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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Dec 0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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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직원, 일 못하는 직원, 국가보조금
XXX 회사에 대한 23년 심사 의견
"동사는 기업금융에 특화된 영업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통한 리스크 관리에 강점이 있는 대형사로.... 블라블라"
XXX 회사에 대한 24년 심사 의견
"동사는 기업금융에 특화되었으며 포트폴리오 다각화 통한 리스크 관리에 강점이 있는 대형 금융사로... 블라블라"
위에 쓴 것은 한 심사역이 한 달 동안 작성한 동일 기업에 대한 전년도와 금년도의 심사 의견입니다.
차이가 있나요?
더불어 이런 심사서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리고 10년 뒤에도 쓸 수 있습니다.
물론 해당 회사가 망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한심한 일입니다.
참고로 심사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기존 투자 건들을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것도 심사 본연의 업무 중 하나입니다.
은행에서는 이것을 '기한연장'이라 하고, 보험사에서는 '정기심사'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삼성전자에 500억 투자를 검토하여 실행했는데, 1년이 지난 시점에 그 투자에 큰 이상은 없는지 체크하는 것을 의미하죠.
이때 재무 실적은 물론 비재무적인 이슈 사항 체크도 필수입니다.
CEO 횡령이라든가, 주요 주주 변동사항 등에 대한 점검 등이 바로 그것이라 할 수 있죠.
실제 필드에서는 신규 투자 건 심사에 비해 그 중요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인데요.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책임.
본인이 신규로 심사했던 것을 본인이 사후관리 하다 보면 그 깊이가 다릅니다.
특별한 이상은 없는지 재차 확인.
왜냐하면 본인 평판과 관련 있기 때문이죠.
더불어 투자 후 연체 등의 사고가 났을 때 신규건을 최초로 심사했던 담당자에게 책임을 많이 묻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이 신규를 하고 본인이 사후관리를 맡는 경우 이런 일을 대충 처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유는 본인이 한 것도 아니고 혹 잘못된다 해도 후속 담당자 평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루틴한 업무.
매년 하는 업무고 큰 이상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도 대충 하는 경향이 있는 거죠.
'문제가 있었다면 과거에 터졌지'라는 생각 때문에 과거 의견서를 그대로 카피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세 번째는 게으름.
이게 제일 안 좋은 겁니다.
이런 경우에는 심사 업무를 담당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저 역시 과거 한때 그랬습니다.
그런데 저의 잘못된 업무 관행을 바꿔준 계기가 있었죠.
일전에 블로그에서 한번 이야기했던 국고보조금 대출 사후관리가 바로 그것.
국가보조금 사업장에 대한 대출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당시 저도 선배들처럼 별생각 없이 기한연장 심사를 했습니다.
그러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죠.
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아 법과 시행령을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은 사업장인데도 불구하고 근저당 설정 시 지자체 동의 없이 은행 단독으로 실행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건 큰 업무상 실수로 이 경우 부동산에 설정이 되어 있어도 채권보전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캐치해서 잘못된 업무 처리를 바로 잡았던 기억.
100억 넘는 건으로 손실처리 될 뻔했는데, 사후관리 잘해서 해당 금액을 모두 회수할 수 있었죠.
이때부터 업무 처리하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물론 바쁘고 정신없으면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기존 의견서를 웬만하면 손대지 않는 경우도 있었죠.
하지만 이 사건 이후 다짐했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기존에 쓴 다른 사람의 의견서를 그대로 복불하지는 않는다는 것.
기존 심사서 작성자가 저라면 달라진 부분만 체크하지만, 만약 아니라면 전체를 다시 검토했습니다.
의견서 내용도 최소한 한 문단 정도는 바꿔서 적는 훈련을 했던 것 같아요.
핵심은 이게 습관이 되면 굉장히 무섭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다른 것'을 캐치하는 능력이 굉장히 빠르게 올라갑니다.
'뭐가 바뀌었지?'에 초점을 두고 있으면 상황 판단이 빨라진다고 할까요.
더불어 빠른 의사결정을 하게 되니 새로운 것을 확인하거나 물어볼 시간적 여유가 생기더군요.
그런 것들이 축적되면 해당 기업에 대해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인사이트를 갖게 됩니다.
...
직원들이 작성한 심사 의견서를 보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글을 쓰게 된 하루입니다.
'결국 Edge 있는 직원, 능력 있는 스태프가 되는 것은 본인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
물론 주어진 환경의 영향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하고자 하는 의지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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