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온 우주를 건너온 진심

by 체삼

왜 그런 것 있잖은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라든지, 보고 또 봐도 재밌는 영화라든지, 들어도 들어도 좋은 노래 같은 것. 이 책이 내게 그런 존재다.

지구를 위해 애쓰는 보통의 그러나 조금은 특별한 존재인 지구인 한아와, 그런 한아를 멀리서 지켜보다 못해 너무 사랑한 나머지 2만 광년이란 아득한 세월을 지나 지구로 도착한 외계인 경민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마음 한 구석을 설레게 한다. 광막한 우주의 어느 행성으로부터 지구의 작은 동네까지 이어진 인연의 실을 타고 맺어지는 운명적이고도 필연적인 사랑을 읽어내려 갈 때마다 전 생애를 걸쳐 그토록 기다리는 반쪽이 곧 경민처럼 내 삶에 불시착하면 좋으련만, 하고 부러움과 외로움이란 감정을 동시에 느끼지만 그들로부터 얻는 대리만족이 더 크기 때문에 에필로그까지 읽고 나면 그날은 온종일 가슴이 말랑말랑해져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인다. 어떠한 위험도 감수한 채 오로지 저 하나만을 위해 낯선 행성으로 달려 온 외계인 경민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고 형용할 수조차 없는 반광석으로 이루어진 그 개체를 온전히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한아와, 그를 한결같이 사랑스럽고 다정하게 대하는 경민. 이 둘은 우연과 운명이 겹쳐 평생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게 된다. 무엇도 누구도 해치지 않고 다치지 않고 그 과정을 밟아나가는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갈 때마다 참 기특하고 대견한 마음이 들게 된다.

사랑에 있어 중요한 것은 뭘까. 종국에는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상대와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존중하고 너그러이 포용하는 것이 아닐까. 어찌 보면 유별나다고 할 수도 있을 한아를 외계인 경민은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고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사랑에 빠졌다. 늘 애쓰며 살던 한아에게 부러 애를 쓰지 않아도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한아가 지닌 내면의 빛나는 광석을 알아주던 외계인 경민은 어쩌면 예견된 운명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아의 하나뿐인 평생의 반려자로 살게 될 운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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