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농촌에서 살아보기 퇴고글>농촌의 외국인 노동자

- '농촌에서 살아보기'과정에 대한 마흔 네번째 글

by 유진

2022년 9월 중순 어느 날, 나와 동료들은 횡성군 둔내면의 태기산 중턱에 있는 팀장님의 옥수수 밭으로 향했다. 그 동안 일손이 부족해서 수확하지 못했던 곳이었다. 4백평 정도 되는 밭에 있던 대부분의 옥수수가 쓰러져 있었다. 태풍 힌남노의 세찬 비바람을 버티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땅바닥에 엎드려서 옥수수를 따는 작업은 힘들었다. 그나마 옥수수 밭이 크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30분 정도 만에 옥수수 수확을 마칠 수 있었다.

횡성 22주차 목요일_팀장님 밭 옥수수 수확하는 동료들_20220915_1663230117485.jpg

우리들이 옥수수 수확을 하고 있는 곳의 바로 옆에서는, 대표님이 외국인 노동자들과 같이 감자 수확을 하고 있었다. 대표님은 거의 2만평에 가까운 밭에서 감자를 재배하였다. 그날은 1만평 정도 크기의 밭에서 감자를 캐고 있었다. 수확한 감자는 H제과에서 다 사가서, 과자의 원료로 쓴단다. 그만큼 감자가 맛있었다.

대표님이 옥수수 수확을 마친 우리들을 감자 밭으로 불렀다. 1시간 동안 외국인 노동자들과 같이 감자 수확을 해보라고 권했다. 그들이 얼마나 능숙하게 작업을 하는 지, 체험해보라는 의도였다. 그만큼 그들은 감자 수확의 전문가들이었다. 어느 수준으로 작업을 해야 잘하는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고, 나중에 그들을 고용했을 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감자 수확을 하고 있는 밭에는 1대의 감자 수확 기계와 2대의 트랙터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감자를 줍기에 앞서, 감자 수확 기계가 열심히 땅속의 감자를 캐냈다. 감자 수확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감자들이 여기 저기 그 모습을 드러냈다. 2대의 트랙터 앞 부분에는 600kg 용량의 커다란 마대자루가 걸려 있었다.

20명 내외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감자를 줍거나 주워담은 감자를 마대자루에 옮겨 담았다. 그들은 대부분 20대 아니면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어서 그런지, 그들의 손놀림이 무척 빨랐다. 외국인 여성 노동자들은 땅바닥에 있는 감자를 빨간 고무대야에 주워 담았다. 고무대야에 감자가 가득차면 외국인 남성 노동자들이 이것을 트랙터로 가져가서, 마대자루에 쏟아 부었다.

횡성 22주차 목요일_대표님 감자밭 견학_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_20220915_1663230117334.jpg

외국인 노동자들의 작업 속도가 우리보다 2배 이상 빠르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들을 의식하면서, 나와 동료들의 손도 차츰 빨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 농담을 주고받던 동료들은 조용히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쭈그리고 앉아 감자를 주우면서, 앞으로 나가는 동작을 되풀이해야 했다. 대부분의 작업을 오리걸음 자세로 해야만 했다. 60대의 동료들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작업을 시작한 지, 50분쯤 지났을까? 키가 큰 한국 남자분이 호각을 불었다. 휴식시간이라는 신호였다. 이 분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지휘하고 관리하는 감독이었다. 2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나의 작업그룹이 되어서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농촌에서는 일반적으로 농부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다.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고용해서,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농부들의 일을 해주는 회사들이 생겨났다. 둔내면에는 이 정도 규모의 그룹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일을 잘하는 팀이라고 한다. 그것은 감독이 일하고 쉬는 시간을 엄격하게 지켜주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잘 만들어 주기 때문이란다.

“하루에 몇 시간씩이나 일을 하나요?”

“이런 속도로 하루에 10시간 정도 일을 하지요.”

최선생님의 질문에 대해, 한국인 감독이 대답했다. 감자 줍는 일에는 전문가들이란다. 일인당 하루 일당 14만원을 받는단다. 한국인 노동자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일당을 받을 정도로, 일을 잘 한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같이 일해보니까, 그들의 임금 수준이 적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내가 있던 횡성군 둔내면에는 주로 태국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 외에도 필리핀, 베트남, 몽고, 중국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최저임금제가 적용되면서, 그들의 본국보다 꽤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었다. 한국에서 몇 년 일하고 돌아가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은 불법 체류의 위험을 감수하고서 라도 한국에서 일을 하려고 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탓에 서로 소통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서, 가끔 엉뚱한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웃 송사장이 고용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2024년 토마토 재배를 하면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 송사장은 거의 만평 가까운 비닐하우스에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토마토 수확을 끝내야 할 시점이 다가오면 순치기를 한다. 더 이상 새로운 토마토 열매를 만들어내지 못하게 하고, 대신 거기에 쓸 영양분을 이미 자라고 있는 열매를 튼실하게 하는 데 집중시키는 작업이다. 보통 수확을 끝내기 1개월 전에 진행한다. 송사장과 같이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순치기를 너무 빨리 진행하고 말았다. 수확 마무리까지 2개월이나 남았던 시기였다. 송사장이 하엽(下葉)을 제거하라고 이야기했는데, 이들이 잘못 이해한 것이다. 결국 토마토는 더 이상 새로운 열매를 맺지 못했고, 이로 인해 송사장은 억대의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 근로자들과 일하는 것에 비해서 손발을 맞추기가 쉽지 않지만, 농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농사짓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 정식으로 고용허가를 받은 사람들의 숫자가 제한되어 있다 보니까, 불법 노동자들이 많다. 이들을 보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민정책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한 고민이 되기도 했다.

미국을 위시해서 몇몇 선진국에서는 고학력 전문직 외국인을 선호하여, 이들이 정착하면서 여러 산업계에서 좋은 역할을 한다. 특히 실리콘 밸리에서는 인도, 일본,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우수한 인재들이 없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이들이 IT 혁신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출생률과 함께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어서,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건설업이나 농림어업 등의 분야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안되는 실정이다. 전문직, 비전문직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유입 및 관리정책을 어떤 비전을 가지고 실행할 지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우리는 당초 약속대로 한 시간만 같이 일을 했다. 우리가 있으면 그들이 작업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수확한 옥수수를 실은 트럭을 운전하여 산채마을로 향하던 나는, 조수석에 탄 신반장과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임금이 좀 비싸기는 하지만, 그만한 몫을 하네.”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이유가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인 줄만 알았는데, 일도 전문가 수준으로 잘하네요.”

농촌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를 실제로 체험한 날이었다. 앞으로도 농촌에서의 일손 부족이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외국인 노동자들의 도움이 절실해질 것이다.

keyword
이전 23화<농촌에서 살아보기 퇴고글>전원주택 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