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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6화 의학 고증 정밀 분석

by 시카고 최과장

앞의 글에서 계속 말씀드린 대로 정밀 분석을 진행하게 되면 '중증외상센터' 드라마에 대한 스포는 불가피할 예정이므로, 추후에 드라마를 시청하실 분들 중에서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들은 여기에서 멈춰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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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중증 외상 센터 6화의 의학고증 실패에 대한 정밀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22. 혈압과 근 이완제의 관계 (?)


헬기로 실려온 외상 환자가 바로 수술실로 옮겨져서, 마취과 박경원 선생이 호흡관 삽관하려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 백강혁 선생은 환자의 혈압이 낮다고 하면서, '근이완은 최대한 천천히'라고 말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Hypotension_M_Relaxation.jpg 호흡관 삽관하기 직전 상태인 '빡' 박경원 선생

이 장면에서 두 가지 의학 고증의 오류가 있습니다.


보통 환자에게 전신 마취를 걸어야 할 때에는, 크게 3가지 종류의 약제가 들어가야 합니다.


(1) 마약성 진통제


(2) 마취 유도제


(3) 근육 이완제


보통 (1) 번과 (2) 번은 후두경을 환자의 입 안에 집어넣고 들어 올릴 때에 혈압과 심박수가 너무 크게 올라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고, (3) 번은 호흡관 삽관을 좀 더 쉽고 부드럽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전신 마취 유도 시에, 환자의 혈압을 많이 떨어드리기 쉬운 약제는 (1) 번과 (2) 번이고,

(3) 번은 환자가 근육이완제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지 않는 한, 혈압은 거의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백강혁 선생의 위 발언은 마취 약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전혀 모르는 문외한들이나 하는 소리이고...

외상외과 초천재인 백강혁 선생의 설정과는 걸맞지 않은 발언입니다.


또한 두 번째 오류로는 백강혁 선생의 위의 발언하는 타이밍 또한 올바르지 않습니다.

'빡' 박경원 선생이 왼손에 후두경을 들고 오른손에는 호흡관을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장면은 호흡관 삽관하기 직전의 상황이라는 말이고, 그 시점에는 근육 이완제가 환자 몸속에 들어가 있어서 이미 작용되고 있어야 할 시기입니다.

마취과 의사는 이미 근육 이완제가 언제쯤 작용 시작할지 미리 예상하고, 그것에 맞춰서 호흡관 삽관이라는 술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스스로 조절하는데, 도가 튼 사람들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백강혁 선생의 근육이완하는 것이 혈압을 낮춘다는 발언이 맞다고 쳐도...

그 말을 제대로 전달할 의도였다면, 저 장면으로부터 최소 3-5분 전에는 이야기해 줘야...

그나마 그에 맞게 마취과가 약 투여 순간을 조절할 수 있었을 겁니다.

(호흡관 삽관 직전인데 갑자기 웬 뒷북 발언?)




#23. 외상성 뇌손상 환자 초기 앰뷸런스 장면에서의 오류들



북한산에서 추락 환자가 발생했는데, 헬기를 이용할 수 없어서 앰뷸런스 차량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환자는 머리를 크게 다쳐서 빠른 응급조치가 필요한 외상 환자였습니다.

Mountain_Trauma_Pt_First_Scene.jpg


일단 환자 상황이 '중증 외상센터' 2화에 나온 환자와 비슷하게 외상성 뇌손상이 발생한 환자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양쪽 눈에 동공 반사가 없는 것으로 나왔고, 두개내압이 엄청 높은 것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환자 머리에 구멍을 2개를 뚫는 장면도 나옵니다.

No_Pupillary_Reflex_Bilateral.jpg
Very_IICP.jpg

이 장면에서의 첫 번째 의학 고증의 오류는 앞서 올렸던 2화 의학고증의 오류에서도 짚고 넘어간 부분인데...

두개내압이 높아지면 저혈압이 생기지 않고 Cushing's Triad라고 고혈압 + 서맥이 생깁니다.

