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개관식의 하루

by baekja

전관개관 전날 개관식이 있었습니다. 8시에 모두 모여 출근했고, 오자마자 VIP 분들의 얼굴을 익히기 바빴습니다. 국가유산청장, 월정사 주지스님, 강원도 도지사, 국회의원, 삼양식품 부회장, 조정래 작가 등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VIP로 방문을 했고, 그들을 놓치지 않아야 했기에 얼굴을 익히는 것은 필수였습니다.


행사별 업무분장이 달랐는데 제가 무전기를 잡아야 했을 때도 있어서 무척 긴장했습니다. 강한 긴장이 무색하게 전관개관식은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이른 오전 행사장을 정비하고, 먼저 도착한 기자들을 맞이하였습니다. 기자들을 상대로 박물관을 소개하여 널리 홍보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박물관을 한 바퀴 돌고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다양한 질문에 관장님이 진땀 빼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 자리에 있지 않아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자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가고, 12시가 좀 지나 VIP들이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역할은 VIP들의 참석을 확인하고 꽃을 달아주는 리셉션 데스크와 박물관을 오가며 필요한 것들을 전달하는 역할이었습니다. 그리 어렵지는 않은 역할이었지만, TV나 유튜브에서나 보던 사람들이 저를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며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이 산골에 저리 많은 유명인사들이 오다니. 일하면서 슬쩍슬쩍 그들의 인상을 보았습니다. 다들 다양한 평을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공식 자리에서는 싫은 낯 하나 없이 웃으며 넉살 좋게 인사하는 것이 대단해보였습니다. 높은 사람들의 세계를 엿본 기분이었습니다.


식이 시작되고 나서는 프레스룸으로 꾸며진 박물관 강당으로 들어가 기자들이 요구하는 것을 다 해줬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 반을 적당히 일하니 이제 마지막 요리를 즐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미 VIP들과 기자들이 먹고 난 남은 출장 뷔페들을 먹으며 배를 달랬습니다. 저는 늦게 와서 그다지 많이 먹지 못했는데 다른 인턴 분은 이미 와인까지 먹고 취해있더군요. 뭐, 거진 8개월을 같이 준비했던 인턴이니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거의 마무리가 된 상태라 큰 상관은 없었지만, 거하게 취해서 이미 회식 자리에 가기 전부터 조금 친해진 저한테 반말을 쓰시더군요. 무척 당황했지만, 뭐 큰 행사 끝나면 축제 아니겠습니까? 그 상태로 학예사님 차를 같이 타고 회식 장소로 향했습니다. 회식 때는 오삼불고기를 먹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턴과 연구원, 젊은 학예사님이 같이 모여서 술을 마셨고, 나름 재밌게 대화를 했습니다. 취한 다른 인턴이 저를 술을 먹여 죽이려한 그 상황을 제지하느라 애먹긴 했지만요.


같은 아파트에 사는 관장님 손에 끌려가는 다른 인턴을(!) 뒤로 하고 2차로 향했습니다. 2차에서 적당히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청장님이 오셨습니다. 인턴이 뭐가 있겠습니까? 테이블의 맨 구석으로 밀려났습니다. 거기서 청장님 수행하시는 비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말 낙동강 오리알이 될 뻔했지만, 다행히 저를 편하게 해주셔서 1시간 정도 2차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3차는 따라가지 않고 집으로 바로 향했습니다.


정말 매우 긴장했던 것에 비하면 전관개관식은 별 문제 없이 끝났습니다. 김이 팍 새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저야 그랬지만, 오래 준비한 분들은 아무런 사고 없이 끝났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뭐 그럼 다행이죠. 입사한 지 1달이 조금 넘은 4월 30일, 제가 맡았던 가장 큰 행사가 끝났습니다. 4달 더 남은 평창 생활, 더 많은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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