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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카타임 Apr 10. 2022

핑계

난 미용실 가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따분하고 피곤하고 시간은 왜 이렇게 다 잡아먹는지...


진짜 미인은 대머리일 때 티가 난다던데... 그런 기준이라면.. 난 추녀다.

머리를 하고 있는 동안 미용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있자면(대체적으로 미용제를 발라 머리를 대머리처럼 딱 붙여두지 않던가)

머리카락의 역할과 소중함이 절실히 느껴지는 정도를 넘어 절절한 심정이 된다.


영화에 나오는 그 대머리 외계인들이 실제 존재해 지구로 온다면 그들은 지구인들의 헤어에 분명 반할 테고 사랑스러운 머리칼 때문에 그렇게 무자비하게 지구인을 해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든다.


자존감은 샴푸실에서 가장 낮아진다. 처음에 얼굴에 덮어주던 수건을 이제는 왜 생략하는지... 저 머리 상태로 얼굴까지 뒤집고 있으니 안 봐도 어떤 꼴일지 메이크업을 안 한 날은 안 한 날대로, 대충 한 날은 대충 한 날대로... 진짜 그 기분이 망측스럽다.


몇 주째 평일에는 바쁘니 주말에 가자 그러고 주말은 간 아까우니 평일에 가자 그러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미용실 가는 날.

아침에 눈뜨자마자 비몽사몽 거실로 나왔더니 워커 신은 웬 남자가 줄 타고 주방 창문으로 들어온다. 

'악'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아파트 페인트 칠하는 날...

오른쪽 엉덩이 뼈가 오전 내내 아프다.

나... 오늘도 미용실 못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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