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고 귀한 소녀 이야기
나는 금이라는 여자 아이를 한 명 안다. 금이는 9살이고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지고 있다. 씨익 웃는 얼굴은 옛날 못난이 소녀 인형을 닮았다.
금이는 쉬는 시간이 되면 선생님들이 쉬고 있는 휴게실 문에 수시로 노크를 하며 담임 선생님을 찾는다.
쉬는 시간이 하루에 5번 있으면 5번 휴게실에 찾아온다. 300명 가까운 아이들 중, 내가 우리 반도 아닌 금이를 아는 이유는
그만큼 휴게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몸을 이리저리 배배 꼬며 담임 선생님을 찾는 금이. 금이는 크롭티를 좋아한다.
금이가 몸을 배배 꼴 때마다 통통한 뱃살이 씰룩씰룩 튀어나온다.
금이의 배꼽이 보일 때마다 금이에게 배를 가리라고 말해준다. 바지도 추켜 올리라고 일러준다.
금이는 웃기도 잘 웃고 엉엉 우는 일도 잘했다. 소리도 잘 지르는 소리 지르기 대왕이다.
쉬는 시간 휴게실을 찾아올 때 금이의 두 눈에는 대게 눈물이 그렁그렁 가득 차있다.
담임 선생님이 놀래서 금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남을 이르는 말이다.
친구가 나와 안 놀아준다, 친구가 나를 놀렸다, 친구가 나를 괴롭힌다.
담임 선생님께서 상대 아이를 찾아 실상을 들어보면 내용은 달랐다.
금이가 먼저 친구를 따돌리고, 놀리고, 떄리고 괴롭힌 일이 태반이었다.
그래도 금이는 항상 억울해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금이는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달고 휴게실에 쫓아와도 선생님의 걱정을 살 수 없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처음 내가 금이라는 아이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된 일은
금이 담임 선생님의 말 때문이었다. 금이의 옷이 일주일째 바뀌지 않는다는 말에 아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니 정말 그랬다.
어제 급식을 먹다 흘린 김치자국이 묻은 티셔츠를 3일째 입고 오는 아이.
금이를 잘 살펴본 담임 선생님은 금이에게 학교 끝나고 어떻게 생활하는 지를 물어봤다고 했다.
금이는 학교가 끝나면 혼자 놀다가, 혼자 배달음식으로 저녁을 챙겨 먹고, 혼자 강아지 산책을 시킨 뒤 잠든다고 했다.
그리고 전날 입고 온 옷을 또 꺼내 입고 학교로 온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금이는 9살이다.
하루 일과를 모두 혼자 보내고 개까지 간수하는 9살 소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나는 금이를 보기 전 까진 감히 상상이 어려웠다. 배달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금이는 하루가 다르게 통통해져 갔다.
금이의 말을 듣고 걱정이 된 담임 선생님은 가정방문을 실시했다. 금이의 어머니는 싱글맘이었다.
젊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보단 남자친구와의 동거를 택했나 보다.
선생님은 아이가 혼자 저녁 챙겨 먹고 자도록 하는 일은 방임이 될 수 있다고 어머니에게 경고를 했다.
그 이후로 금이는 아동 센터와 연계돼 센터에서 챙겨주는 저녁을 먹는다고 했다.
그리고 해가 바뀌었다. 금이의 담임 선생님도 바뀌었다.
금이의 담임 선생님은 나와 친한 젊은 여자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금이 이야기를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힘든 아이들이 유난히도 많은 그 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인지 금이도 많이 터프하게 살아가는 모양이었다.
토요일 오후 5시, 금이에 대해 생각해 본다.
금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개 산책을 시키는, 이제는 10살이 된 금이.
금이의 마음이 더 씩씩하게 자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