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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말초 Jan 19. 2024

상수역

오랜만에 온 이리 카페. 카페 안 사람들은 책과 노트북, 이야기 앞에서 골똘해진다. 기꺼이 스스로 골똘해지는 모습이 좋다. 그래서 도서관도 좋다. 우리는 공간의 힘에 기대어 그 속에서 같은 분위기를 내뿜는다. 자리에 앉자마자 드라마 런 온에서 미주가 했던 대사가 떠오른다. 나는 나랑 제일 잘 지내고 싶거든요. 나를 과잉으로 사랑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학대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 균형을 잘 맞춰가는 게 내 평생의 숙제라고 생각해요. 자기애와 자기 연민의 늪에 빠지지 않고 글을 쓰고 싶다는 이슬아 작가님의 글과 비슷한 맥락 같다. 나를 너무 어여뻐하지도 않고 가여워하지도 않으며 모서리에서 모서리까지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 현아가 들어왔다. 오래된 캠코더를 들고.


줌- 아웃 버튼을 반복해서 만지작거린다. 아이폰보다 훨씬 먼저 만들어졌을 이 캠코더는 아주 멀리까지 가까이, 부드럽게 우리를 데려간다. DSLR의 시대에 중고 캠코더를 사고, 태어나기도 전 음악을 찾아 듣는 친구들과 나는 알고 있다. 어쩔 땐 아득한 과거의 흔적이 현재를 더 가까이, 부드럽게 표현한다는 것을. '제비다방' 이곳도 마찬가지다. 소설가 이상이 연인과 함께 종로에 차렸던 다방이다. 주로 동료 문인들의 토론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문인들이 모이던 종로의 다방은, 음악인들이 모이는 상수의 다방이 됐다. 오래된 캠코더를 들고 한 소설가로부터 시작된 장소로 향한다. 과거와 과거가 만나는 곳에서, *다음 세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서로 닮은 네 명이 닮은 표정을 짓고 닮은 행복을 빛내고 있다. 이들의 이름처럼 지금 세대가 지난, 다음 세대에도 음악은 남겠지. 다음 세대에게도 또 그다음 세대에게도.


지금 세대의 나는 여전히 박완서의 글을 읽고 빛과 소금의 음악을 들어. 다음 세대의 네가 듣고 있을 여전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차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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