여 더 심플맨 The Simple Man 이름 철자 그대로 심플맨이 운영하는 오픈 형태의 바인데  그저 늘 걸어 다니는 내 동선에 늘 그가 있었고 어느 날 라이브를 잠시 듣고 지나려는데 그가 말을 걸었다.


" 술 마시지 않아도 되니까 앉아서 음악을 듣고 가세요."

그는 아주 친절하게 말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음료를 시키지 않고 음악만 듣기에는 그냥 미안했고.

룸메이트가 기다리고 있기에 다음에 오겠다고 하고 지나쳤지만 숙소로 돌아갔을 때 그녀는 이미 잠든 뒤였다. 라이브 음악을 더 듣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가까워도 숙소에 돌아와서 다시 가지는 않았다.

그저 숙소에서 저 멀리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그곳 바에서 인가하고 짐작할 뿐이다.







그러고 내내 꼭 그 앞을 지날 때면 장난을 치고 말을 걸거나 우리는 오랜 이웃인 된 거 마냥 인사를 하며

나는 꼭 그 앞을 지나갔다. 그리고 정말 맥주 한잔이 간절한 날 그곳에 가서 싱하 맥주를 주문해서 마셨다.

마침 올드스쿨 분위기의 음악이 연신 라이브로 연주되고 그 순간들을 기록했다.





손님들 역시 아주 젊거나 아니면 아주 나이가 많았다. 어디에도 내 또래는 없어 보였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고. 늘 친절하고 다정하게 맞아주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갈 때마다 꼭 누군가와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는 게 좋았고 해외에서 단골가게가 생긴 거 같아서 기뻤다.


나의 룸메이트는 같이 지나만 갔을 뿐 그곳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았고, 꼭 갈 때면 주로 혼자 가게 되었고.

어딘가 단골로 술을 마시러 가는 그런 패턴의 사람의 아니지만 정말 가까운 거리의 자주 지나는 거리에 있어서 2~3번은 가서 싱하 맥주 작은 병을 한잔 아주 천천히 마시고 그곳에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어느 날 구글 리뷰를 읽었는데 한국인이 쓴 글 중에 여기 사장님은 플러팅의 장인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그 표현이 가히 정확했다. 하지만 그는 여자 손님들에게만 다정한 것이 아니라 대체로 그를 찾아오는 누구에게라도 친절한 아니 친절해야만 살아나갈 수 있는 사나이인 것이다.


어느 날인가 갔을 때는 거의 마칠 쯤이었는데 서둘러 마감을 하고는 배고프다며 뭔가 먹으러 가자고 했다.

나 역시 출출한 터라 그의 바이크를 타고 따라나섰다. 치앙마이 한달살기 시작의 첫날 머물렀고 2년 전에

마지막 걸었던 클렁 메이 쪽에 조그만 가게로 데려간 그. 가기 전에 어딘가 들러서 잠시 기다렸는데 그는

배가 고파서 고기를 조금 샀고. 그걸 근처 옆 가게 누들집에서 같이 먹었다. 그저 어디에나 있을 법한

로컬 맛집인데 누들이 너무 맛나서 나중에 한 번 더 찾을 정도였다. 역시 한밤에 먹는 누들은 최고지!

이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숙소 앞에 안전하게 데려다주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아주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스치고 이야기하고 또 무언가를 나눠 먹고 마시고 때로는 평소에 하지 않는 일을 하기도 하게 되는데 그런 소소한 즐거움이 나는 너무나 좋다. 여행이 아니라면 절대 마주칠 일없는 이들을 만나서 삶의 한 부분을 영위한다는 것. 그것이 나의 이번 여행에서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닌가 한다.







그 이후에도 가서 늦게까지 이야기하고 떠들고 해도 안 해도 그만인 이야기 일지라도 그 순간을 즐거워하면서

누군가와 연락처를 주고받기도 하고 다정한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하는 그런 공간.

그리고 매일 다른 라이브팀에게 사례를 하면서 지역사회에 작은 환원을 하려고 하는 작은 바 사장님의 마음

그런 모든 것들을 함께 마주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어서 치앙마이 한달살기 하는 동안 내내 행복했다.






또 그곳에서 가서 가볍게 한 잔 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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