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막 극본 초고를 완성한 후 몇 번이고수정의 수정을 거듭해 무슨 맛인지 모를 지경에 이르러서야 과제로 제출했다. 합평이라는 것 자체가 처음이고 누군가에게 내가 쓴 극본을 보여주는 것 또한 처음이었다. 내 인생 첫 합평임에도 그렇게 긴장이 되진 않았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해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예전에 직장 다닐 때 했던 일이 늘 평가받고 수정하는 게 일상인 일이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낯설지 않았다.
한 시간가량, 내가 쓴 글에 대한 선생님과 동기들의 피드백이 이어졌다. 내가 예상했던 문제점도 있었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도 있었다. 피드백을 받다 보니 놀랍게도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던 내 글에서 다시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른 이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첫 합평에서 좋은 말도 들었고 문제점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불편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나은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자극이 되었다.
나는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챙겨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수정을 시작했다. 시청자가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도록 좀 더 밀도 있는 서사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주인공의 행동에 시청자가 공감하지 못한다면 뒤의 이야기는 소용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개연성 부분까지 고려해서 수정하다 보니 새벽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만족스러운 수정고를 얻을 수 있었다.
가끔 보면 글을 다 써놓고도 다른 이의 피드백이 두려워 선뜻 내놓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혼자만 감상하는 일기를 쓰려는 게 아니라면 기회가 있을 때 남들의 피드백을 한 번쯤은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쓴소리가 아프고 따끔할 수 있겠지만내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양분이 된다면 나는 기꺼이 쓴소리를 들을 각오가 되어 있다.
몸에 좋은 약은 원래 쓰다고 하지 않던가. 물론 모든 말들을 다 수용할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글은 나올 수가 없다. 작가 의도를 지키는 선에서 좋은 피드백을 수용해 고쳐나간다면 분명 완벽하진 않아도 한층 성장한 작품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프로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무도 내 글에 대한 기대가 없다는 것과 그렇기에아무런 부담 없이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로써 단막극 하나를 완성하겠다며 6개월 전 무모하게 띄웠던 나의 배가 무사히 종착지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