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악보

재주넘기 스물일곱 번째 주제: 영원

by 오말초

봄은, 사색하기 좋은 계절이다

다시 말해 봄은 ‘영원’에 대해

골똘해지기 좋은 계절이다

모든 것이 소리 없이 피어났다

정처 없이 흩날리다 맘 둘 곳 없이

스러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봄의 형상은 삶의 멜로디

봄의 안부, 봄의 악보를 그리면

음표가 피어난다

음표를 따라가다 보면

쉼표,

점점 세게 <

점점 여리게 >

오선지에 꽃잎이 하나 둘 얹어진다

맨드라미

작약

금목서

저 멀리 이명이 들린다

전생에서부터 출발한 소리 같다

삐 -

이명 같은 삶

나에게 들리지만 너에겐 소리소문 없는 것

서로 다른 이명을 듣고

같은 삶 속 다른 영원을 맛본다

이제 봄의 연주가 끝이 난다

도돌이표를 그리고 싶지만

모든 연주는 끝이 난다

악보 위에 꽃잎을 잔뜩 남긴 채로

봄에게 빨간 목도리를

매주었다.

다음에도 소리 없이 찾아올 봄에게

그때 나는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언젠가 끝날 봄의 악보

봄의 안부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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