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당업체는 괜찮을까?
원당 (Raw Sugar)을 원료로 설탕을 만드는 산업.
제당업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간만에 삼양사가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린다는 소식이 들려 다뤄봅니다.
[이호 기자의 마켓ON]삼양사, 최대 16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동아일보
참고로 원재료인 원당은 비정제 설탕으로도 불리는데 사탕수수를 압착해서 나온 즙을 끓여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원당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인도, 태국 등)
그러다보니 아래 기사처럼 산지 생산 리스크가 어느정도 있는 편이죠.
태국, 가뭄으로 설탕 생산 약 20% 급감…국제가격 상승 우려 | 연합뉴스 (yna.co.kr)
다만 제당업을 영위하는 기업 입장에서 한 지역을 타겟으로 하지는 않고 계절별로 수입처를 다변화 시킨다고 하는데, 다변화 통해 집중 리스크를 줄이는 모습입니다.
이러다보니 환율에 민감한 업종이 되죠.
FX Hedge 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부분 지금까지 한 우물을 파온 업체들이 많아서 그런지 굉장히 보수적인 Hedge 정책을 유지하고 있더군요.
따라서 환율 변동성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걸 실사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핵심은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가격 상승을 마음대로 올리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시장 논리보다 정부 정책 논리가 적용되는 산업이죠.

대한제당 방문한 송미령 장관 "원당 국제가격 하락분 제품 가격에 반영해달라" (foodtoday.or.kr)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 가격을 내리라고 정부에서 압박하고, 반대로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니 가격 상승을 자제하라고 합니다.
다만 가격 하락보다는 가격 상승이 더 제한적이기 때문에, 원당 가격이 하락하면 분명 수익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정부가 나서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국제 설탕값 1년새 35%↑…내년 원당 관세도 0% | 한국경제 (hankyung.com)
그러고보니 인터뷰 도중 정부에서 보전해주는 보조금 따위는 없다고 하며 씩씩대던 기업 IR 담당자의 모습이 갑자기 오버랩 되는군요.
하지만 다른 식으로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업계 진입장벽을 높인다던가 하는 식으로...물론 이건 추정임)
원재료 등락폭 위험성을 기업이 고스란히 가져가는 산업이라 수익성과 성장성 측면에서는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점은 산업의 안정적이 매우 높다는 겁니다.

또한 시장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라고 해봤자 빅 3 뿐이기 때문에 경쟁 강도도 매우 낮습니다. (CJ, 삼양사, 대한제당)
흥미로웠던 것은 이들 3 개 회사가 서로 경쟁사라는 느낌보다는 동반자라는 느낌으로 업계에서 일한다는 점입니다.
해외에서 원당을 수입해 올때도 선박의 여러 면적을 공유할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고 하더군요.
물론 이걸 담합이라고 오해해서는 곤란하고 '전략적 제휴' 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상품의 차별성이 거의 없고 가격에 대한 결정 권한도 기업이 크게 없다 보니, 필수적인 시장에서 나눠 먹기식 경쟁이 이뤄지고 있지 않나 싶어요.
참고로 이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들의 주요 매출처는 일반 소비자가 아닙니다.
제과, 제빵업을 운영하는 롯데나 SPC 같은 대기업이 주요 거래 상대방이라고 볼 수 있죠.
B2B 산업의 끝판왕이라니... 산업의 안정성이 더욱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추가적으로 원당에서 설탕을 만드는 기술이 그다지 복잡하지는 않다고 하네요.
대신 원재료 수입처와 가까이 있어야 물류비용 등 기타비용이 절감 되기 때문에, 주요 공장은 보통 바다 근처에 있더군요.
또한 선박에서 가루 형태의 원당을 하역하지 않고 파이프 라인을 통해 공장으로 직접 유입한다고 합니다.
선박 접안이 편한 곳에 공장을 세우는 또다른 이유였습니다.
이번에 새로 알게된 사실로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 둡니다.
실사 자리에서 요새 하도 저당 제품이 유행하는 상황이라 미래 성장성에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설탕의 미래는 유효한가?'
담당자의 대답이 재밌었습니다.
'심사역님은 설탕 대체품 알룰루스 안 드셔 보셨죠? 그거 먹으면 바로 화장실 갑니다. '
설탕 대신 먹는다는 알룰로스‧스테비아…부작용 없나? (nongmin.com)
아직까지는 설탕의 맛을 알룰로스나 스테비아가 따라오지 못한다고 하는데, 기사를 찾아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네요.
업계 관계자의 말이니 여러분도 반만 믿으시길.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성장성이 다소 제한되는 산업이라 주식 투자자 관점에서는 그닥 선호되는 종목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쉽게 망하기 어려운 산업이라는 점에서,
만기보유증권과 같이 안정적인 장기투자에 관심있는 투자자에게는 한번쯤 담아볼 만한 포트폴리오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 하루입니다.
추위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입니다.
다들 건강 유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