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이를 보기에 커피숍이면 충분하다.
신경 쓴 식사이거나 그 보다 더 장황한 무엇일 필요는 없다.
밤에 문득 그리운 이를 만나 차 한잔 하며 안부를 묻는 일.
밤이라 보이지 않을 바다가 그래도 멀리 시선을 둘 곳에 있음 더 좋겠다.
그러면 낮동안 분주히 움직이던 세상과 조금은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모든 걸 잊고 오롯이 그 시간 속에만 머물게 해 줄 것이다.
요란한 메뉴 속에 무엇을 고를까 고민하던 평소 습관을 내려두고 제일 심심하고 따뜻한 커피를 골라
너와 나의 이야기와 모습 외에는 아무것도 시선을 끌 수 없게 한 후,
그저 잘 지냈는지, 내가 보고 싶진 않았는지, 못 본 사이에 시간이 이렇게나 흐른 게 나만 아쉬운지 묻고 말하며...
그렇게 순간 같기도 영원 같기도 한, 한 두어 시간.
그거면 충분할 것 같다.
몇 년 만에 다시 연락이 온 니가 술 한잔 할까 가 아니라 차 한잔 할까라고 했다면 난 널 만났을지도 모른다.
술을 빌려 나오는 너의 진심들에 난 또 술 때문이라 탓하며 널 모른 척하기 편했을 것이다.
술을 빌려 난 너에게 좀 예쁘게 대하고는 술 때문이라 탓하며 아닌 척하기 편했을 것이다.
술 마신 다음 날 처리될 우리의 감정들이 난 마음이 아플 것 같아 늘 술 한잔 하자는 너의 제안을 거절했고, 바보 같은 넌 그 쉬운 차 한잔 하자라는 답을 결국 못 찾고는 떠나버렸다.
혹여 답을 찾은 너에게 다시 연락이 오려거든 내가 많이 늙지 않은 날이길....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 담백하고 산뜻한 모습으로 널 만나 가벼이 허그 후, 그렇게 바다가 멀리 있는 커피숍에 앉아 너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것으로 참 좋을 일이다, 충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