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원의 엽서 Vol.1 postcard020

캘리그래피와 그림으로 띄우는 100일간의 엽서 - 스무번째 엽서

일개 한퇴 그대 신세 삼춘구추를 다 지내고, 대한 엄동 설한풍에 만학에 눈 쌓이고 천봉에 바람칠 제, 앵무원앙이 끊어져 화초목실 없어질 제, 어둑한 바위 밑에 고픈 배 틀어 잡고 발바닥 할짝할짝 더진듯이 앉은 거동, 초희왕의 원혼이요, 일월 고초 북해상 소중랑의 원한이요. 거의 주려 죽을 토끼 삼동 고생을 겨우 지내, 벽도홍행 춘이월에 주린 구복을 채우려고, 심산궁곡 찾고 찾아 이리 저리 다닐 적에, 골골이 묻은 것. 목다래 원착귀요, 봉봉봉이 섰는 건 매 받은 응주로다.. 목달개 걸치거드면 결향치사가 대랑대랑 제수 고기가 될 것이오, 청천에 떴는 건 토끼 대구리 덮치려고 우그리고 드난 것은 기슭으로 휘어들어, 몰이꾼 사냥개 험산골로 기어올라 퍼긋퍼긋이 뛰어갈 제, 토끼 놀래 호도독 호도독 수활자 매 놓아라. 해동청 보라매 짓두루미 빼지새 공작이 마루 도리 당사 적골치 방울을 떨쳐, 죽지치고 수루루루 그대 귓전 양 발로 당그렇게 집어다가, 꼬부랑헌 주둥이로 양미간 골치 대목을 그저 콱!콱!콱!
콱!콱!콱! “ 허, 그 분 방정맞은 소리 말래도 점점 더하는디, 그러면 누가 게 있간디요? 산 중등으로 돌제.”
“중등으로 돌면은, 송하에 숨은 포수. 오는 토끼를 놓으려고 불 채리는 도포수요, 풀감투 푸삼 입고, 상사방물에 왜물 조총 화약 덮사슬을 얼른 넣어, 반달 같은 방아쇠, 고추 같은 불을 얹어, 한 눈 찡그리고 반만 일어서며, 닫는 토끼 찡그려 보고, 꾸루루루 탕! 탕! 허, 그 분 방정맞은 소리 말래도 점점 더하는데. 그러면 누가 게 있간디요, 훤헌 들로 내리제. 들로 내리면, 초동목수 아이들이 몽둥이 들어 몽둥이 들어 메고 없는 개 호구리며, 들토끼 잡으러 가자, 워리 두두 쫓는 양 선술 먹은 초군이요, 그대 간장 생각에 백등칠일궁곤 한태조 간장, 적벽강상화진중 조맹덕 정신이라. 거의 주려 죽을 토끼 층암절벽 석간 틈으로 기운 없이 올라갈 제, 저룬 꼬리를 샅에 껴 이리 깡짱, 저리 깡짱, 깡짱 접동 뛰놀제, 목궁기 쓴 내 나고, 밑궁기 조총 놓니 그 아니 팔난인가? 팔난세상 나는 싫네
조생모사 자네 신세 한가하다고 뉘 이르며, 무삼 정으로 유산? 무삼 정으로 완월? 아까 안기생 적송자 종아리 때렸다는 그런 거짓부렁을 뉘 앞에다가 허랴시오.

-이날치 노래 <일개한퇴> 중에서
요즘 매우 핫한 ‘범내려온다’ 와 같은 앨범에 있는 곡 <일개한퇴>는 번지르르한 자라의 사기멘트로 가득하다.

토끼가 살아가는 현실의 쓰고 매운 일면들을 과장하여, 미지의 천국같은 용궁을 부각시키려는 자라의 현란한 화술은 가히 혀를 내두를 만하다.

춥고 배고프고 쫓기며 이리 깡짱 저리 깡짱 해야하는 토끼의 고달픈 삶은 마치 삶도 아닌 것처럼 홀려 천국에 모셔갈 기세로 데려간 곳은 약탕기가 기다리는 용궁이었다.

삶은 누구에게나 고달프다.
토끼는 이리저리 깡짱대야 하고
새는 쉬지 않고 날개를 퍼덕여야 하며
물고기의 지느러미도 쉴 틈이 없다.

그러나 깡짱대는 것이 토끼다.
깡짱대지 않는 토끼는 죽거나 병든 토끼일게다.
건강하고 행복한 토끼라면
거침없이 깡짱대는 게 정상이다.

열심히 살고 있는 당신에게 누군가 비웃음을 던지거나 그건 삶다운 삶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를 조심하자. 그는 당신의 간을 노리는 자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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