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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Apr 08. 2024

어린이의 고민은 아무거나

<아무거나 문방구>(창비, 2024)를 읽고

'엄마는 맨날 동생만 예뻐해, 나한테는 양보만 하래.'

 '공부하기 싫어, 학원 가기 싫어, 그냥 나도 강아지처럼 누워서 자고 먹고 하고 싶어.'

 지금 우리나라를 살고 있는 어린이라면 한 번쯤 해보는 고민일 것이다. 어느 어린이나 하는 고민이지만 부모님, 친구들 외에는 속 시원히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다. 그마저도 부모님은 직장 일에 바빠서 얼굴 보기 힘들고, 친구들도 학원이나 가야 겨우 만날 수 있을까 말까다. 어린 나이지만 고민의 크기마저 작지는 않다. 이 고민들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 어린이의 고민을 들어주는 도깨비가 있다. 값비싼 상담비도 필요 없다. 도깨비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이야기다.

 <아무거나 문방구>(창비, 2024)에는 이야기를 모으는 도깨비, '아무거나'가 등장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말라버린 세상에서 '아무거나'는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문방구를 연다. 문방구에는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있는 어린이들이 찾아오고, '아무거나'의 신비한 물건으로 어린이들은 각자 자신의 고민 해결 방법을 찾는다.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어린이의 시선'이다. 친구들보다 엄마의 나이가 많아서 창피한 제이, 어린이 노릇하기 힘든 영재, 착한 아이가 되고 싶은 나리, 동생 때문에 서러운 지우. 어린이라면, 더 나아가 어린이 시기를 거쳐온 어른들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고민들이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거나 초등학교 교사라면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나리'의 사연에 더 눈길이 갔을 것이다. 싫은 내색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맞춰주는 나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린이기 때문이다.

 정은정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가관을 이야기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어린이 책’은 아이들에게 어떤 형식으로든 ‘씨앗’이 되어 탁하고 어느 한구석에 남는 거예요. 그 씨앗은 또 다른 창작으로, 혹은 따뜻한 위로와 공감으로, 생각의 전환으로, 아니면 그냥 재미있는 감정으로 이어지는 거지요. 어른이 되어서도 문득 기억이 나는 그런 책이요."


 <아무거나 문방구>는 작가의 말처럼 어린이들이 가진 고민을 그 시선에서 따뜻하게 들어주고 유쾌하게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겉으로는 명랑하고, 가끔은 단순해 보이는 어린이들이지만 그들의 고민은 어른들 못지않게 다양하고, 깊다. 어린이의 사연들을 들어줄 도깨비, '아무거나'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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