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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초이 Madame Choi Jan 21. 2022

Ep12. 그녀들의 아침식사.

<브런치로 '분짜죠' '쏘이 가'를 먹는 우리들>

 "신짜오~", "좋은 아침", "굿모닝~"

다들 각자의 인사말로 인사를 하며 카페 문을 열고들어오는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

작년 5월부터 시작된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이 드디어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마담들의 얼굴에도 감추려 하나 감춰지지 않는 화색이 돈다. 곳곳에 흐드러 지게 핀 '부겐베리아' 꽃의 핑크빛이 무색해질 만큼의 화색 말이다.


 아침 9시 30분. 호치민시 푸미흥에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기로 한 우리는, 사실 자주 만나는데도 그래도 또 반갑고 반갑다.

나는 우리 집 힐링인 늦둥이 막내를 유치원에 보내고 바로 출발을 해서 조금 일찍 도착했다.

워터 재스민 향기 그윽한 아침 공기와, 정말 이쁜 하늘색을 품은 하늘과 동네의 예쁜 집들을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워서 바로 카페로 들어가지 않고 그 근처를 산책 삼아 돌아본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걸어 다닐 일이 별로 없었던지라 천천히 걸으며 이 아침을 누려 보리라 한다.

예쁜 단독 빌라들과 잘 가꾸어진 정원과 화초들, 담장 너머로 뻗은 망고나무의 탐스러움, 가로수로 심긴 육지 맹그로브 나무가 내려주는 붉은 꽃비, 시원해 보이는 커다란 몬스테라 잎과 바나나 나무 잎, 너무 예쁘고 향기로운 프랜지파니 꽃. 산책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만난 카페(왼쪽 상)와 카페 옆의 예쁜 집들>

 어느새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간다.

모던하지만 동양적 느낌이 물씬한 카페에는 벌써 사람들이 아침 식사와 모닝커피를 즐기고 있다.

야외 테이블도 분위기 나고 좋지만 내 피부는 소중하니까 아침볕에 내어줄 수 없어 실내로 들어가기로 한다.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하고 곧이어 세명이 10초~15초 간격으로 저마다의 인사로 들어온다.

다들 뭔가 가뿐하고 즐거운 얼굴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8개월간 집에서 꼼짝없이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돌보며 다들 고생하다가 이제 한숨들을 돌리며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 탈출과 동시에 엄마들도 맘 편히 탈출이다.

다들 배가 고프다며 메뉴를 본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맛있어 보이는 요리에 침이 꼴깍 넘어가고 , 나는 식도염은 어쩔 건지 생각도 없이 자꾸 매콤한 '분 타이'와 '짜죠'가 눈에 들어온다. 결국 우리는 '분짜죠', '분 타이', '쏘이가', '껌찐 카리 가'를 시켰다.

이름이 이상한 이 음식들의 정체는 바로...

*분짜죠-튀긴 춘권과 버미셀리와 야채를 잘 섞어 매콤 달콤 짭짤한 늑맘 소스에 찍어 먹는 국수 요리의 일종.

*분 타이-타이식의 국수 요리, 해산물과 소고기가 들어있고 생강, 레몬그라스, 고추로 국물을 내어 매콤 새콤한  국물이 아주 일품이다. 맑은 똠얌꿍 느낌.

*쏘이가-'쏘이'는 찹쌀밥, '가'는 닭이다. 말 그대로 잘 양념되어 구워진 닭고기와 찹쌀밥이 함께 나온다

*껌찐 카리 가- 치킨 카레 볶음밥, 밥에 마늘과 카레 가루를 넣어 볶아서 카레 양념으로 구운 닭고기와 함께 먹는 밥.


 우리는 '짜다'(냉차)를 마시며 조용히 수다를 떨면서 식사를 기다린다.

카톡으로 거의 매일 안부를 묻고,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만나는데도 늘 새롭고 반가운 건 왜일까?

내가 여기 처음 와서부터 만난 사이라 벌써 우리가 만난 지 6년 차가 되었다.

