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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밖 백선생 Jan 09. 2023

아이의 작아진 옷을 물려 입으며

매일을 가장 젊고 이쁜 날로 살기

  중1 아들은 옷이 작아졌다고 버리려고 한다. 금방 크는 아이들인지라 1년 정도만 입은 옷이다. 사실 내가 살이 쪄서 옛날 옷을 못 입고 있지, 셋째 아이 낳기 전에는 대학시절 입었던 옷 즉 20년 다 된 옷도 입곤 했었던 것을 보면 1년을 입고 멀쩡한 옷을 버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던 차. 내가 입었더니, 내게 잘 맞는다. 성장기 아이가 집에서 입다가 작아진 옷은 엄마가 집에서 오래오래 입을 수도 있다는...   

  발 사이즈가 230mm인 내 발을 초등학교 1학년 둘째 아이의 220mm의 사이즈의 발이 곧 따라잡을 태세로 추격해 온다. 고만할 무렵의 첫째 아이가 신던 크록스 슬리퍼를 한동안 신고 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아이들이 금방 큰다더니 정말 맞는 말이다.   

  내 품에서 떠나지 않아서 항상 안고 지냈어야 했던 그 아가들은 다 어디로 갔지? 난 아직도 꿈에서는 그런 아가들로 너희들이 나오는데 말이지. 아직까지는 품에 쏘옥 안기는 둘째나 셋째를 많이 안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이미 덩치는 산만해져서 내가 뭐라 잔소리해서 듣기 싫으면 오히려 나를 번쩍 등에 업고서는 골탕을 잔뜩 먹이는 큰애를 보면... 둘째 녀석도 그럴 날이 금방 오겠지.   

  둘째, 셋째 연년생이 한 참 아기였을 때 얘네들을 주렁주렁 달고서는 머리 할 시간도 없어서 겨우 시간 내서 미용실에 갔을 때.. 자신도 연년생 엄마였다던 원장님은 한참 나를 가엾은 눈으로 쳐다보며 위로를 해줬던 말이 생각난다.   

  "나도 애들 그만할 때는 '얼른 커라, 빨리 커라' 하면서 애들 다 크기만 바라고 살았는데, 이제 다 커서 짝 지워주고 나니깐 내가 폭싹 다 늙어버렸어. 애들만 크는 게 아니라 나도 나이 먹는 건 모르고, 지금 많이 힘들 때지만, 그래도 애들 고만할 때가 젊고 좋을 때여."   

  맞는 말이다. 애들 너무 어려서 힘들 때는 애들도 안아달라 울고, 나도 힘들다고 울고 연년생과 내가 셋이서 붙잡고 울며 보냈던 시절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의 난 지금보다 젊고 이뻤을 것이고, 그 안아달라 울던 아가들은 내 품에 쏘옥~ 들어와서 참으로 사랑스럽던 시절이었네.   

 어떤 노래 가사처럼 오늘이 가장 젊고 이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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