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브엄마 May 06. 2023

우산

바닷가에서 생업을 하시는 아빠는 항상 바쁘셨고

태풍이 오는 날만 빼면 항상 바다에 나가셨다


4남매의 집에서는 비가 오면 학교에 쓰고 갈 멀쩡하지 않은 우산을 가져갈게 한걱정이었다

우리 집엔 왜 이렇게 찢어진 우산과 우산살이 삐져나온 몹쓸 우산들만 있는 건지...


제일 먼저 학교 가는 언니는 그나마 멀쩡한 우산이다

그다음 오빠의 우산

그다음 연년생 남동생과 나와의 우산싸움이다

그나마 멀쩡한 우산을 가져가려고 난리다


평생 절약과 낭비가 없는 부모님께 배운 게 지금도

몸에 베여서 아파트 분리수거의 멀쩡한 물건들 특히 우산에 꽂혀서 멀쩡하면 가지고 온다

그런 나를 보고 아이들은 창피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난 그렇게 사는 엄마아빠를 보고 너무 창피했다 정말 없이 살았기에 창피했다


한바탕 우산 전쟁을 하고 불평 한가득 쏟아내면

아빠는 집에 있는 우산들을 끄집어내어 고쳐 나가기 시작했다

말끔하게 고쳐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제자리를 찾은 우산살을 보면 자랑스럽게 아무 우산이나 들고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작가의 이전글 각자도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