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래피와 그림으로 띄우는 100일간의 엽서 - 다섯번째 엽서
<때때로 나귀는> _조병화
별 밝은 밤
나귀는 허줄한 외양간에서, 혼자
왜, 나는 이 세상에 떨어졌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의 본 고향은 어디인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일만 하다간, 죽어서
어디로 떠나는 걸까,를 자문한다
그리고 때때로
왜, 나는 하필이면 나귀로 태어나서
이렇게 가난한 나라, 불안한 나라에서
가난한 주인을 만나
매일매일 눈치를 보며
말 한 마디 못 하고
주는 대로 먹으며
무거운 짐을 나르며 살아야 하나
이렇게 생각을 하다간 잠이 든다
하늘엔 무수한 별들
반짝이는 개울
나귀는 꿈 속에서 은하수를 건넌다
나귀야, 그렇게 사는 거다
때때로 신이 있는 거처럼.
조병화 시인의 <때때로 나귀는>의 일부분을 엽서에 적어본다.
힘든 일이 겹쳐 일어나는 요즘, 모두들 시 속의 고난한 나귀같은 지친 기분이 들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무수한 별들로 이루어진 개울, 은하수를 건너는 꿈을 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