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원의 엽서 Vol.1 Prologue

캘리그래피와 그림으로 띄우는 100일간의 엽서 - 프롤로그

프롤로그


2020년은 고양이로 물든 한해였다.


연초, 추운 겨울을 나기 힘들었던 길고양이들은 우리의 마당을 찾아왔고, 아직 어리고 마른 녀석에게 사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오던 노란 줄무늬 고양이와 어색함과 낯가림을 마치고 친해지려는 시점에, 비슷한 연령대로 보이는 고등어 무늬 한마리가 나타나 밥자리를 빼앗았다. 새로 자리를 차지 한 녀석이 얄미운 마음이 들어 잠깐은 미워도 했지만…. 결국 엄마와 나는 그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지고, 집을 사주고, 장난감을 사주고, 그늘막을 쳐주고, 안아주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여자친구까지 데려와 밥을 먹이고 눌러앉은 녀석은 정말 애교쟁이였으니까.


그러나 고양이와 우리 모녀와의 인연은 결말이 너무 슬펐다. 가엾게도 놀러나갔다가 사람에게 맞고 돌아온 것이 문제가 되어 짧은 묘생을 마무리했고., 그 아이의 여자친구 고양이는 새끼 세마리를 낳아 데리고 왔으나, 겨울이 다가와 추워지는 무렵 동네에 창궐했던 범백에 감염되어 어미도 새끼들도 허망하게 떠나고 말았다.


9개월 정도의 짧은 묘연은 너무나 아파서 엄마와 나는 심한 우울증을 겪어야 했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움츠려든 시기였고 우리는 모든 의욕을 상실해 잠을 자지 않으면 울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다시 기운을 내야 했다. 야속한 말이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게 맞으니까.


기운을 내는데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작은 성취를 쌓는 일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어서 나는 100일간 그날그날의 생각이나 마음, 인상적인 것들을 엽서로 적거나 그려 보기로 했다.

그리고 100일 후, 100장의 엽서가 작은 상자안에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