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65세 이상 인구가 900만명을 넘기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노인 진료비가 50조원에 육박했다. 전체 진료비의 44%를 차지하는 규모다.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동 발간한 '2023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48조9천11억원으로 직전 해 대비 6.9% 증가했다. 전체 건강보험 적용 인구의 17.9%를 차지하는 노인 인구 922만명의 진료비가 전체의 44.1%를 차지했다. 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43만4천원이었다. (진료비는 건강보험이 의료기관에 지불한 진료비와 환자가 의료기관에 지불한 본인부담금을 합한 것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진료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 2024.11.29 연합뉴스
<질병은 없다>에서 오늘날 미국 성인 인구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억 3,300만 명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리고 건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을 둘러봐도 만성질환자는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통풍 등의 만성질환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주변에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중장년층 이상의 연령대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두가지의 만성질환으로 정기적인 처방전을 받고 있습니다.
1. 만성질환이 계속 증가하는 원인 3가지
왜 만성질환의 증가추세는 꺽이지 않고 계속되는 걸까요? 첫째로, 의학시스템의 발전 때문입니다.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수명이 늘어나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검진결과에 따라 병명을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혈압으로 고생했었습니다. 그 분들 중 일부는 제 때 병원에 가지 않았고, 자신의 병명도 모르고, 처방약도 한 번 드시지 못 한 채 쓰러지곤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건강검진을 해서 일찍 병을 발견해야 한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상식으로 자리잡혔고, 건강검진을 통해 자연스럽게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게 되므로 만성질환으로 진단받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입니다.
둘째로, 우리의 생활 습관 때문입니다. <질병은 없다>에서는 1990년부터 2010년의 20년 동안에 우리 삶을 제약하는 장애가 가장 크게 증가한 영역은 심장병, 뇌졸중, 우울중 그리고 당뇨병 등의 대사질환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사질환들은 모두 혈관과 관련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현대의 생활습관은 혈관을 좁게 만들고, 혈류를 감소시키고, 혈액을 탁하게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인스턴트음식, 달콤한 디저트, 탄산음료, 기름진 음식, 과식, 음주, 넷플릭스 시청 등의 생활 습관은 동맥경화를 일으켜 심장에 공급되는 혈류를 감소시킬 위험성을 증가시킵니다. 실례로 1990년에는 허혈심장질환이 건강 장애 중 4위를 차지했지만, 2010년에는 무려 29퍼센트나 증가해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제 당뇨병은 점점 마치 감기처럼 전 세계적인 유행병이 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가 당뇨병 증가의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셋째로, 처방 약물의 한계와 부작용 때문입니다. 처방 약물의 경우 오랜 임상 연구를 거쳐서 나오지만, 대부분 단기적인 연구에 그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10년, 20년 장기적으로 의약품을 먹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효과의 감소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고, 대응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게 됩니다. 또한 처방 약물은 대부분 하나의 질환, 하나의 증상, 하나의 대사과정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만들어지게 됩니다. 한 가지 약물로 몸 전체의 대사과정을 회복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다양한 기관들이 서로 어울려 기능하고 있고, 이 기능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약물로 치료하다보면 다른 대사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또 다른 약물을 추가해야 합니다. 질병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이 과정에서 환자들은 추가적인 질병을 진단받게 되고, 다른 종류의 만성질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2. 만성질환으로 인해 우리가 잃는 것들 3가지
첫째로, 우리는 만성질환으로 인해 큰 비용을 치르고 있습니다. <건강은 없다>에서는 한 가지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투입되는 건강관리 비용은 만성질환이 없는 사람에게 투입되는 비용의 거의 3배에 달하고, 다섯 가지 이상의 만성실환을 가진 환자에게 투입되는 비용은 만성질환이 없는 사람에게 투입되는 비용의 무려 17배에 달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의 2011년 연구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전 세계적으로 만성질환 치료에 투입되는 비용이 47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정말 천문학적인 액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에 저는 우리 나라의 모든 코스피, 코스닥 주식을 다 합쳐도 2600조라는 말을 들었는데, 47조 달러라니 정말 충격적입니다. 저는 이제서야 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매년 크게 성장하고 있는지, 왜 많은 사람들이 헬스장 PT와 식단에 진심인지, 왜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사람들이 런클럽에 모여 달리기를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비용은 바로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비용이었던 것입니다. 만성질환이 악화되고 여러가지 질병에 걸리면 병원비, 입원비, 수술비 등으로 큰 지출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치료보다는 예방이 가장 지혜로운 관리 방법입니다.
둘째로, 우리는 만성질환으로 인해 생산성을 잃고 있습니다. 만성질환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고, 처방약을 타서 먹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직장에 연차를 내야 하거나 피치 못하게 결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업무 시간 중에서 만성질환 때문에 피곤하고, 아픈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집중력이 떨어져 업무의 효율이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만성질환을 신경쓰고 있습니다. 어떤 회사는 출근 전에 혈압을 측정하고, 회사 내에 병원을 두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퇴근 뒤의 생활습관도 가이드해줍니다. 왜냐하면 직원들이 건강해야 회사의 업무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회사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원과 회사가 함께 힘을 합하여 만성질환을 관리한다면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셋째로, 우리는 만성질환으로 인해 행복감을 잃고 있습니다. 만성질환의 가장 큰 문제는 낫지 않고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점점 악화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죽을 때까지 이 질병을 가진 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큰 절망감을 안겨줄 것입니다. 그래서 1990년에 비해 2010에는 우울증이 39%나 치솟았습니다. 만성질환에 우울증까지 더해지면 환자들의 고통은 더욱 극심해지고, 다음과 같은 뼈 아픈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경제적인 부담, 직업의 상실, 주변에 부담을 안기는 존재라는 수치심, 통증과 불편감으로 인해 떨어지는 삶의 질 저하로 만성질환자는 점점 행복감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최근 우리 사회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고, '아보하'(무탈한 아주 보통의 하루)를 추구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큰 돈을 벌고, 큰 쾌락을 느끼는 것을 가장 좋은 행복이라고 생각하다가, 이제는 고통이 없고 우울하지 않은 건강한 일상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만성질환에도 위와 마찬가지로 적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식단,운동,수면,스트레스 해소 등의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 '소확행'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만성질환이 더 나빠지지 않고 건강이 유지되는 오늘의 일상만으로도 만족하고 행복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행복감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언젠가 건강 회복에 반드시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 제프리 블랜드, <질병은 없다>, pp.50-52.