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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카타임 May 14. 2022

다대포 1


지난 보름에 문득 다대포로 달려갔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다대포에 도착한 후 솔밭을 지나 바다로 가기까지 이 시간에 이곳에 오늘 괜한 짓을 하는구나.... 등줄기에 땀이 났는데 바다를 보는 순간 겁은 사라지고 백번 발걸음을 잘했다 했다.


몇 년 전 백사장에 거대한 여인 형상 구조물이 들어왔다. 한 낮 드넓은 백사장 가운데 놓인 여인상의  모습은 그곳과 어울리는 건지 아닌 건지 아리송하게 했다. 달밤에 그 바다에 혼자 있는 여인상을 다시 보니 다른 행성의 존재 같기도 하고, 어린 시절 동화 속의 존재 같기도 한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바다를 향해 서있는 여인상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숨죽여 계속 지켜보다 보면 여인상이 움직이는 모습을 목격할지도 모르단 생각에 살갗이 찌릿거린다.


친구가 연락이 와 누군가의 결혼 소식과 또 다른 누군가의 이혼 소식을 전해준다. 둘 다 나에게 경사도,  조사도 아니다.

잊고 있었던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면 머리와 마음에 늘 같은 순서의 생각이 진행된다. 예전으로 돌아가는 기억, 그리움과 아쉬움, 현재 나의 모습을 진단, 앞날에 대한 계획, 그러다 시간의 속도에 대해 좌절스러움.. 매번 똑같이 돌아가는 이 감정의 사이클이 싫어 때때로 소식을 날다 준 친구가 밉기도 하다.



검은 바다 위 달빛을 바라보며 어둠 속에 홀로 서있는 여인상의 모습은 시간을 멈춰놨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고 지금만 있게 했다.

다대포에서는 나 자신에게 늘 같은 말을 한다. '미래를 위해 열심히'를 다그치는 대신,

''오늘을 살아...'' 그리고 ''오늘도 오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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