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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카타임 Sep 15. 2022

9월의 날씨


9월은 바람이 얼마나 많이 부는지 하루 종일 머리카락을 넘기느라 손길이 분주하다.


내 얘기를 한참 듣던 친구가 그런다.

"그러니 갑자기 친해진 사람을 경계해."

"그런가...?" 갸우뚱거리는 마음에 찻잔을 빙그르 돌린다.


9월은 사람이 생각난다. 멀리 있는 가족들도 지난 사랑도 못 보고  있는 친구들도...

바람결에 사람들이 잔잔히 떠올랐다 흘러가자, 

"어쩌다 그런 사람 하나 때문에 사람을 경계할 필요는 없지"

'그런 사람 하나' 일 뿐인데.

한 사람이 이상한걸 내 모든 소중한 인연들에 일반화시킬 필요는 없다.

조심할 것도 없고, 조심 안 했다 반성할 것도 없다.

9월은 이렇게 부는 바람 두어 번에 잊을 사람 잊어버리기도 좋다.



9월은 따뜻한 커피를 마셔야 할 것 같다. 12월 카페에 괜히 핫쵸코를 시키는 것처럼.

숫자 9를 보면 브라운 칼라가 떠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9월은  모든 것이 가을이 시작됐음을 말해준다.


눈을 감고 생각하니 가을의 모든 풍경을 좋아하면서도 그 시린 바람에 생각이 머물자 망설임 없이 가을이 싫다. 겨울이 싫은 것과는 다르다.

가을은 사랑하는데 싫은 사람 같다.

그건 가장 지독한 미움이다.


그 시린 바람 때문에 가을은 분명 외로울 것이다.  

그럴 때

늘 그랬던 지난 가을들과 같은 걸음걸이로

난 어느 풍경을 찾아 그 속에 앉아 있을 것이다.


가을은 꼭 술에 취할 필요 없다.

꽃향기에, 서늘한 바람에, 이른 노을에, 형광빛을 내뿜는  플라타너스의 물든 잎에... 가을은  그냥 있어도 늘 취할 것 투성이다.


싫은 가을이지만 그래도 가을이 와서 머물러야 한다면

어서 금목서나 피길... 만리를 간다는 그 향기... 너무 좋아 가득 움켜쥐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아기 볼과 같은 향기.


올 가을은 금목서를 한발 앞에 두고 돗자리를 펴야지...

소풍 비슷한 그런 날을 하나 적어두곤 가을 계획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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