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이 오면 헝가리 학교들은 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우리 나라 재롱잔치와 비슷한 발표회 같은 것도 하고, 교내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열어 물건을 판매하기도 한다. 각 나라별로 부스를 만들어 음식도 판매하는데, 한국 엄마들은 김밥과 불고기, 잡채같은 요리를 만들어 저렴하게 판매하다보니 인기가 많다. 헝가리에서 한식은 제법 비싸기 때문이다.
한국과 다른 점이라면,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아빠들이 대부분 함께 참석한다는 것이다. 자녀 양육과 관련하여 휴가나 반차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오랜 시간 함께 보낸 친구들 사진을 보더니 아이가 그 때를 회상하며 한 마디 거든다.
"엄마, 내가 그 때 유치원 짱이었어요."
"니가? 너 엄청 얌전했던 것 같은데."
"엄마가 잘 모르나본데, 여자 애들이 소풍갈 때 내 옆에 앉으려고 싸우기도 하고, 제가 좀 짱이었어요."
'니가 생각하는 짱과 내가 생각하는 짱이 많이 다르구나 아들아.'
"그래, 엄마가 모르는 아들 모습이 있었네. 옛날 사진 보니 너 너무 귀엽다."
아이가 다니던 학교는 스페인 국제학교. 유치원 때 한살 위 친한 형이 이 곳에 다니고 있어 함께 보냈는데 아이에게는 사실 힘든 환경이었다.
한국어도 잘 안되는데, 영어, 헝가리어에 스페인어까지.
"엄마, 나 외국말 싫어."
낯선 환경, 낯선 언어가 힘들었던 아이의 말에 미안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다중언어로 인한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을까?
친구와 다투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언어가 잘 안되니 적극적으로 자기 표현을 못하고 답답해 하던 아이를 이해하고 안아주며 사랑한다 말해주던 헝가리 선생님 마르떠. 만날 때마다 "올라!"하고 큰 소리로 외치며 신나게 손을 흔들던 스페인 선생님. (아이와 나 둘다 선생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올라선생님이라 부른다.),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자동차를 멋지게 그려주던 영어 선생님 헤이든. 엄격하지만 지혜롭게 아이들을 가르치며 통솔하던 올쉬 원장 선생님.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성장해 가던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내가 본 헝가리 여자아이 중 가장 이뻤던 소피. 갈 때마다 나를 껴안아 주던 애교 만점 크리스티나, 뭐든지 척척 똘똘이 스머프 같았던 아담, 아이의 단짝 친구 귀요미 브루노. 좋은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뛰놀고 많이 웃을 수 있어 그 또한 감사의 제목.
주재원 발령, 이민, 아니면 다른 이유로든 해외 생활을 하게 될 때 특별히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아이의 학교 문제로 많은 고민이 될 것이다. 언어 문제가 가장 클테고 친구관계나 선생님과의 관계도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 때의 어려움과 결핍의 시간을 통해 아이와 내가 서로를 더 의지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음을 깨닫는다.
헝가리에 있는 아이의 유치원,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Happy new year!!" 인사를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