이번 6화에서도 뇌압이 높은 환자에게서 저혈압이 생겼다고 극 중에서 묘사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의학 고증의 오류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저의 이전 글인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2화 의학 고증 정밀 분석_'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직접 링크 : https://brunch.co.kr/@drchoistory/22 )


여기서 또한 양재원 선생은 뇌간 탈출 진행 중이라면서 포기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첫째로 이 환자의 어떠한 활력징후나 신경학적 검사도 뇌간 탈출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증거는 단 한 가지도 없습니다.

굳이 억지로 끼워 맞추서 상황을 만들어보자고 한다면...

환자의 양쪽 동공 크기가 다르게 나타나는 동공 부등증 (Anisocoria)과 쿠싱 트라이어드 (Cushing's Triad) 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환자에게서 대뇌이탈 (Cerebral Herniation) 이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만, 지금 이 환자에게서는 그러한 증거가 하나도 없습니다.

Brain_Herniation_.jpg 왜 갑자기 포기하려고 하십니까? 양재원 선생님?

둘째로 진짜 백번 양보해서 환자의 두개내압이 엄청 높아져서 뇌간 탈출이 진행 중이라는 징후가 보였다고 친다면... 그것은 응급 상황의 끝판왕중 하나인 대뇌이탈 (Cerebral Herniation)로 환자의 죽음이 매우 임박한 상황입니다.

a) 이미 확보된 기관 절개관 (Tracheostomy)로 과호흡을 유도하건,

b) EVD로 뇌척수액을 빼내던,

c) 만니톨이나 고장 식염수를 이용하던지 간에...

어떤 방법이 되었든지 간에 더 이상의 진행을 무조건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왜 갑자기 바로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는지 약간 의아한 장면이었습니다.


두개내압이 높아졌을 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저의 이전 글인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2화 의학 고증 정밀 분석_下'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링크 : https://brunch.co.kr/@drchoistory/24 )




이 장면의 두 번째 오류는 환자의 모니터에 관한 장면에서 나옵니다.

환자의 활력징후들을 보여주는 모니터에서 경고음이 나면서, 환자 혈압이 떨어진다는 대사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환자의 모니터 부분을 확대해서 살펴보면, 혈압이 표시되어 있어야 할 부분에 ---/--- 으로 환자 혈압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보통 환자의 혈압 측정띠가 연결이 되어 있지 않거나 비활성화되어 있을 때, 이와 같이 혈압 수치를 나타내 주는 부분이 이와 같이 ---/--- 로 표시됩니다.

정말 제대로 된 의학고증을 할 거였으면, 실제 환자의 혈압이 떨어져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낮은 혈압 수치를 나타내는 것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요?

저렇게 대충 퉁치고 넘어가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셨나요? 제작진?

Hypotension_Ambulance_Macro_01.jpg 환자의 활력징후가 나와 있는 모니터를 확대해 (노란색 상자) 보면...
Hypotension_Ambulance_CloseUp_00.jpg 노란색 화살표를 보면, 환자 혈압 부분이 비어있다.




다음 사항은 의학 고증의 오류는 아니고 '중증 외상 센터' 2화 시청 때부터 생겼던 의문점입니다만...

극 중의 한국 응급 구조사 들은 심하게 다친 환자에게 좀 더 심화된 그러나 꼭 필요한 치료를 시작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백강혁 선생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포석을 깔아 놓은 것일까요? 아님 진짜로 대한민국 응급 구조사들의 현실을 반영한 것일까요?


예를 들어...

바로 위에 언급한 북한산 추락 환자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서, 한시가 급하게 호흡관을 확보해야 하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응급 구조사들은 환자 머리 부분의 출혈만 닦아주고 있습니다.

Mountain_Trauma_Pt_Close_Up.jpg 응급구조사는 환자 머리의 출혈이나 닦아주라고 존재하는 직군이 아니다.


