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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유동화에 대한 다른 시각

팔 것이 하나도 안 남았다면?

by 고니파더 Feb 16. 2025

심사를 오래하다보면 한가지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데 바로 '담보대출이면 위험이 Hedge 된다'라고 믿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개인적으로 제일 속썩인 승인건들은 다 담보대출 건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축에 속합니다.

문제는 담보 자체도 그렇지만 그 이면에 있는 것들을 챙겨야 할 게 많기 때문이죠.

물론 제대로 심사한다는 가정하에서 말입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여기 실적 악화로 쓰러져 가는 기업이 있습니다.

유동성이 말라버려서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

그런데 과거 영업자산 중 고객으로부터 받을 매출채권이  꽤 있습니다.  

동시에 투자를 잘해놔서 부동산 건물 하나는 강남에 가지고 있었죠.

이들은 이걸 가지고 급한 불을 끄기 시작합니다.

A 계열사는 매출채권유동화 통해서 자금을 조달하고, B 계열사는 본사 부동산 담보의 후순위 대출, 혹은 전체 담보 유동화를 통해서 통 크게 한번에 큰 금액을 조달하려고 계획하죠.

아이러니하게 두 건 모두 제가 심사를 했고 두 건 모두 다 부결했던 기억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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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결할때마다 들었던 이야기는 '담보대출인데 왜 안되냐?'였습니다.

여기에 반박하려면 무엇보다 탄탄한 논리가 뒷받침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프런트와 원만하게 합의를 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물론 제가 위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자산유동화 전체를 나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던져봐야 합니다.

"왜 이 시점에서 자산유동화를 실시하는가?"

그리고, 

"자산유동화 후에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뒷배 (확실한 담보물건)는 여전히 남아 있는가?"

특히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중요합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더더욱.

대부분의 기업이 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는 실적이 안 좋아서 유동성이 말라버리는 경우 내세우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담보 물건과 LTV에 눈이 먼 프런트의 경우에는 그냥 '담보대출이니까!' 말하며 불나방처럼 달라드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사실 심사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건 유동성입니다.

제가 아무리 타워팰리스 소유자라고 해도 현금이 하나도 없다면 그 건 대출은 곧바로 EOD에 빠질 겁니다.

물론 경매로 매각하면 회수하는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 동안 연체비율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고, 기타 사후관리 비용까지 감안하면 남는 장사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담보대출이라고 무조건 안전하다는 식의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

다만 아닌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해요.

당장 매각하자니 제 값을 못 받을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자산유동화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이럴 때는 유동화 대상 자산을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자산관리 계좌가 차주사와 독립되어 있는지, 대출채권 자체가 양질의 것인지를 제대로 확인해 봐야 한다는 말.

그리고는 괜찮은 딜이다 싶으면 'Go!'를 외치는 겁니다. 

단, 차주의 딱한 사정을 감안해서 비교적 높은 금리를 (?) 제시해야죠. 

불쌍한 사람한테 뭐하는 짓이냐구요?

선수들은 이렇게 합니다.

저는 비록 부결했지만 김치냉장고로 괜찮았던 위니아와 위니아에이드가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찾기를 바랍니다.

그나저나 실사 나갔던 작지만 알찼던 본점 건물은 매각 되었는지 문득 궁금해지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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