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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 별 Nov 16. 2021

제4화. 명령 아닌 명령

아픈 아이를 본다는 것은 하루 24시간 모든 감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이다. 아이와 함께 있던 저녁 날 밤이었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나오니 아들의 눈동자가 이상했다. 호흡도 갑자기 달라진 느낌을 받았다. 내가 잠깐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이가 컥컥 이상한 소리를 냈다. 순간적으로 무언가 목에 걸렸을 거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순간이라고 잠깐의 찰나라 생각했던 그때였는데.     


아들은 말을 못 한다.

나는 그 상황을 보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심상치 않았다. 난 그대로 있을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더욱이 두려웠다. 119에 전화를 하고 아이 목에 무언가가 걸렸다고 했다. 아이라는 이야기에 가까운 대학 병원은 기관지 미세 내시경이 없으니 가까운 서울지역 병원 응급실을 급히 가라고 알려주었다. 다행히 아이는 갑갑해하는 듯했지만 숨을 쉴 수 있는 모습이었고 급한 나머지 택시를 불렀다. 중간에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 올까 난 아들을 안고 소아과가 유명하다는 서울 모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하지만 응급실에 두려운 얼굴로 아이를 안고 들어간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아이의 장애가 있음을 알게 된 응급실 의사는 목에 걸린 걸 봤냐고? 삼킨 걸 봤냐고 내게 물었고? 보지 못한 나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자 아이의 상태를 보며 질병을 물었고 처음 들어보는 희귀한 질병 때문인지 계속 무엇인가 확인만 하고 상태만 물어보고는 아무런 조치를 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2시간 엑스레이를 찍으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답답하기만 했지만, 난 아픈 아이를 데리고 숱하게 병원을 다니며 기다림에 익숙해졌고 왠지 의사들의 말은 절대적인 명령 아닌 명령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가슴이 답답하고 불편한 아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괴성을 지르거나 온몸을 움직였다. 그런 모습에 혹여 병원을 벗어나면 아이가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난 더욱 두려웠다.

그래도 병원 응급실이니 무슨 일 있으면 금방이라도 처치를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아이를 안고 식은땀을 흘리며 달래며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2시간이라는 한계를 넘어서기는 힘들었나 보다. 출장 중인 아이 아빠에게 전화를 했고 답답함에 눈물을 흘리며 상황을 이야기를 했다. 다행히  출장지가 멀지 않은 덕에 급하게 택시를 타고 병원 응급실에 도착을 하였다.


화가 난 아이 아빠는 이런 상황을  '왜 엑스레이를 찍지 않았느냐'부터

 ”이렇게 방치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 뭐 하는 거냐고 “ 큰 소리로 따져 물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엑스레이 실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위험을 모르는 아이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떨어진 동전을 먹은 것이었다. 엑스레이상에 보이는 동전은 다행히 기도를 완전히 막지 않은 채로 목에 걸려있는 모습으로 확인되었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얼마나 억울하고 화가 나는지 이렇게 사진을 찍어보면 되는걸,

나에게 직접 봤냐? 아이가 표현을 못하는데 엄마가 어떻게 아냐? 아이의 의사표현이 어느 정도 가능하냐부터...,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고 분노가 가슴에서 터질 듯했다.

하지만 화를 내기보다는 그나마 이렇게라도 검사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니.

'왜 , 우리 아이는 아픈 아이니까 병원을 자주 가야 하니까.'


그렇게 새벽녘에 결과를 보고 나서야.

집에 갔다 5시에 다시 오란 이야기를 들었다.

소아과, 심장외과, 필요한 과 의사들이 다모여서 꺼내야 할 것 같다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5시가 되기 전까지 내 내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낯선 곳에서 말을 못 한다는 이유로, 표현하는 게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아이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니 너무나 미안했다.

아이가 아프다는 이유로 엄마인 나조차 당당하지 못했던 그날의 행동을 생각하면 나의 가슴엔

풀어지지 않는 원망의 덩어리가 더 단단하게

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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