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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 Jan 02. 2022

18. 온천 어디까지 가봤니? (헝가리의 유명 온천들)

 헝가리는 온천이 발달한 곳이다.


 2000년 전 로마의 지배를 받을 당시 그들의 목욕문화가 전해진 것이 시작이다. 헝가리 전역에 135개의 온천이 있고, 부다페스트에만 100개가 넘는 온천이 있다니 그야말로 온천의 도시.


 부다페스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세체니 온천이나 겔레르트 온천에 대해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크고 넓은 온천장, 멋스러운 외관을 자랑하는 곳이라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니까. 하지만 유명한 두 온천은 내 취향은 아니다. 왜냐하면 온천물의 온도가 낮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온천이라 함은 몸을 담그면 열이 올라온 전신에 뜨거운 기운이 돌고 얼굴에 땀이 줄줄 흐르며 뜨거운데 시원한, 결리고 뭉친 곳이 다 풀어질 것만 같은 그런 곳이어야지.

 그래서 내가 좋아하고, 즐겨 가던 온천은 루더쉬 온천이다. 집에서 트렘 한 번만 타면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매주 화요일이면 여자들만 출입이 가능한 곳이라 좀 더 내추럴하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어서다.

 주말에는 남녀 구분 없이 입장이 가능하지만 주중에는 남자와 여자가 갈 수 있는 요일이 나누어져 있다. 남자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자만 입장하는 요일 풍경은 처음 루더 쉬를 찾은 사람에겐 살짝 당혹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실내 온천만 이용할 경우, 수영복을 안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


 화요일 아침 일찍 M엄마와 함께 루더쉬 온천에서 만난다. 입구에서 티켓을 끊으면 시계를 하나 주는데, 그건 개별 탈의실 열쇠다. 탈의실에 사물함이 쭉 놓여있는 것이 아니라, 개별 룸이 하나씩 주어져 거기서 옷을 갈아입고, 짐을 보관할 수 있다. 입구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 옆에 보면 앞치마가 쌓여 있는데, 그걸 챙겨가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온천은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데, 여자만 입장이 가능한 날엔 우리나라 목욕탕처럼 수영복을 입지 않고 들어갈 수 있다. 앞전에 챙긴 면 앞치마는 수영복 대신 살짝 걸치고 들어갈 수 있도록 제공되는 것인데 그마저도 답답하면 그냥 들어가도 무관하다.

 유황온천이라 온천장 안에 들어가면 뿌연 연기와 함께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가 난다. 그래서 오래 온천 안에만 들어가 있기보다는 한 번씩 밖으로 나가 좋은 공기를 마시는 것이 좋다. 온천욕에 심취해 너무 오랜 시간 실내에 머무르다 보면 머리가 아플 수도 있으니까 주의가 필요하다.


 온천장 안에는 5개의 온천이 있는데, 모두 물의 온도가 다르다. 중앙에는 우유처럼 뿌연 색의 미지근한 온천물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곳을 많이 이용한다.

 가장자리에는 4개의 온천이 나누어져 있는데 모두 온도가 다르다. 그중 하나가 39도 정도의 온도, 들어가면 몸이 녹아내리는 뜨끈한 물이다. 헝가리 사람들은 뜨거운 온천보다는 미지근한 온천을 더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실제로도 온도가 높은 곳을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뜨거운 물에 들어갔다가 옆으로 이동해가며 점점 찬 온도의 온천에 몸을 담그면서 이동하다 보면 어느새 온천장에 사람이 가득 차기 시작한다. 특히 할머니들이 많이들 오신다. 등을 밀어드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부다페스트엔 루다쉬 온천 말고도 더 작은 사이즈의 숨은 온천들이 많다. 일단 뜨거운 탕이 있는 곳이면 오케이. 온천욕을 좋아하는 지인들과 숨겨진 보석 같은 곳들을 많이 찾아다녔다.

 야외 온천이 좋았던 Dandar furdo도 한국 사람은 거의 없는 현지인들이 주로 가는 곳이다. 야외 풀 온도가 뜨거워  지금 같은 날씨에 가도 좋다.

부다페스트뿐 아니라 헝가리 전역에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이 있다.

 샤르바르도 온천으로 아주 유명한 곳이다. 아이가 어릴 때 아토피가 심해 고민이 많았는데, 온천욕이 치료효과가 있었다.

 호수 전체가 온천인 헤비즈도 아주 유명한 곳이다. 헝가리를 소개하는 방송에서도 여러 번 다뤄진 걸로 기억한다.


 에게르의 소금 온천과 치료 효과로 유명한 뷔크의 온천 등 헝가리에는 가볼 만한 온천이 정말 많다.


 코로나로 발이 묶여 당장 근처에 있는 목욕탕이나 찜질방에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추운 겨울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던 때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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