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농촌에서 살아보기 퇴고글>전원주택 짓기

- '농촌에서 살아보기'과정에 대한 마흔 세번째 글

by 유진

‘농촌에서 살아보기’ 교육에 참가한 동료들은, 배팀장님의 오빠인 배영국사장님이 직접 지은 전원주택을 방문하기로 했다. 햇빛이 따사로운 2022년 9월 중순 어느 날이었다. 횡성읍에 전원주택을 짓고 있던 전장군님이나 앞으로 지을 예정인 나와 동료들을 위해서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배사장님은 건축회사에서 일하다가 독립해서, 원주지역을 중심으로 건축업을 하고 있었다. 이날 방문한 집도 원주시 근교에 있었다.

제일 먼저 도착한 나를, 하얀 개 두 마리가 꼬리를 흔들면서 맞아 주었다. 마침 마당에 있던 배사장님 부부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동료들을 기다리면서, 집 주변 마을의 경치를 설명해주었다. 1백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여러 채의 전원주택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그 사이에는 밭이 펼쳐져 있었다.

배사장님 집의 건평은 23평이지만 대지가 2백평이어서, 넓은 앞마당도 있었다. 부부가 거주하기에 딱 알맞은 크기로 지어진 집이라는 인상이 들었다. 배사장님 집의 앞쪽에는 2백평 정도의 밭이 있었다. 집의 앞이나 뒤쪽에 나지막한 산들이 있어서, 경치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배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배팀장님을 비롯해서 동료들이 한 명씩 도착하였다. 모두들 도착하자, 우리들을 정원과 밭에 심어진 작물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었다. 마당에는 잔디를 깔아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잔디 사이에 평평한 돌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담장을 따라서 포도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등의 과일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목조주택을 지을 때 가장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부분이 물 빠짐이에요. 비나 눈이 왔을 때, 습기가 잘 빠져나가야 나무가 오래 가기 때문이죠.”

중요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배사장님이 힘주어 말하였다. 마당 곳곳에 배수시설을 설치했고, 지붕에서 내려오는 배수관을 사각형 집의 모서리마다 만들어 놓았다. 집을 둘러싸고 자갈밭을 설치해서,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했다.

횡성 23주차 수요일_원주 배영국사장님 전원주택 방문_집 정경_20220921_141846.jpg

집앞에 놓여진 밭에는 들깨나무, 호박, 생강, 오이, 고추, 가지, 콩 등 다양한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호박, 오이, 콩 등 덩굴을 이루어 자라는 작물들을 이용해서,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아치형의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잘 자라면서, 해를 가리는 쉼터를 만들어주었다.

횡성 23주차 수요일_원주 배영국사장님 전원주택 방문_마당의 사과나무_20220921_1663757688372.jpg
횡성 23주차 수요일_원주 배영국사장님 전원주택 방문_밭 덕장에서 키운 호박 오이 콩 등_20220921_1663757650461.jpg

30분정도 집 주변을 둘러본 뒤, 우리는 마당에 만들어 놓은 자그마한 정자에 둘러앉았다. 정자 안에는 멋들어진 나무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원주시의 한 식당에서 버리려고 내놓은 것을, 배사장님이 구입해서 잘 다듬어 놓은 것이란다. MDF 판자로 지어진 정자보다도 더 값어치가 나갈 듯해 보였다. 정자 옆에 각종 공구를 보관하는 간이 창고를 만들어 놓았고, 창고의 한 켠에 개 집이 있었다. 전기세를 절약하기 위해서, 창고 지붕에 태양광도 설치하였다.

횡성 23주차 수요일_원주 배영국사장님 전원주택 방문_정자에 앉아 설명듣는 동료들_20220921_141827.jpg

동료들과 차를 마시면서, 배사장님은 자신의 집을 건축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몇 가지 포인트들을 이야기해주었다.

첫번째는 방한(防寒)이다. 강원도는 겨울에 춥기 때문에, 따뜻하면서도 난방비를 아낄 수 있도록 집을 지어야 한다. 거실이나 침실에 햇빛이 잘 들어올 수 있도록, 가능하면 남향이나 남동향으로 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외에도 215mm의 벽 두께와 3중창, 화목난로 등이 중요한 난방시스템이었다. 배사장님 집 내부의 마루바닥이 땅으로부터 40~50센티정도 위쪽에 설치되어 있고, 그 밑부분에 방한재를 넣었다고 한다. 한기가 밑부분에서도 올라오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집이 습해지지 않고 공기가 잘 통하도록 해놓았다는 점이다. 집 곳곳에 물 빠짐이 잘되도록 배수시설을 설치했을 뿐 아니라, 외벽의 중간 부분에 가로로 관을 심어 놓았다. 외벽의 바닥에 설치된 바람구멍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도록 하고, 이 공기가 중간부분의 관을 타고 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단다. 목조주택의 숨구멍이다.

세번째는 친환경적인 건축재료의 사용과 건축기법이다. 거실 벽에는 벽지 대신에 흰색의 고급 친환경 재료를 썼고, 거실 천장도 화산석 가루로 만든 재료를 썼단다. 친환경적이면서도 방음 효과도 있다고 한다. 앞마당에 조그마한 연못을 만들어서 미꾸라지들을 키우고 있었다. 미꾸라지들이 모기 알이나 유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일부러 만든 연못이란다.


2시간여에 걸쳐서 전원주택의 건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후, 우리는 배사장님 부부와 같이 단체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주차장에서 제일 안쪽에 있던 내 차가 가장 늦게 빠져나가야만 했다. 먼저 떠나는 다른 동료들을 배웅하면서, 배사장님이 나에게 한마디 조언을 해줬다.

“짓고 싶은 집의 배치도나 크기 등을 간단하게라도 그려보세요. 한번 집을 짓기 시작하면, 설계를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미리 고민을 많이 해야 해요.”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2022년만 해도 나는 집을 짓고 싶었다. 그래서 평창한옥학교도 들어갔던 것이다.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서 조금씩 전원주택 짓는 법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던 참이었다. 배사장님은 주택 건축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난 후, 집을 짓기 전에 건축업자와 충분히 이야기하란다. 집을 짓고 있는 중간에 설계 변경을 많이 하면, 갈등이 생길 뿐 아니라 건축비용이나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십 수년은 살아야 할 전원주택을 짓는 것이니만큼, 많은 공부와 정성이 들어가야만 하는 작업이리라.

keyword
이전 22화<농촌에서 살아보기 퇴고글>종석이의 실내포차 '아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