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만 믿는다
올해, 체육부장을 맡으며 선물같이 내게 다가온 아이가 있다.
바로 5학년 태권소녀 채이다. 아무 생각도 없이 올 해 주어진 일만 처리하려던 3월초, 동네 관장님으로부터 문자가 한 통 왔다.
도지역 소년체전에 나가보고 싶은데 학교장 승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부장 처음, 체육부장은 더 처음. 아무 일도 모르는 내게는 관장님의 말이 처리해야 할 일이 늘어난 것 으로만 느껴졌다.
그렇지만 해줄 건 해야겠지. 채이의 태권도 대회 참가를 위해 학생 선수를 위한 여러 일들을 알아봤다.
우리 학교는 운동부가 아니기 때문에, 채이는 개인 학생 선수에 해당된다. 태권도 선수는 보통 태권도장 관장님의 손에 의해서 배출되기 때문에
대부분 개인 학생 선수 이다.
학교에 엘리트 선수가 있으면 머리가 아파진다. 학생 선수 1명을 위해 관리해야 하는 일들은 다음과 같다.
1. 학생 선수 관리 위원회 개최(위원회 구성은 대게 학업성적관리위원회와 같다.)
2. 학생 선수 e-school 가입 시키고 관리(도핑 등의 의무 연수 듣게 하기)
3. 대회 참가를 위한 최저학력제 관리
4. 대회 참가를 위한 학폭 연류 여부 검증
5. 대회, 훈련 관련 출결 관리
6. 학생 선수를 위해 내려오는 예산 관리
7. 대회 참가 시 필요한 서류 관리
정도를 해야 한다. 나는 1명이라서 하고 있지 만약 야구부, 축구부 같은 운동부가 있어 관리해야 하는 학생이 10명이 넘어가는 학교의
담당 교사는 머리가 많이 아플 것이다.
채이의 일을 처리해주고 아무 생각도 없이 살아가던 중, 놀라운 소식을 하나 듣게 되었다.
바로 채이가 우리 지역의 대표로 선발되어 전국소년체전에 나간다는 사실이었다.
채이가 정말 전국소년체전에 나가 입상이라도 해준다면.. 감독교사인 내게는 승진의 출세가도에 오르는 일과도 같다.
교권이 추락하고 교사가 동네 아줌마 아저씨가 되버린 세상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승진이 하고 싶다. 승진해서 관리자의 삶도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
2012년만 해도 초등학교 교장은 우리나라 직업 중 직업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 1위였다.
13년이 지난 지금, 교장 선생님의 직업 만족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학교 교장선생님을 보면 행복해보인다. 교감선생님은 힘들어보이고, 교무부장님은 슬퍼보이지만..
꿈은 높으면 좋은 것이니 나는 나의 꿈을 응원한다. 채이의 꿈은 더 응원한다.
그래서, 올 해 소년체전 결과는 어떻냐고? 16강에서 졌다.
그렇지만 괜찮다. 내년이 있으니까!
1년간 채이를 무럭무럭 잘 키워서 내년엔 메달을 따고 말거다.
힘을 내자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