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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 Sep 24. 2024

마침내, 6년간 운영하던 회사가 망했다.

나의 첫 번째 꿈은 6년 전에 시작되었다

누구에게나 꿈이 있듯 나에게도 꿈이 있었다. 나의 첫 번째 꿈은 나만의 작업실을 가지는 것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일이었다. 나는 6년 전 나와 꿈이 비슷한 지인과 함께 쇼핑몰을 차리기로 마음을 모은 뒤 한 달동안 많은 사무실을 둘러본 후 위치도 가격도 괜찮은 사무실을 얻게 된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속속 도착하는 가구들을 조립하다 보니 점점 뭔가 진행되고 있다는 실감이 났다.

여행 가기 전이 더 설레는 것처럼 돌이켜보면 사무실을 하나씩 꾸며나갈 때가 제일 즐거웠던 것 같다.


남의 밑에서만 일하다가 내 이름으로 된 사업자등록증이 나오던 날, 그 종이 한 장은 나를 무척 설레게 했다. 백수였던 나는, 그 종이 한 장으로 인해 단숨에 사장으로 신분이 상승했다. 백수와 사장의 경계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사장되는 거 별거 아니네."    


우리는 사입 판매가 아니라 직접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어서 판매를 했기 때문에 제품이 나오기 전, 한 두 달 동안은 수입이 아예 없었다. 당장 수입은 없었지만, 아지트 같은 공간에서 하나씩 물건을 만들어 내는 재미와 소소한 작업실에서의 일상이 마냥 좋았다.

매일 메뉴를 바꿔가며 먹는 점심시간도 즐거웠고 점심을 먹고 난 후에 먹는 달달한 디저트와 직접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시는 커피까지 모든 게 다 좋았다.  단 하나, 돈을 못 번다는 것만 빼면.


그동안 쇼핑몰에서 일했던  나에게, 쇼핑몰 개설과 물건 등록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나의 동업자는 마법의 손을 가진 자로 신나게 재봉틀로 뚝딱뚝딱 물건들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일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전혀 없었고 각자 하는 일이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어서. 서로 터치할 부분도 거의 없었다. 작업실은 평화로웠다.   

"신제품 출시만 돼봐. 다 씹어먹어 주겠어." 이 세계를 씹어먹겠다던 하룻강아지의 패기는 보란 듯이 소비자들에게 씹어먹혀 졌고 월세 내기에도 빠듯한 매출로, 이전 회사에서 벌었던 돈을 야금야금 까먹기 시작했다.

“그래 원래 처음 6개월은 다들 힘들다고 했어.”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매출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희망을 가졌지만 여전히 월세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었고 회사를 차리고 1년 가까이 됐을 무렵, 더 이상 안 되겠다 싶던 나는 회사를 접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 코로나가 터졌다.   


팬데믹

지금까지 살면서 본 적 없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었다. 이렇게 까지 질병으로 인해 국가가 개인의 행동을 통제하던 때는 없었다. 가는 곳마다 체온을 체크해야 했고 9시 이후에는 거리가 한산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은 밖에서 쇼핑하기를 꺼리게 됐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온라인 구매가 늘어났다. 더불어 우리의 매출도 늘어났고 위태롭던 회사는 생명을 계속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후,  코로나 시기가 지나자 억지로 늘어난 매출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고 만들어 두었던 재고는 고대로 쌓인 채 방치되었다.

일시적인 매출감소일 거라는 나의 생각에는 반전이 없었고 매출은 계속 하향곡선을 그렸다. 


망하지도 흥하지도 않는 이상한 회사

사실 처음부터 쇼핑몰로 대박이 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워낙에 레드오션인 데다가 폐업률도 높다 보니 처음에는 그저 문 닫지 않을 정도만 벌어도 다행이겠다 생각했는데, 정말 딱 그만큼이었다.

이놈의 회사는 무려 6년 가까이 망하지도 흥하지도 않고 지리하게 나의 피를 말렸다.

나의 친한 친구는 만날 때면 늘 “장사는 요즘 잘 돼?”냐고 묻는데 나는 언제나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게 묻고 답하기를 5년째, 그 친구가 말했다. “근데 5년째 장사가 안 되면 접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그래. 네 말이 맞아. 이건 진짜 미친 짓이야.” 근데 흥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망하지도 않았다. 이거야 말로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아. 이제 망했구나 접어야겠다. 하는 순간에 갑자기 뭐에 씐 듯이 주문이 밀려들어와서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고 어떨 때는 주문이 감당이 안 돼서 판매 글을 내리고, 들어온 주문만 처리한 적도 있었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품절입니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주문하신 상품은 주문이 밀려있어 배송이 늦어질 것 같습니다." 롤러코스터 최정상에서의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저런 말을 했다는 사실조차 꿈같다. 나는 롤러코스터가 다시 내려간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그런 날이 계속될 줄 알았다.

“어머 우리 이제 꽃길만 걷는 거야?”하며 기대에 부풀면, 어김없이 몇 달간 또 매출 급락.

아무리 사업이라는 게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지만 이건 너무 격차가 큰 롤러코스터잖아. 어찌 됐건 망할만하면 흥하고, 흥하려나 싶으면 망하길 반복하다 보니 그야말로 망하지도 흥하지도 않는 이상한 형태로 6년을 끌었던 것이다.  

   

놓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만두자니 모든 게 애매했다. 나는 이미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 취직할 자리도 마땅치 않은 판에 무턱대고 5년이나 해온 일을 하루아침에 접고 폐업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이걸 접고 다른 일을 시작할 용기가 없었다. 바닥이 닿지 않는 컴컴한 물속에서 발버둥 치며 위로 올라가길 바랄 뿐이었다. 제품수도 늘려보고 상위에 랭크된 인기 있는 제품들을 보면서 공부도 하고 판매처도 늘려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발버둥을 쳐봤지만 계속 둥둥 떠다닐 뿐 아무것도 나아지는 게 없었다. 나는 그동안 헛발질만 쳐왔던 것일까? 창업 6년째, 마침내 회사가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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