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여행기
시골책방을 연 후 남편과 함께 한 번도 여행을 다녀오지 못했다. 지난겨울, 나는 동유럽도 다녀오고, 짬짬이 제주도 다녀온 터라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남편이 원하는 곳으로 정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몽골이나 캄차카반도처럼 오지의 대평원을 여행하고 싶어 했다. 캄차카반도를 여행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고, 여행 정보도 너무 없었다. 그곳을 대신하여 몽골을 생각했다. 대평원과 사막, 밤이면 별이 쏟아진다는 몽골은 우리 모두의 구미가 당기는 여행지였다.
몽골여행은 6명 이내의 멤버를 모집하여 여행사를 컨택해야 한다. 동행하는 멤버는 한 대의 승합차에 운전하는 운전기사와 가이드가 배정된다. 교회 Y언니, 그리고 또 다른 멤버로 산티아고 순례길의 인연인 H언니에게 산티아고 10주년 기념 몽골여행을 제안했다. H언니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H언니의 친구인 M언니까지 합류. 우리 부부까지 5명이 되었다. 남자가 남편 혼자이다 보니 친구 중 한 명 섭외해 보려고 했으나 모두들 몽골은 여행지로 불편해했다. 그는 남자가 본인 혼자여도 괜찮다고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도, 일본 여행에도 다수의 여자들 사이에서도 불편해하지 않고 함께 여행을 즐겼었다. 우리는 승합차 중 러시아 군용 지프차인 푸르공과 한국의 스타렉스 중 선택할 수 있다. 푸르공이 몽골여행의 감성을 더하고, 거친 사막이나 비포장 길을 다니는데 적합할 수는 있으나 에어컨이 없고, 승차감 또한 좋지 않다고 했다. 우리 여행 멤버의 평균 연령은 50대 중반을 훨씬 웃돈다. 행여나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장시간 이동하다가 허리라도 다치면 큰일이다. 안전한 스타렉스로 결정했다. 결론적으로는 많은 짐들과 장거리 이동에 5명이 스타렉스로 다닌 것에 만족했다.
우리의 일정은 울란바토르에서 시작하여 차강소브라가, 욜린암, 홍고리엘스와 고비사막, 바얀작, 달란 자드, 바가 다즐링촐, 그리고 다시 울란바토르로 돌아오는 7박 9일의 일정이었다. 매번 400km 이상의 거리를 이동하여 5박은 게르에서, 2박은 호텔에서 보냈다. 숙소는 2개를 배정받아 우리 부부가 한 곳을 쓰게 되어 5인실 게르에서도 둘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여행하는 동안 여자 넷, 남자 하나의 조합으로 불편한 일은 없었다.
하루에 500Km 넘나들며 다니다 보면 중간에 초원에서 쉬게 되는 경우가 제법 있다. 이때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가끔 초원 위에 덩그러니 푸세식 화장실이 있기도 하지만 나는 시도도 안 해보았다.
한 번은 초원에 잠시 멈춰 섰을 때 사진을 찍으려고 핸드폰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저 멀리 대형버스가 멈추더니 남자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들은 갑자기 우리 쪽 방향을 향해 일제히 몸을 돌리더니 양손이 바지를 잡고 있는 제스처가 보였다.
꺅~ 단체 노상방뇨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몽골은 노상방뇨가 합법인 나라 라고 한다.(몽골에서 돌아와 보게 된 JTBC '택배는 몽골몽골' 프로그램에서 이 부분이 나왔다.) 그래도 그렇지. 굳이 사람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리는 이유는 뭐람? 보지 말아야 할 것을 의도치 않게 본 게, 마치 손에 오물을 묻힌 기분이었다.
다음날도 초원 위에 멈추었을 때,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온 남편이 말했다.
"어제 버스에서 내린 남자들이 우리 쪽을 보고 바지를 내렸는지 알았어. 바람 때문이었어."
바람을 등지지 않으면 나의 몸에서 배출된 것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거였다. 우리는 그 이유를 듣고 배꼽 잡고 웃었다. 납득할만한 이유다. 남편이 없었으면 우리는 마지막 날까지 몽골의 남자들을 오해했을 것이다. 초원에서 만났던 몽골의 이름 모를 남자들이여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첫날 울란바토르에서 1시간여 떨어진 테를지의 칭기스 칸 동상과 박물관에 갔다.
칭기스 칸 동상은 그 높이가 40m로 세게에서 가장 큰 기마상이라고 한다 얼마나 거대한지
멀리서도 한눈에 보였고 그곳으로 부타 20분은 들어온, 캠프에서에서도 보였다.
기마상 내부에는 박물관이 있다. 우리가 갔을 때 내부 홀에서 몽골 전통 공연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몽골로 떠나기 전부터 후미(흐미 또는 후 메이)에 관심이 많았다. 후미는 고음과 저음을 섞어가며 부르는 몽골 전통 창 기법이다. 마침 몽골 남성이 후미 공연을 하고 있었다. 생각지 않게 전통공연을 보게 되어서 모두들 즐거워했다. 첫날 지낸 캠프에는 몽골 전통의상을 입어 보는 코너가 있었다. 조식을 먹은 후 우리도 전통의상을 입어보고 사진을 찍었다. 몽골의상을 입은 남편이 꽤나 잘 어울렸다. 게다가 남편이 후미를 흉내 냈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몽골이 이었다. 언니들은 물론 다른 여행객들에게까지 즐거움을 주었다.
그 이후에도 두어 번, 남편이 몽골인인 줄 알고 길을 물어보는 사람이 있었다. 어딜 가나 이목을 받는 이 상황이 재미있기도, 짜증 나기도 했다.
여행하는 동안 단체사진 설정 포즈를 정하자고 했다. 언니들도 어색하지만 재미있는 추억이 될 거라며 열심히 따라 했다. 하지만 남편은 못마땅해했다. 첫날은 어색하면서 어정쩡한 포즈로 마지못해 섰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포즈는 나아졌고 마지막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포즈를 취했다. 여자 넷의 남자 혼자인 여행 사진이 더 풍요로워 보였다.
"여자 넷에 남자가 혼자인 여행 멤버라고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