사실 나보다 5살, 10살 많은 언니들인데 한참 어린 나를 아직 버리지 않고 잘 보살펴 주고 있다. 그냥 감사할 따름이다.  


 드디어 식사가 나왔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데 음식이 깔끔하고 맛있어 보인다.

분 타이에서 풍겨 나오는 생강과 레몬그라스 향이 마치 스파에 온 것 같다. 나는 식도염이고 뭐고 그냥 먹는다.

오히려 답답하고 쓰리던 속이 진정되는 느낌은 아무래도 기분 탓이겠지만 기분 좋게 먹으면 아무래도 괜찮다...라는 누군가의 말을 그 순간만큼은 신앙심이 발동하여 큰 믿음을 가지고 순종에 이른다.

그러나 잘못된 신앙은 늘 그렇듯 멸망하는 지름길인 것임을 곧 깨닫게 된다. 세 시간 뒤 결국 나는 집에 가서 누워버렸다.

오랜만에 먹는 분짜죠는 또 왜 이렇게 맛있는지 채 썬 그린 파파야 덕분에 느끼함은 가고 상큼함이 남았다.

쏘이가는 닭이 단짠단짠 해서 애들이 좋아하겠다며.. 그렇게 말만 하고 우리가 그냥 다 먹었다.

마지막으로 껌찐 카리 가는 강황 냄새가 좀 강하긴 한데 그래도 먹을만했다. 머리가 좋아질 거라며...

결론은 우리는 네 가지 요리를 싹싹 다 비웠다.

베트남 음식은 대체로 채소 위주의 가벼운 음식들이 많다. 먹고 나면 속이 가벼워 편안해서 좋다.

우린 그런 이유로 자주 베트남 음식점에서 만나지만 결국 주문하고 보면 아침부터 고기와 튀긴 요리다.

지난 주도 우린 함께 만나 쌀국수를 먹었다. 돌솥에 담겨 펄펄 끓인 육수에 얇게 저민 와규와 면, 야채를 넣어 먹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지만  가벼운 음식을 먹었다는 기분이 들게 하기엔 충분하다. 왜냐하면 어쨌든 요리의 이름이 '쌀국수'이기 때문이다.

<그날 우리의 아침식사.쏘이가(좌),분짜죠와 컴찐카리가(우),살짝 그릇만 비춰진 분타이>

 이렇게 우리 넷 푸미흥 마담들은 맛있는 베트남 요리로 아침 식사를 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양식 느낌의 브런치도 좋지만 때론 이곳에 살며 이곳의 이국적 요리로 하는 아침식사도 참 낭만적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 살고 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감사히 여기며 말이다.

레몬그라스, 타마린드, 민트, 고수, 라임, 생강... 이곳의 향신료 냄새 자체가 얼마나 이국적인지...

(늑맘 끓이는 냄새는 여전히 내게 참 고약하지만.) 또 가끔 접시 위에 바나나 잎을 얹어 음식이 올려지면 그게 또 얼마나 싱그러운지 모른다.


 부서지는 햇살이 카페 창밖의 커다란 몬스테라 잎에 닿아 마치 몬스테라 잎에 금빛 가루가 잘게 부서져 뿌려진 듯해 신기해하며 우리는 또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눈다.  일 년 전 이 카페 연못에 우리 막내가 물고기에게 빵을 주다가 빠진 이야기, 한 언니 아들의 대입 성공 후 우리의 여전한 축하를 담은 이야기, 한국으로 귀임해 이제 다시 베트남에서 만나기 어려운 언니를 그리워하는 이야기... 등등

그냥 소소하지만 우리에겐 참 소중했던 일상들을 나누며 그렇게 우리들의 아침식사는 마무리가 된다.

그렇게 우린 또 서로를 다독이며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얻고 실컷 웃고 힘을 낸다.

그야말로 힐링의 시간인 것이다.

그녀들과의 아침식사.  그렇듯 소박하지만 행복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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