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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 Dec 30. 2021

15.  테라스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나 혼자 산다>라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살펴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엄청난 성공을 이룬 연예인들이야 한강변 파노라마 뷰를 가진 넓은 아파트에 살면서 럭셔리한 일상을 자랑하기도 하지만, 옥상이나 테라스 공간을 멋지게 꾸미고, 거기서 자기만의 힐링을 즐기는 모습도 가끔 보인다.


헝가리에서는 아파트 평수에 테라스가 포함되어 있다. 평수만 확인하고 집을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방과 거실이 작아 물어보면 커다란 테라스 때문에 그렇다는 답변을 받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들에게 외부 공간인 테라스는 실내 공간만큼이나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가구매장에서도 테라스용 소파와 테이블을 따로 모아둔 곳이 많고, 그릴을 즐기기 위한 도구들, 테라스를 꾸밀 수 있는 각종 인테리어 소품들도 많다.

외국인 친구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아 가보면 넓은 테라스에서 그릴에 바비큐를 구워 야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때가 많았는데 그들의 테라스는 독립된 실외 공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의 테라스 뷰를 망치지 않도록 그런 건 집 안에다 두면 좋겠군요.”

지인 J는 테라스에 빨래 건조대를 두고 빨래를 널었다가 건너편에 사는 헝가리 할아버지에게 민원을 받은 적이 있었다. J의 이야기를 듣고 까칠한 할아버지라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그 할아버지에게 테라스에서의 쉼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고, 그래서 뷰를 망치는 외국인 가정의 빨래 건조대가 끔찍이도 싫었으리라.

 

 헝가리의 여름 테라스는 살짝 민망할 때가 많다. 상의를 탈의한 채 테라스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 남자들, 비키니만 입고 테라스 배드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여자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되기 때문이다. 막힌 공간이 아니기에 가끔은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울 때도 있고, 밤에는 좀 더 당황스러운 애정씬을 목격하게 되는 수도 있으니 적잖은 주의(?)가 필요하다.

12월이 되면 반짝이는 조명과 벽에 매달린 산타클로스 인형, 크리스마스가 물씬 느껴지던 헝가리의 겨울 테라스가 생각난다. 테라스에서 아이와 함께 즐기던 불꽃놀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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