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말끝을 흐릴까

조심스러운 말끝에 숨겨 둔 마음

by 풍운의 되새김질

“~인 것 같아요”

이런 표현을 들을 때마다 어딘가 많이 아쉬웠다. 본인이 스스로 느꼈을 텐데, 왜 저렇게 한 걸음 물러설까 싶었다. 맛있으면 맛있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면 될 텐데 굳이 ‘것 같다’는 말을 붙이는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우리는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직접 보고 듣고 겪는다. 그런데도 쉽게 단정하지 않는다. “좋아요” 대신 “좋은 것 같아요.” “힘들어요” 대신 “힘든 것 같아요.” 그 말끝에는 늘 작은 여백이 붙는다. 마치 스스로의 감정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겠다는 표시처럼.

나는 한동안 그것이 확신 부족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생각을 끝까지 믿지 못하는 태도라고 여겼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니, 그 말끝에는 다른 이유도 숨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틀리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닐까. 단정은 분명하다. 분명함은 때로 부딪힘을 만든다. “나는 좋다”라고 말하는 순간, 누군가의 “나는 싫다”와 마주하게 된다. 그 간극이 부담스러워 우리는 말을 조금 흐린다. 그 흐림은 비겁함이라기보다 조심스러움에 가깝다.

또한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말은 생각을 전달하는 동시에 관계를 조율한다. “~인 것 같아요”라는 표현은 내 생각을 완전히 접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여지를 남겨 둔다. 그것은 어쩌면 부드럽게 다가가려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세게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렇다고 해서 아쉬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분명하게 말하고 싶어진다. 힘들면 힘들다고, 싫으면 싫다고, 좋으면 좋다고. 애매함 뒤에 숨지 않고 지금 느끼는 감정을 확실하게 붙잡고 싶다. 내 감정을 스스로 인정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안다. 인간은 늘 확신 속에만 머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오늘의 감정이 내일은 달라질 수도 있고, 지금의 판단이 시간이 지나면 수정될 수도 있다. 우리는 완성된 답이 아니라, 계속 생각을 고쳐 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말끝에 여지를 둔다.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 두기 위해서.

“~인 것 같아요”라는 말은 어쩌면 주저함이 아니라, 아직 닫지 않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나의 생각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증거. 나와 다른 생각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

오늘의 나는 이것이 좋다고, 지금은 조금 힘들다고. 틀릴 수도 있지만, 그 또한 나의 한 순간이니까. 확신이 들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믿어 보고 싶어서 말하는 것.

우리는 분명함과 모호함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때로는 단정하고, 때로는 유보한다. 그 사이에서 자신의 언어를 찾아 간다. 중요한 것은 어떤 표현을 쓰느냐가 아니라, 그 말이 나를 숨기기 위한 것인지, 나를 이해하기 위한 것인지 돌아보는 일일 것이다.

아마도 삶은 확신과 의심이 함께 숨 쉬는 자리는 아닐까. 우리는 매 순간 판단하면서도, 그 판단이 영원하지 않음을 안다. 그래서 조금은 물러선 말로 자신을 지킨다.

그렇게 우리는, 말끝의 작은 여백 속에서 조금씩 자라 가는건지도 모른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