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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 Dec 31. 2021

16. 크리스마스 파티와 파랑새

“엄마, 올해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지나가는 거예요?”

“크리스마스 전야제도 했고, 성탄 예배도 드렸고. 이렇게 지나가는 거지.”

“뭔가 아쉬워요. 이게 끝이라는 게. 크리스마스 파티는 없어요? 예전에는 다 같이 모여서 파티도 하고, 여행도 갔잖아요.”     


 헝가리에서의 크리스마스는 그야말로 축제요. 즐거운 파티였다.

 "우리 이번 크리스마스엔 다 같이 모여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해보면 어떨까?"

 정 집사님의 제안으로 모두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한 계획 세우기에 돌입했다.

 “드레스코드는 뭐로 할까요?”

 “크리스마스니까 빨강이랑 초록 어때?”

 “좋아요. 빨간색 옷 없는데 일단 옷부터 사러 가야겠어요.”

 “일단 쇼핑부터 생각하는 걸 보니 미야 답다.”

 한바탕 함께 웃고 구체적인 계획들을 세워 본다.

 “아이들 발표 하나씩 준비하고, 아빠들이 심사 보는 거로 하자. 상금도 주고.”

 “악기 연주 가능한 아이들은 연주하고, 노래나 춤 같은 거 연습시켜야겠네요.”

 “혹시 산타 복장 가지고 있는 집 있어?”

 “우리 집에 있어요. 한국에서 올 때 챙겨 왔어요. 크리스마스 머리띠랑 소품도 여러 개 있으니까 챙겨 올게요.”

 역시 한이 엄마. 이벤트의 여왕답게 크리스마스 소품도 한가득 준비되어 있었다.

 “산타는 누가 하지?”

 “지 집사님이 하시면 어떨까요?”

 “그래. 큰아이들은 아빠 안 보이면 금방 눈치챌 수 있으니까 그게 좋겠다. 아이들 발표하는 동안 몰래 나가서 준비하셨다가 베란다 쪽으로 들어오시면 되겠어.”

 “음식은 한 가지씩 메뉴 정해서 만들어오고, 뷔페식으로 가져다가 먹으면 좋을 것 같아요. 앞접시랑 수저만 미리 세팅해두고요.”

 “우리 마니또 하면 어때요? 크리스마스까지 2주 정도 남았으니까, 파티 전까지 몰래 선물도 주고 챙겨주고, 파티하는 날 누가 마니또였는지 맞춰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좋아요. 너무 기대돼요. 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아요.”

 “아이들 선물이랑 어른들 파티 참가 기념품은 3000ft 선에서 준비하고, 미리 모여서 포장해두면 좋을 것 같아. 트리 아래에다 놔두자.”

 “그럼 산타는 뭘 주나요?”

 “산타가 아이들 주는 선물은 엄마, 아빠가 준비해서 각자 포장해와야지.”

 “애들이 너무 신나겠어요.”

 일사천리로 진행된 파티 준비와 마니또 뽑기.      

 나의 마니또는 파티의 호스트 정 집사님.      

 의미 있는 선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사각형 캔버스를 하나 구입해 그림을 그렸다. 눈 내리는 겨울, 가지 위에 앉은 새 한 마리. 기억 속의 그림은 파랑새였는데, 사진첩을 들춰보니 빨간색 새다.    

 왜 파랑새를 그렸다고 기억하고 있었을까? 아마도 정 집사님이 날마다 행복의 파랑새를 발견하며 기쁨을 누리는 삶을 사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려서 그럴 것이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에는 파랑새를 갖지 못해 불행한 여자아이가 나온다. 그 아이에게 파랑새를 찾아 주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틸틸과 미틸. 여러 요정과 함께 파랑새를 찾으러 떠난 아이들은 추억의 나라에서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어려서 죽은 동생들을 만나고, 밤의 궁전과 숲 속에서 위험한 고비도 넘겨 가며 묘지, 행복의 궁전, 미래의 나라를 찾아가지만 그 어디에서도 진짜 파랑새를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는 바로 그들의 집에 있었다.      


 파랑새.

 우리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어쩌면 우리 안에 있는 파랑새를 찾아가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여섯 가정이 복작이며 함께 모여 먹고, 웃었던 시간이 다름 아닌 ‘행복’이었으니까.     

 아이가 그리워하는 크리스마스는 ‘행복’으로 가득했던 그날의 기억일 것이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 헝가리와 한국으로 뿔뿔이 흩어진 가정들, 또 함께하기엔 너무 커버린 아이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의 한 자락이지만 그 시간을 추억하는 지금 이곳에서 나는 그날의 파랑새와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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