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귀농인의 하루>아름다운 작물재배

- 귀농 3년차에 경험한 아홉번째 이야기

by 유진

“친환경 농사는 살충제나 살균제가 강하지 않아. 그래서 농작물에 한번 병충해가 생기면, 이것을 없애기가 굉장히 어렵거든. 미리 관리하지 않으면 안돼.”

작년에도 장마철에 토마토 곰팡이 때문에 고생했었다. 올해는 장마철이 작년보다 길어진다는 예보가 있었다. 나는 미리 친환경 농약을 살포하기 시작했다. 아직 아무런 병도 없는 토마토에게 살충살균제를 살포하는 모습을 본 백현씨가 의아해했다. 농작물의 병해충이 발생한 뒤에는 이것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 예방을 위한 것보다 몇 배는 더 들어가게 된다. 그만큼 예방 방제가 중요하다. 나의 하우스 동쪽 방향으로 바로 옆에 야산이 있어서, 심겨진 토마토에 곰팡이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었다. 아침에 햇볕이 늦게 들어오면서, 하우스 안의 습기가 오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환경 농약을 살포하면서 관리한 보람도 없이, 장마철이 시작되자 마자 토마토의 하엽에 곰팡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잎의 가장자리에서부터 드문 드문 검은 색의 곰팡이 균이 보인 것이다. 그때부터 ‘노피엠’이라는 친환경 농약을 첨가해서 살포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약제를 판매하는 오사장이란 분이 곰팡이균 제거에 좋다고 추천한 약이었다.

곰팡이균에 감염된 토마토 잎들_20250531.jpg

곰팡이와의 싸움이 작년에 이어 다시 시작되었다. 곰팡이균에 감염된 잎들을 보이는 즉시 제거하지 않으면, 점차 위쪽의 잎들로 번져 나간다. 더군다나 이 잎들은 빨리 말라 죽어서, 제대로 된 광합성을 하지 못한다. 가능하면 초기에 감염된 잎들을 없애서 하우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버리는 것이 좋다. 너무 심하게 감염된 토마토 나무는 아예 뽑아 버리기도 한다.

“곰팡이는 주로 본엽에 많이 감염되거든. 감염된 잎을 제거하거나 감염된 부위만이라도 뗴어내야 돼.”

“잎을 제거하면 광합성 기능이 약해져서, 열매를 맺기 어렵지 않나요?”

곰팡이균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자, 백현씨가 질문을 했다.

“그렇긴 하지. 그래서 잘라내는 본엽 대신에 곁순의 잎을 제거하지 않고 활용하기도 하지. 곁순의 잎에 곰팡이가 감염되는 속도는 느리더라구.”

우리는 곰팡이가 낀 잎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곁순은 새순부분만 제거하고 살려 두었다. 토마토 나무가 2천여그루나 되었기에, 이 작업을 마무리하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한 두번 한다고 해서 곰팡이들은 없어지지 않는다. 습한 날씨가 이어지는 탓이다. 이후로도 시간만 있으면 이 작업을 여러 차례 진행해야만 했다.


“하엽쪽의 곁순을 전부 제거해버리면 어떡해? 토마토 잎 수가 너무 적어서 광합성 활동을 제대로 하기 어렵잖아.”

곰팡이 낀 잎의 제거 작업을 추가로 한 날이었다. 아침 일찍 농장에 와서 일하던 백현씨가 하우스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내가 도착해서 살펴보니까, 아직 1화방의 열매들이 제대로 크지도 않았는데, 곰팡이 낀 하엽들뿐 아니라 일부러 키우던 곁순들까지 모두 잘라 버렸다. 여름철에는 토마토 엽수를 15개 전후로 관리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광합성 작용이 활발하기 때문에, 날씨가 추울 때보다 엽수가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백현씨가 잘라낸 나무에는 5~6개의 잎들만 달려 있었다. 당연히 토마토 나무의 성장뿐 아니라 열매도 잘 크지 않을 것이다.

몇 번이나 이야기해서 곁순을 일부러 키워왔는데, 백현씨가 잘라버리는 바람에 나는 화가 났다. 화가 난 나에게 백현씨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백현씨의 깔끔한 성격상 이리 저리 어지럽게 뻗어 있던 곁순들이 보기 싫었을 것이다. 본 잎과 다르게 곁순은 자신이 달려있던 줄기와 함께 자란다. 멀칭 비닐뿐 아니라 고랑 여기저기까지 곁순들이 뻗어 있어서, 지저분해 보인다.


문득 2022년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때, 장미씨가 했던 이야기가 기억이 났다.

“농작물을 재배할 때 보기 좋게 관리해줘야 해요. 아름답게 보이는 농사를 지어야 하지요.”

그때 당시 나와 장미씨는 텃밭을 같이 이용하고 있었다. 내가 고추나 토마토 등 열매채소들의 하엽 제거를 해주고 있었다. 제거한 하엽을 모아서 다른 곳에 버리는 대신, 고랑 이곳 저곳에 놓아 두었다. 이것들도 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지저분해 보였던 장미씨가 나에게 잔소리를 한 것이다. 혼자서 하엽 제거 작업을 하고 있어서 힘이 들었다. 그런데 장미씨는 도와주기는커녕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농사를 아름답게 짓는다는 말인가?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해야지.’

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 혼자 중얼거렸지만, 터무니없는 말에 더 이상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백현씨 성격상 곁순들이 제멋대로 자라는 것을 보기 힘들었을 것이야. 그래도 농사를 보기좋게 짓는 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데.’

나는 더 이상 백현씨에게 잔소리를 하지는 않았다. 그가 싫어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뒤부터는 백현씨가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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