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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Nov 10. 2024

스스로 인간임을 잊은 사회는 얼마나 잔인해지는지

<1984>(문학동네, 2016) 문장 모음

 조지 오웰의 <1984>는 단지 독재체제하에서의 참상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를 잊고, 생각하는 법을 잊었을 때 사회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48쪽

 당의 핵심 슬로건이다. 과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현재에서 과거를 얼마나 쉽게 날조할 수 있는지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문장이다. 왜 중국과 일본이 그토록 역사왜곡에 열을 올리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말을 없애버린다는 건 멋진 일이야. 물론 제일 쓰레기 같은 건 동사와 형용사들이지만, 없애버려야 할 명사도 수백 개나 된다네.

68쪽

 당이 공식 언어로 채택한 신어(新语)는 단어를 만들어내는 언어가 아닌 사멸시키는 언어이다. 언어가 사람의 사고방식에 주는 영향을 깨닫고 사람들이 아예 자유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름 돋는 지배방식이다.


수백만의 무산자들에게 복권은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까지는 아니라도 중요한 부분은 되었다. 복권은 그들의 기쁨이자 그들을 우매하게 만드는 것이었고, 진통제이자 지적인 자극제가 되는 것이었다.

108쪽

나를 포함해서 현생에 치인 사람들은 '복권 당첨됐으면 좋겠다'를 입에 달고 산다. 복권이 인생의 유일한 낙과 희망이 되는 삶은 슬프다.


당은 당 자체의 목적을 위해서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이익을 위해서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다.

(중략)

"답은 이거야. 당은 전적으로 그 자체의 이득을 위해 권력을 추구하는 거야. 우리는 타인의 행복 같은 데는 관심이 없어."

322쪽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일하겠다는 정치인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본심을 핵심적으로 찌른 말이다.

 문장을 옮겨놓고 나니, <1984>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 역시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카탈로니아 찬가>도 얼른 읽어보고 싶다.

작가는 모름지기 정직하고 진실해야 하며, 자신이 감지한 모든 허위와 비리는 용서 없이 폭로, 고발해야 한다는 그의 작가 정신도 이 체험에서 정립된 것이었다.

389쪽,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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