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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밖 백선생 Nov 16. 2023

나도 도깨비인가

내 마음이 우울하면 어김없이 내리는 비

  서울 흑석동 좁은 골목길의 경사에 헉헉거리며 올라가다보면 중앙대 담과 맞닿은 막다른 골목이 나오는 끝 집. 예전에 서울 흑석동은 대표적인 빈촌이었다고 한다. 최근 들어 서울의 마지막 재개발 지역 붐이 일어 새로운 아파트들이 지어지면서 핫플레이스가 됐지만, 아직까지 개발이 와닿지 않은 우리 동네는 70~80년대의 빈촌 풍경이 많이 남아있다. 그런 이곳에 오늘처럼 비가 오면 어린 시절 생각이 많이 난다.

  추적추적. 이런 비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에 나오는 비를 떠올린다. 늦가을이나 겨울 같이 추운 계절에 내리는 비는 어딘지 모르게 비극적이다. 날씨는 나와 연결되었는지, 내 맘이 우울할 때 늘 이렇게 비가 온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도깨비 김신처럼. 오늘 같은 날은 <도깨비> ost였던 크러쉬의 <beautiful>이 귀에 쟁쟁하다.

  사람을 정리한다는 것이 참 힘든 사람이다, 나는. 그래서 이젠 친밀한 관계가 내게는 매우 조심스럽다. 이건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매우 큰 마음의 에너지를 요구한다. 나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어떤 의식에 이은 깊은 잠, 서서히 회복되는 정신. 그리고 내리는 비. 오늘의 비가 내겐 많은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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