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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Sep 10. 2023

다이어트 정체기 보고

달리기 근황

 최근엔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전만큼 식단 관리를 타이트하게 하고 있지는 않고, 운동량을 대폭 늘렸다. 어느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몸이 되었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는 단계로 들어가 보려는 것이었는데, 쉽지 않다. 지난 기간 동안의 기록을 확인해 보자.





 달리기는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매일 1km를 달리자고 마음먹었다. 이후 아침, 저녁으로 각각 1km를 뛰었고, 1.5km, 2km로 거리를 늘렸다. 지난 '달리다 멈추는 삶'이란 글을 쓴 후로, 이 악물고 5km는 달려보자는 생각에 8월 30일부터는 5km를 뛰는 데 성공했고, 얼마 안 되었지만 유지하고 있다.


 회사에서 선배들을 보면, 내가 건강관리를 시작한 것이 나만의 특이한 결정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선배 중 나보다 앞서 건강관리를 시작한 형들이 몇 명 있는데, 아마 나랑 비슷하게, 삶의 변화 과정에 적응하는 방법으로 건강관리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년 10월에 달리기를 시작해서, 올해 3월에 동아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형이 있다. 11월 JTBC 마라톤도 풀코스를 뛸 계획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형하고 이야기하면서, 따로 공부하고 알게 된 이야기를 잠깐 소개하려 한다.




 위 그래프는 9월 1일, 5km 달리기를 하면서 기록된 심박수이다. 심박수는 처음 시작할 때는 낮았다가, 급격하게 상승해서 약 10분 이후부터는 변동 없이 영역 4에 있다. 이를 간단하게 도식화해 보자.


 우리가 활동 수준을 높이면, 몸은 그만큼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심박수가 빨라진다. 일정한 속도로 달리기를 하는 상황을 가정하면, 위 그래프의 빨간색 선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심박수가 빨라지고, 그것을 통해 그에 해당하는 수준의 산소를 공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몸은 평소 휴식상태의 심박수에서 한 번에 필요한 수준까지 올라갈 수 없다. 필요한 심박수에 도달할 때까지 우리는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 있게 되는데, 산소가 부족하단 이야기는 굉장히 숨이 차고 힘들단 얘기다.


 내가 그동안 달리기를 뛰다 마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나는 한 번도 저 구간을 넘어설 생각을 해보지 못한 것이다. 달리기를 많이 해 보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은 1~2km, 달리기가 조금 익숙한 사람이라면 3~5km 정도는 뛰어야, 몸이 필요한 산소량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심박수에 도달하게 되어서, 안정적으로 호흡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나는 매번 안정적인 구간에 도달하기 전에 포기했다. 가장 힘든 구간에서만 달리기를 했기 때문에, 달리기는 너무 힘들다는 생각만 들었고, 이 힘든 상태를 다섯 배, 열 배의 시간 동안 버티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포기했던 것이다.


 원래 8월 30일에 5km를 뛸 생각은 없었다. 그전 최장 기록이 2Km이기 때문에, 3km까지만 뛰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저 그래프를 생각하면서, 2km가 넘으면 좀 더 뛸만한 상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시작한 달리기는, 실제로 2km를 넘은 시점부터, 처음으로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악물고 뛰면 못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3km를 넘으니, 오기가 생겨서 5km는 채우고 싶어 졌고, 그렇게 5km 연속 러닝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부끄럽고 동시에 자랑스럽게, 처음 있는 일이다. 형언할 수 없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유산소 운동은 체내 혈당과 글리코겐 소모에 탁월하다. 단식 없이도 빠르게 케토시스에 돌입할 수 있게 하는 운동이지만, 뚱땡이에게 권장하지 않은 건, 케토시스에 돌입할 때까지 유산소 운동을 지속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유산소 운동 시간을 늘려서 케토시스 돌입이 쉬워지려면, 위 그래프의 산소 부족구간을 돌파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프를 보면,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빨간색 선으로 표시된 운동 강도를 낮추면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이 필요한 심박수에 돌입하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괴로운 시간이 짧아질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지속적으로 달리기 훈련을 해서, 필요한 심박수까지 빠르게 도달하는 심장을 만드는 것이다. 운동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이런 심장을 '스포츠 심장'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한 번의 심장 박동으로 더 많은 양의 산소를 전달할 수 있는, 강한 심장을 일컫는 말인 것 같다. 이러한 정의에 입각해 볼 때, '스포츠 심장'이 되어가는 과정을 모니터링하려면, 휴식기 심박수가 얼마나 낮아지는지, 그리고 동일한 페이스로 뛸 때 최대 심박수가 얼마나 낮아지는지를 확인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내 심장은 스포츠와는 거리가 먼, 체중에 비해 매우 성능이 안 좋은 심장이다. 나는 오늘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이것을 다람쥐의 심장으로 뛰는 코끼리라고 표현했는데, 몸은 비대하고 심장 출력은 그에 맞지 않게 적은 수준이라는 뜻이다.


 보통 달리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맨 처음 그래프에 나온 1km당 7분대의 페이스로 뛰는 것은 '조깅'수준으로, 대화하면서 달리기가 가능한 강도이다. 스포츠 심장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정도의 페이스는, 영역 2의 심박대에서 수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유/무산소 혼합 구간인 영역 4에서 유지되는 고강도의 운동으로 몸이 부하를 받는 것이니, 얼마나 심장과 몸이 맞지 않는지를 알 수 있다.


 유산소 운동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영역 2에서 수행하는 시간을 길게 늘이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를 LSD(long slow distance) 훈련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내가 영역 2에서 수행하면서, 시간을 더 늘리려면, 속도를 더 낮춰서 달려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10km를 목표로, 더 느린 속도로 뛰면서,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다져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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