위와 같이 낙상으로 인한 심한 두부 손상 환자가 실제로 미국에 있었다면, 구조 현장에서 응급 구조사들이 바로 호흡관을 삽관하고 기본적인 처치를 시행합니다. 혹시 급하게 의학 자문을 구해야 한다면, 미리 제휴를 맺고 있는 응급 의학 전문의에게 현장에서 무선 통신으로 바로 자문을 구하기도 합니다.

(ex. 호흡관 삽관 여부, 긴급 치료 약제에 대한 자문)

I_Gel_LMA.jpg 아이젤 LMA

가끔씩 예상치 못한 '매우 어려움' 난이도의 호흡관 삽관 환자 케이스가 존재해서, 좀 더 손쉽게 행할 수 있는 Laryngeal Mask Airwa (LMA) (극 중 4화에서 양재원 선생이 '아이젤'이라고 잠깐 언급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를 호흡관 대신으로 달고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이 가끔 있기는 있습니다만...

그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심하게 다친 미국 환자들은 다 구조현장에서 호흡관이 삽관된 채로 병원에 실려 옵니다.


정말 실제 사고현장에서도 한국의 응급 구조사들은 아무런 조치나 치료도 못하고...

의료진이 빨리 오기만을 발을 동동 구르면서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설마 한국에서는 '의사만 호흡관 삽관이 가능하다' <-- 이런 구석기시대급 법이 존재해서 응급 구조사가 호흡관 삽관과 같은 기본적인 소생술을 못하게 막아 놓은 것은 아니겠지요?

지금이 쌍팔년도 시절도 아닌데... 설마... 설마...




#24. 외상성 뇌손상 환자 CT 촬영 결과에 대한 소견 및 예후


그렇게 난리법석을 떨면서 구급차로 이송해 간 환자의 뇌 CT 결과를 보면서 의료진들의 소견을 말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CT_Prognostication_Combo.jpg CT 검사만으로 감각과 운동 기능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데, 대체 다들 어떻게 아셨을까요?

CT 결과만 보고 뇌손상의 합병증을 정확하게 알아맞히는 것은 원작 웹소설 혹은 웹툰에서 나온 설정인지...

아님 드라마 의학 자문팀의 자문인지 매우 궁금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영상만으로 뇌손상의 정도와 예후를 알려주는 기기는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대 의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는 합니다만, 뇌에 대한 영상만으로 뇌손상의 합병증을 알 수 있는 진단 장치는 아직까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CT 나 MRI 둘 다 환자의 뇌에 대한 영상만으로는 절대로 환자의 뇌 기능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뇌의 CT 나 MRI 검사 만으로 환자의 감각기나 운동신경 손상여부를 정확히 구분해 낼 수 있는 방법도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척추 손상이었다면, CT 나 MRI에서 나타난 손상 부위를 토대로 감각기나 운동신경 손상 여부를 예측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마저도 실제 임상에서의 환자는 그 예상과 100% 일치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만약 영상 하나로 환자의 뇌 손상 정도와 기능 그리고 예후까지도 알 수 있는 영상 진단장비가 개발된다면...

그러한 장비는 전 세계적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갈 겁니다.

(왜냐고요? 아직까지 그러한 기술 및 장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뇌손상이 온 환자의 신경학적 기능과 예후를 그나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검사는 신경학적 검사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신경학적 검사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습니다.

Wiki_Neuro_Exam.jpg 위키백과에 나온 신경학적 검사에 대한 설명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신경학적 검사는 계속해서 시행하면서 환자의 뇌 기능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검사이므로 정확한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 때문인지 원작자가 빠르게 결론을 볼 수 있는 영상학적 검사를 이용해 보려고 하다가...

이와 같은 커다란 의학 고증의 오류를 낸 것 같습니다.

스피디한 작품의 전개를 위해 자잘한 것들을 희생시키는 꼭 나쁜 일만은 아니겠지만,

이와 같이 커다란 의학 고증의 오류를 범하면서까지 그렇게 무리수를 두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Vegetative_State_.jpg 뇌손상은 CT 검사 결과 만으로 이렇게 간단하게 결론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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