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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 Dec 29. 2021

14. 키티가 이어 준 인연

우리가 살던 마리나 아파트는 두나 강변에 네 개의 동이 사각형의 네 모서리에 하나씩 서 있고, 그 옆으로는 상가가 있다. 네 동의 아파트가 가운데 정원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양.

아이와 정원에서 오토바이(우리나라 세 발 자전거와 비슷한 오토바이 형태의 붕붕카)를 타고 놀고 있는데, 어느 날 노란 치즈색의 고양이 한 마리가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나비야! 집이 어디야?"

"니야옹"

 가까이 다가와 몸을 비비적거리는 작은 고양이가 눈에 밟혀 동네 슈퍼에 가서 고양이를 위한 작은 사료와 간식용 캔을 하나 구입했다.

 "엄마, 야옹이 우리 집에서 키우면 안 돼요?"

 "응, 주인이 있을지도 몰라. 정원에서 또 만나면 간식 주자."

 아이는 틈만 나면 정원으로 가 고양이를 찾았다.

 그럼 어디선가 "니야옹" 소리를 내며 치즈 고양이가 아이 옆으로 와 꼬리를 스치며 몸을 비비고 앉아 있다가 아이가 주는 간식을 먹고 우리가 집으로 돌아오면 어디론가 사라졌다.


 "키티! 밥 먹자."

 어느 날 오후 정원에서 한국 여자 아이들 목소리가 들렸다.

 "아들, 정원에 한국 사람들이 있어. 고양이는 그 아이들이 키우는 건가 봐."

 "엄마, 우리 정원에 가봐요."

 아이와 함께 정원에 나가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여자 아이들과 마주했다.

 "안녕! 한국 사람 맞지? 베란다에서 한국말이 들려서 내려왔거든."

 "네. 안녕하세요."

 "혹시 이 고양이 너희가 키우는 고양이야?"

 "아니요. 정원에서 가끔 보여서 먹을 거 챙겨주고 있었어요."

 "우리랑 똑같구나. 고양이가 사람을 잘 따르는 것 같아. 분명 주인이 있는 고양이일 텐데. 키티가 너희들이 지어준 이름이야?"

 "네. 저랑 언니가 함께 지었어요."

 "이쁘네. 너희는 어느 동에 사니?"

 "D동이에요."

 "아파트에 한국 사람이 여럿 산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만난 건 처음이야. 반가워. 종종 얼굴 보자."

 "네. 감사합니다."

 키티 덕분에 만나게 된 동네 한국 주민. S언니네 가족.

 언니네 가족은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고, 그 꼬맹이들은 자라서 하나는 벌써 대학에 진학을 했다.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는 듯.

 

 참 이상하다.

 외국에서는 왜 그렇게 한국 사람이 반가울까?

 생김새가 비슷해서일까?

 같은 말을 쓰기 때문일까?

 정서가 비슷해서일까?


 어쩌면 타국에서 나그네로 살아가는 어려움과 이유모를 외로움을 공감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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