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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Nov 04. 2024

경력에서 학벌이 차지하는 비중 (Feat. 유시민)

유시민, 서울대, 학벌중시사회

최근 많은 인터뷰 기회가 있었습니다.


운 좋게 몇 곳으로부터는 함께 해달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고 동시에 수많은 좌절 역시 경험했죠.


꼭 한번 같이 일해보고 싶었던 곳으로부터 최종적으로 거절을 당했을 때는 분한 마음도 생겼습니다.


'왜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하지? 이 회사를 위해 정말 모든 걸 할 수 있는데?'


그러다가 다시금 드는 생각.


'모르는 사람을 제대로 평가한다는 게,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스스로를 파악하고 있는 것만큼, 다른 사람도 나를 잘 인정해 줄 거라는 믿음'입니다.


그런데 이건 불가능합니다.


같이 생활한 적도 없고 일해보지도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라는 것이 뭐가 있을까요?


결국 학력이나 영어점수, 자격증 같은 외부 간판들이 선택지가 될 겁니다.


누군가는 '간판으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라고 항의할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간판으로 판단하는 건 사회생활을 해보니 객관적인 편에 속합니다.


간판이 없어도 인맥으로 쉽게 취업되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이런 상황에서 SKY라는 졸업장이 없는 저에게는 나름 열심히 살아온 날들을 증명할 방법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일에 대한 경험을 외치는데 그치지 않고 노력과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길이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방황하던 때.


제가 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은 꾸준히 공부하는 것 밖에 없더군요.


그리고 그 공부에 대한 결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어느덧 금융권에서 돈 밥을 먹고 일한 지도 20년이 되어가네요.


한 해 두 해 지나 계속되는 인터뷰 자리에서 들려오는 저에 대한 검증들.


마치 '변변치 않은 학벌로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나?'라고 묻는 듯한 질문에,


'열심히 노력했다'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 근거는 무엇이냐?'라고 다시 되묻는 질문에,


어느 시점부터 저의 포트폴리오를 가득 채워주고 있던 자격증과 각종 영어 점수 등이 빛을  발하더군요.


적게는 한 두 달, 많게는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


누군가에게는 변변치 않은 자격증들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취득해 왔던 걸 보여주니 인정해 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마흔 넘어 다시 본 TOEIC 시험 점수도, 우여곡절 끝에 따낸 해외 MBA 학위도 사실 별거 아닌 것들이었는데 하나 둘 합쳐지니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하더군요.


다른 건 모르겠고 '이 사람 좀 치열하게 살았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 주는 것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한 분야에서 경험이 10년 이상 쌓이면 서로의 레벨을 알아보는 것?


이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질문 한두 개 던져보고 거기에 대한 답을 들어보면 흔히 말하는 각이 나오거든요.


면접관으로 참석했을 때에도, 면접자가 되었을 때도 이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친구는 업무 전문성은 확실하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건 과장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묻어 나온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가'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이게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 방법이 부디 대학의 간판만으로 좌지우지되는 세상이 아니기를 바라며.


유시민의 서울대 법대 평가 동영상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입니다.


유시민이 말하는 서울대 법대의 실상 - 뽐뿌:자유게시판 (ppompp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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