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뒤엔 웃음이 있거나 눈물이 있지.
오래전 그날 넌 내게 감동을 주고는 나의 눈물을 기대했지만 난 계속 웃어댔다.
그 후로 넌 줄곧 그 이벤트는 실패라 했다.
내가 감동을 받지 않은 게 분명하단다.
하지만 그날 난 분명 아주 큰 감동을 받았다.
그 후로 오래 지난 다른 날, 우린 마트 푸드 코트에 앉아 콜라를 한잔 마셨다.
마주 앉은 네가 의기양양 너의 계획을 들려줬을 때, 난 그 많은 사람들 속에 앉아 엉엉 울어버렸다.
넌 이번엔 나의 웃음을 기대했지만 난 많이도 울었다.
눈물이 나는 일이 분명했는데 넌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해 처음엔 당황해하더니, 얻어걸린 시험문제를 맞힌 것처럼 지금까지 그 일로 뿌듯해한다.
그렇게 넌 '감동 뒤엔 눈물'이라는 틀린 공식을 마음에 새겨두고는... 종종 너의 실패와 성공을 이야기하는데... 난 그런 너의 모습이 귀엽다.
이렇게 감동 뒤엔 웃음이 있거나 눈물이 있었다.
오롯이 내가 즐기기만 하면 되는 감동엔 웃음이 났고, 미안함이 함께 서리는 감동엔 눈물이 났다.
삶은 이상했다.
내 손에 쥔 기쁨은 타인에게서 가져와 생긴 게 아닌데, 내 손에서 떠난 짐은 종종 누군가에게 전가됐다.
내 짐을 덜어 네가 지고는 하나도 무겁지 않다 하니... 눈물이 날 수밖에.
삶은 이상했다.
은혜를 입은 이에게 은혜를 돌려주지 못했다.
난 그 은혜를 또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으로 갚고 살았다. 내게 받은 그 사람 역시 내게 갚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삶은 절대 빚을 다 갚은 자로 우리를 홀가분하게 두지 않는다.
그렇게 감동과 은혜가 사람과 사람에게 흐르고 흐르고 흐르며...
동시에 빚을 진 자로, 또 동시에 베푼 자로 그렇게 살아간다.
장마 사이사이 햇살이 뜨겁고, 뜨거운 햇살 사이 다시 빗줄기가 거세다.
어느덧 계절이 이만큼이나 깊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