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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Apr 16. 2024

취향이 닮은 사람을 만난다는 건

영화 만들고 싶은 두 사람

이번주에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이 글을 시작하는 지금도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극도의 불안과 허무, 게으름이 동시에 와서 연재를 중단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그냥 쓰기로 합니다.


여행을 하면서 꼭 누군가와는 만나게 됩니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처음 해외로 가는 비행기를 기억합니다.

그때도 친구들이 가게 되지 못하게 되어 혼자 유럽으로 갔는데 경유지인 오사카 가는 비행기에서부터

비행기를 같이 탄 또래 오빠들을 만나서 여행을 시작한 기억이 있습니다. 한창 배낭여행이 붐이었던 시기라

그렇게 집을 나서면 꼭 누군가와는 마주치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여정을 함께 하기도 합니다만

때로는 아무도 만나 지지 않은 채 나 홀로 여행을 하게 되는 경우도 아주 많습니다.






이번 화에서는 그저 오늘 떠오른 누군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은 방콕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가장 많이 간 해외도시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허브로서 좋은 위치를 가지고 있어서 이기도 하고 저의 도시에서도 언제나 직항 노선이 있으니까 이기도 해서

좋은 가격의 항공권을 발견하면 심지어 제 카페를 운영하던 시기에도 짧게 다녀간 곳이 바로 방콕입니다.







이번 3개월 여정에서도 방콕을 4번을 찾았는데 라오스에서 올 때는 어머니가 계시는 라차부리로 가기 위한

경유지였고. 그곳에 머물면서도 일부러 기차 타고 나와서 바람 쐬기도 했고. 어머니가 귀국하시고 치앙마이

가기 전까지도 방콕에 머물면서 일주일 여행하고 이번에 돌아오는 귀국편도 방콕이라 후아힌에서 돌아와서도 며칠 머물러서 나름 익숙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하루 여행을 하기는커녕 잠시 이야기를 나눈친구에 대해서 쓰고자 합니다.


방콕은 큰 도시이지만 어디서 머무는 게 좋지? 하고 물어보면 선뜻 떠오르지 않습니다. 한 달 살기보다는

늘 스쳐 지나는 길목에 있었기에 갈 수밖에 없는 일본 간사이 지역으로 따지면 오사카 같은 곳이라 지나는

곳이지만 좋아하는 곳이라 갈 때면 새로운 곳을 explore 하거나 예전에 갔던 곳을 가기도 하는데 그냥

짜오프라야 강 근처에 머물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가성비 좋은 호텔을 발견했고 그곳에서 조식을 먹을 때

그와 마주쳤습니다. 이미 저는 그날 체크 아웃 하는 날이기도 했고. 각자 일정이 있었기에 같이 여행할 일은

없었습니다.






처음엔 역시나 하는 동선 체크 등 스몰 토크를 나눴고 아침 식사를 셀프서비스로 먹을 수 있었고 손님이 별로

없는 곳이었기에 그저 둘이서 한참을 이야기했습니다.


그가 기억에 남는 건 단 하나 영화에 대한 이해 때문이었습니다.


여행이나 앞으로 어디서 살고 싶은 지 등을 이야기하다가 그도 나도 치앙마이를 간다는 정도가 공통점이었는데 나는 그에게 치앙마이에 가면 꼭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고. 그도 사진이나 영상에 관심이 많고 툭하면 툭. 서로 좋아하는 감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고 그러다가 그는 제가 좋아했던 일본드라마에 출연한 경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숙소에서 아침 먹다가 커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각자가 관심 있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 말로 여행 중 마주하게 되는 가장 큰 기쁨이자 즐거움 아닐는지?


좋아하는 도시의 결이 닮아있거나. 앞으로 어디에서 지내거나 살면 좋겠다거나. 사진 전용 계정을 따로 가지고 있고 이미지나 영상에 일가견이 있거나 그저 단조로운 아침의 시작에 그런 대화가 흥미로웠습니다.

그에 대한 남자로서나 인간으로서의 관심보다는 취향이 닮아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에 기뻤습니다.






하지만 각자 여행일정과 동선은 꼬여서 그와 다시 만날일은 없었습니다.


나 역시 치앙마이에서 몇 번이고 영화를 만들려고 시도하고 몇 번의 테스트 촬영도 하고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그저 개인 기록용 비디오 정도를 만든 쇼츠가

450개 정도 됩니다. 그것을 묶어서 편집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생각하는 의도의 영상이 나오지 않을 듯하여 아직 시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눌 때 각자 영상을 찍고 물론 공통된 테마는 가지고 옴니버스 영화로 연결하는 것까지 아주

디테일하게 이야기했지만 결국 각자의 스케줄과 영상에의 열의가 아무래도 부족한 듯합니다.






제가 여행을 하면서 영화를 찍으려고 시도한 건 캐나다갈 때였습니다. 흔들리는 시점샷으로 그 당시 쓰던

카메라로 동영상을 한참 담았지만 결과물은 참담했습니다. 그저 나의 기록용으로도 보기에도 아쉬운 정도랄까요?


이번 여정에서도 유튜버 친구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있어서 저도 그 옆에서 몇 번이고 시도하려고 하고 함께 영상을 담았지만 그 조차 쉽지 않고 어색했습니다. 유튜브 붐에 편승하겠다는 건 아니고 정말 영화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저 영화 만들 수 있을까요? 극장에서 개봉된 영화를

보러 간 지도 한참이네요. 귀국하면 영화 시간표 알아보고 항상 영화 먼저 보러 가던 사람이 게을러졌습니다. OTT 서비스에서도 영화보다는 시리즈 물을 보거나 아예 한국 일본 드라마를 더 많이 보고 있는 제가 몇 년째 계속되는 느낌이네요.





다음 주에는 제발 정신 하나만이라도 차려서 제대로

연재 글을 올려보고 싶습니다. 어디에 계시건 건강하나만 유지하고 계신다면 그 거로 의미 있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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